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하기 힘들때는 글로 적어보세요.
한 번에 20분 이상 쓸 것
3~4일을 연속하여 쓸 것
문법과 필체에 신경쓰지 않을 것
감정을 최대한 상세히 기술할 것
쓴 글을 다시 읽을 때는 다른 관점을 적용해 볼 것
다만, 써놓은 글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잘 다듬어 문장으로 남기겠다는 욕심은 내려놓자. 일부 기법은 ‘공감경험’을 위하여 마지막에 타인과 글을 공유하기를 권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혼자 쓰면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쓴 글을 다시 읽을 때는 문장을 교정하지 않고 다른 관점으로 읽어보는 것이 좋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아도 좋고,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누군가를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시에 상대방의 입장은 어땠을지도 조심스럽게 헤아려보자. 상대방에게 무조건 유리한 입장을 내주지 않아도 좋다. ‘아, 그랬구나.’로 시작하는 꼬리 글로 가상의 인물에게 피드백을 남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쓴 글을 여러가지 관점으로 다시 읽다보면 글을 쓸 때의 그 마음이 문득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때도 가공하지 않은 투박한 그대로의 감정을 적어두면 자신을 돌아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저널을 쓰고 난 직후에 곧바로 후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거나 눈물이 쏟아졌다가도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올 때쯤이면 마음이 다시 차분해진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영화감독과 배우가 시나리오를 진짜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이 직접 겪은 분노와 슬픔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마찬가지로 저널을 쓰고 나서 한동안 분이 풀리지 않거나 하염없이 눈물이 나기도한다. 이런 복잡한 감정은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치유된다. 회복을 위한 글쓰기는 다이어리에 그날의 일들을 빼곡하게 적어두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다 쓴 뒤에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을 정리하겠다고 쓰기 시작한 글이 오히려 긁어부스럼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글을 쓰다가 감정 몰입이 지나쳐서 힘들다면 글쓰기를 바로 중단하는 것이 좋다. 내가 처음 저널 테라피를 경험한 것은 ‘아티스트웨이’라는 모임에서 ‘모닝 페이지’를 쓸 때였는데, 처음 몇 주간은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매일 아침이 정말 말 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보겠다고 오기를 부렸는데 지나고 보니 ‘모르는 게 병’이었다. 이후에 찾아낸 대부분의 자료들은 감정이 과도하게 북받치는 경우 글쓰기를 바로 중단하기를 권했다. 글이든 말이든 감정만 늘어놓으면 전개가 극으로 치닫는다. 이때는 객관적인 ‘사실’과 ‘생각’을 함께 적으면 상황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생각’은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을 말하는데, 이전 단락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https://brunch.co.kr/@jinon/65 에 이와 관련한 간단한 사례를 적어두었다.
혼자 감정을 꺼낼 수 있게 되었을 때 누군가와 그것을 나누면 치유에 가속도가 붙는다. 불의의 사고로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정노출의 정서적 치유효과를 연구한 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 배우자를 잃은 슬픔에 관해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대조군에비해 빠르게 감정을 회복했으며, 이듬해에는 오히려 더 건강해지기까지 했다. 말미에 맥빠지는 말일지 모르지만 말 할 수 있다면 글로 쓰지 않아도 좋다. 얼마나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에게 먼저 솔직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괜찮다고 말해보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노트를 펼치고 한참동안 볼펜을 굴려야 겨우겨우 한마디씩 한 문장씩 속마음이 밀려나온다.
‘아티스트웨이’를 함께 보낸 동료들은 그때 모이던 아지트를 ‘safety zone (안전지대)’이라고 불렀다. 힘든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 이 가까움은 물리적인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와 심리적 안전지대를 공유할 때 ‘저널 테라피’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누군가에게 말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는 이미 솔직했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수용했다는 의미다. 그러면 이 세상 누구보다 진심으로 내 편인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먼저 위로를 받는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1677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