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마는 안타까운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청년.
왜 그렇게까지 뚫어지라 물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았던 걸까요?
사실 처음에 나르시스는 물속에 비친 그 멋진 청년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가 죽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그 모습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떠난 자리에는 수선화 Narcissus가 피어납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자기사랑' '자아도취' 입니다.
꽃말처럼 나르시스를 자기애의 끝판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잘 돌아보면 나르시스는 마지막 순간 그 직전까지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멋진 모습을 하고 있는지, 구애하는 요정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대로 다른 사람을 봅니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자기 모습을 스스로 알지 못하면 어떤 좋은 말도 수용하기 힘들고,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도 어렵습니다.
아…나의 겉모습만 보고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진짜 나를 들키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오르는 거예요. 진짜 자신을 모습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작용들이 일어납니다.
'어떡하지..' 하면서 숨기도 하고,
'아냐, 나 굉장히 멋진 사람이야.' 이렇게 과시하기도 하죠.
이렇게 두 가지 모습으로 반응이 달라지는 이유는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마음을 심리학에서는 내현적 자기애와 외현적 자기애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내현적 자기애는 부정적인 평가를 줄여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기보다는 약점을 들키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지나치게 겸손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거대한 자기’가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막상 조언이나 충고를 들으면 토라지거나 상처를 받죠. 약점이 들킬까 봐 항상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다 보니 과도하게 위축되어 있고 관심이 쏠리는 것도 불편하게 느낍니다.
가끔은 주변 사람을 들러리로 세워 자신을 부풀리기도 해요. 유명인과 가깝다고 은근히 말하거나. 남편 자랑 자식 자랑, 심지어는 아는 지인의 자랑까지 늘어놓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는 못하면서 '거대한 자기'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얘기는 하지않고 다른 사람 얘기만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 저 좀 봐주세요. 저 너무 멋지지 않아요? "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수시로 댓글을 읽고 반응합니다. 이런 행동들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계속 확인하는데 중독이 되어 어쩔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확인받으려고 하지만 타인의 사소한 제스쳐에도 일희일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떤가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마음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정이 없어지면 나도 같이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우리 진짜 모습은 너무 쉽게 초라해져 버립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겉으로는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에는 끝없이 예민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낼 용기가 없으니까 자꾸 자기 모습을 부풀리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잘난척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에는 깊은 열등감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꾸며내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에는 한없이 서툰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모두 상대방과 의미 있는 관계로 연결되고 싶어 합니다. 아주 멋진 사람과 특별한 관계인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역할이 상대방의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면,
그냥 누군가의 들러리로 머무르면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 주는데 지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의미 있는 관계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서도 외로움을 겪는다면 아마도 이런 이유겠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는 누구나 내 안의 나르시스를 품고 삽니다.
내 안의 가장 약한 모습, 나르시스를 안아주려면 있는 그대로 충분히 괜찮은 내 모습을 내가 먼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이 마음 조금 더 들여다보고 그대로 충분히 괜찮은 좋은 사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