진짜 재부팅, 취미력
진짜 재부팅, 취미력
취미생활은 가장 적극적인 자기관리다. ‘여가’만큼 다양하게 해석되는 말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정신적 에너지의 불씨를 살려내는 취미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했다면 이제는 정신력이다.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은 정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삼시 세끼 진수성찬을 먹고 하루 열시간씩 잠을 자도 늘 피곤하다. 죽지 않으려고 쉬었다면 이제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생각할 때이다. 휴식을 취하면서 신체적 정신적인 에너지가 회복되는데 취미력은 여기에 가속도를 붙인다. ‘이쯤 쉬었으면 됐어. 이제 달려!’ 라고 자신에게 더는 모질게 굴지 않기로 다짐했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방법을 생각해보자. 정신적 에너지를 위해 시간을 내어 자신에게 투자하는 일, 이것이 취미다.
“취미가 뭐에요?”
J는 소개팅에서 구닥다리 질문을 꺼내는 상대방이 벌써부터 맘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이 질문은 그녀가 대답하기 가장 난감한 질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달에 플루트를 업그레이드 했고, 주말엔 성악 레슨을 받고 있어서 그대로 대답하고 되물었더니 상대방은 기다렸다는 듯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자가 뜨개질이라니, 뜨개질에도 전문용어가 있다는 것을 J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런데 내내 우물쭈물하던 그가 뜨개질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유난히 눈이 반짝이는게 아닌가. 아마도 누구든 취미를 얘기할 때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지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자신을 살리는 취미라면 머리로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 즐거움이 다시 일어 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물론 취미로 시작했어도 목표를 이루어내는 과정이 힘들 수 있지만 온전히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 낸 성공 경험이 정신적 에너지로 쌓인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은 주문처럼 외워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동기부여 전문가의 그럴듯한 말에 심장이 뛰다가도 이내 사그라드는 것은 그 동기가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취미활동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직접 경험하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취미활동은 성과의 부담이 덜해서 불안감으로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그래서 본업의 성과보다 여가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고, 이것을 직업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그러나 몰입의 즐거움에 더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지만, 취미가 에너지를 만들고 비축하는 데 쓰이지 않고 자신을 소모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늘 음악과 함께인 삶이 부럽다고 했더니 즐길 때나 즐겁지, 일이라고 생각하면 괴롭다던 어느 예술가의 말이 떠오른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자신을 소진시키지 않도록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해서 즐거운 순간만을 취미로 여기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진짜 즐기는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 어떤 일이든 진짜 즐기게 되면 탁월성을 발휘하게 되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꾸준한 동기가 필요하다. 임계점을 넘어 완전히 몰입한 경험이 있는가의 여부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구분되는데, 취미를 단순히 즐기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임계점에 도달하기전에 싫증이 나기 쉽다.. 완전히 빠져들어 만족감과 성취감을 스스로 발견할 때, 취미를 지속할 힘을 얻는다. 우리 주변에는 금전적인 보상이 없어도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 닦는 재야의 고수가 많고 이들의 성취가 프로를 넘어서는 경우는 허다하다.
반면, 휴일에도 일거리를 붙들고 있는 워커홀릭 중에는 그 일에서 어떤 만족감과 기쁨도 느끼지 못하면서도 일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쏟아지는 총알을 방패로 막아내듯 습관적으로 눈앞의 일들에 바쁘게 반응할 뿐이다. 그래서 일 ‘중독’ 이라고 한다. 취미와 중독을 구분하는 기준도 이와 비슷하다. 게임이 유일한 낙이라면서 언젠가 게임을 끊겠다고 말하는 것은 매년 1월 1일 금연을 다짐하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순간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중독에 빠진 것을 취미라고 하기는 어렵다. 수동적으로 상황에 끌려다니면서 능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디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다. 가령 합창단이라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노래도 일처럼 부르는 사람, 책임감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 인맥이 필요한 사람, 뒤풀이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오는 사람 등등 그 동기는 수도 없이 다양하다. 이 중에 어떤 것이라도 자발적으로 자신을 움직이게 했다면 충분히 취미로 삼을만하다. 독서가 삶의 일부는 될 수 있어도 취미가 될 수 없다고 단정지어 말하거나 공부가 취미라니 말도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취미로 적합한지의 여부는 그것이 자신에게 가슴 뛰는 일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떤가. 지금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당신의 취미는 당신의 가슴을 충분히 뛰게 하는가?
당신의 취미가 당신의 가슴을 충분히 뛰게 하는가?
취미는 완전한 몰입을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몰입경험만큼 우리를 정신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없다.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과정은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슴뛰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시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끈기가 없다는 핀잔을 겁 낼 필요도 없다.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탐색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핀잔을 주는 사람들중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가장 행복하고 에너지가 솟구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찾는 일만큼은 경험해 보지 않은 다른 사람의 말에 마음 쓰지 않아도 좋다.
운좋게 칼퇴근 했지만 집에 도착하면 몸이 천근만근인 날이 있다. 코로나로 휴가를 받아 집에만 있어도 뭘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기운이 없을 때도 있다. 우리가 만성피로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증상은 정신적 에너지를 채우지 않고는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 나를 진짜 재부팅 하는 법,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마음껏 하도록 놓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취미가 가진 힘 ‘취미력’이다. 지금 나의 일상을 즐겁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만한 일들을 떠올려보자. 가만히 생각하다보면 학창시절 진로를 정하려고 재능과 장점을 적을 때와는 또 다른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늘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않아 미루어 온 일들이 있다면 생각나는대로 써보자. 지금 나의 일상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있다면 함께 적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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