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좋아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야 기쁜 마음으로 번쩍 눈을 뜨게 된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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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생이 먹기 싫은 것부터 먹고하기 싫은 일부터 하는 편이지만다행히 아침 루틴으로는 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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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란 게 특별한 건 아니고‘밀린 생각 정리’다.
요즘 같아선 이 정리란 게, 못난이 레고나 모래성 쌓기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그래도 꾸역꾸역(이라고 쓰고, 치열하게) 쌓고 허물고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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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한테 ‘넌 생각이 취미냐?’ 라고 물었을 때 살짝 당황했는데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날 제대로 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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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기상해서 쌓인 메모를 정리하고 자료를 만들다보면
7시쯤 거실이 소란스러워지면서 '정신력의 최고조'와 '체력의 고갈'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하악, 내 안의 사디스트가 발동하는 시간!!!!!
한 달쯤 전부터 기상시간을한시간 정도 앞당기기 시작했는데,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만 많아진 게 아니라 평소보다 감정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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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잠들기 전 새벽에는 나를 아무리 성가시게 하던 생각도 잠에서 깬 뒤엔 절대로 다시 나타나는 법이 없었는데, 요샌 시도 때도 없다는 것 정도다.
어쩌면 시간이 많아지니 효율이 떨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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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튼 뜬 지식 (나는 그냥 마구잡이로 쑤셔 박은 지식을 뜬 지식이라고 부른다.)을 사용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려면 생각이 필요하다. 잡생각이든 4차원 공상이든 그게 뭐든지 간에 생각을 투자하면, 뜬 지식은 시행착오 혹은 관점의 전환이라는 그럴듯한 결과물로 포장이 되어 나온다. 지식이야 어디서든 차고 넘친다. 그래서 더욱 생각이 필요하다.
요즘 나의 새벽은 단지 시행착오만으로도 뇌세포가 너덜너덜해질 지경이지만이 또한 쓸만한 날이 온다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