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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Jan 10. 2021

관계를 대하는 네 가지 관점(3)

맹목적 관점 : 상대에 대한 전지적 관점

맹목적 관점 : 상대에 대한 전지적 관점


누구나 마음속에 ‘선한 의도’를 품고 있다. 가끔 서툴게 그 마음을 꺼내놓았다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무런 악의가 없이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런 마음을 서로 헤아려 주려는 것을 선한 의도를 믿는 ‘본질적 신뢰’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선함을 보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상대를 보는 관점이 유연성을 잃고 그 관계는 한순간에 맹목적인 것으로 전락해버린다. 이 때는 상대방을 아무리 친밀하게 느끼더라도 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월드 스타를 쫓아다니는 사생팬의 맹목적인 관심이나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과 헌신이 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관계를 망친다. 가까이서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아는 전부가 그의 모든 것이라고 믿거나 그도 나와 항상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어쩌면 상대에게 자기중심적인 관계를 강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햇살이 좋은 날 창가에 앉아 하루종일 턱을 괴고 앉아 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아침 해는 중천에 올라 대낮이 되고, 보름달이 뜨는 저녁이 된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만큼 익숙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것이 변함없는 진리라고 믿고 같은 상태를 끝까지 고수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설령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도 ‘그럴 리 없다’고 손사래 치치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다. 아침해가 석양으로 물들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천천히 들여다 보아야 깜깜한 밤하늘에도 별이 보이고 달이 보인다. 관계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자신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갑자기 천지가 깜깜해진 것 같은 두렵고 실망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관계가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을 망가졌다고 착각하고 엉뚱하게 회복할 방법을 고심한다. 만일 그렇게 고민해서 원상복구 되었다면 그것은 관계의 회복이 아니라 퇴화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한 가지 더 유념할 것이 있다. 상대방의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누구나 갖고있는 ‘선한 의도’가 모든 사람의 ‘선함’을 항상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상대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는 상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눈을 흐린다. ‘선한 의도’를 보려는 마음이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항상 다양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믿었던 사람이나 심지어 한때 자신에게 선의를 베풀었던 고마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앞서 선입견을 경험으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성’이 만들어진다는 독일의 철학자 가다머의 말을 인용했다. 다양한 관점을 유지하려는 관계에서는 언제나 이성이 함께 작동한다. 상대방의 선한 의도를 믿는 ‘본질적 신뢰’는 눈과 귀를 닫고 맹목적으로 상대를 믿는 것과 다르다. 우리에게는 ‘이성’이 제대로 작동할만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한 가지 관점에 매몰되어 가까이보면 오히려 초점이 흐려진다. 이 때는 적당히 떨어져 보면 어렴풋하던 것이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온세상이 떠들썩하다. 오프라인 모임들이 속속 화상미팅으로 대체되고 예전 같으면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만 했던 일도 지금은 전화나 이메일로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 간결해진 소통방식과 더불어 사람들의 관계도 훨씬 담백해졌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니 한 발 떨어져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습관적인 관계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점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관계를 제대로 보려면 적당한 거리 두기는 필수다. 상대의 선함을 믿는 마음이 진정한 관계의 시작이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은 상대를 보는 유연한 관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to be continued...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따뜻한지 알 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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