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초인 Apr 26. 2022

원소주, 알고보면 소주가 아니라고?

힙한 원소주에 감춰진 진실

요즘 가장 힙한 아이템이 뭘까?

샤넬백? 노티드 도넛? 포켓몬빵?


거기에 하나가 더 (+1)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술이다.

뭐? 술이 힙하다고?


술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원소주'. 이를 둘러싼 세상의 뜨거운 관심과 연이은 화제들.

술을 좋아하고 집에 BAR를 만들어 살아가는 애주가의 관점으로, 마케팅을 업으로 하며 살아가는 마케터의 관점으로 그 안에 감춰진 진실에 대해 담아본다.


이 아이템이 왜 힙한 건지,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알면 세상을 이해하고 이걸 역으로 이용하여 앞으로 살아가는데 무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힙합씬을 흔들고 소주씬을 흔드는 사람


요즘 원소주가 힙하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대한민국 힙합씬의 중심에 있는 AOMG의 수장, 박재범이 소주를 만들어 출시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소주를 즐기는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기사를 통해 이 소주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박재범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전부터 박재범이 이 소주를 오랜 시간 준비해온 것을 알 것이다. (원소주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인스타그램을 없애고, @moresojuplease로 계정이름까지도 바꿨을 정도니.) 그리고 지금 이 원소주는 1만 5천원이라는 고가의 소주임에도 사람들이 이걸 마시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먼저 유통채널이 남다르다. 보통 소주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산다. 그런데 이를 온라인에 출시했더니 26분 만에 9억 원어치가 팔리고, 판매가 중단이 되었다. 판매량이 자그마치 6만병이 넘는 수치다. 준비된 수량이 자사몰의 시스템 오류로 30배 이상으로 판매가 된 것. 그런데 이 자체가 또 하나의 바이럴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원소주가 이렇게 힙하구나!


시스템 오류? 의도된 기획이라면 제갈량.! (칭찬)


 






시작부터 남다른 원소주


이전에 보통 새로운 술을 선보일 때 요즘 핫한 모델들이 춤을 추거나 캬~ 하면서 TV 광고를 찍는다. 그리고 술집 곳곳에 이들 모델의 포스터가 붙고 등신대가 세워진다. 때로는 술잔에 새겨진 이름으로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원소주는 남달랐다.

 

웨딩 컨셉으로 '더 현대 서울'라는 이 시대 가장 핫한 곳에서 제품 론칭 행사를 진행했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샤넬 매장에서나 볼법한 오픈런이 여기서 펼쳐졌다. 박재범을 좋아하는 팬들 뿐 아니라 세상의 힙스터들이 몰려들었고, 초도 물량 2만개가 완판이 되면서 힙한 시작을 했다.


오픈런에 참전한 이들 모두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을까? 물론 일부는 그럴 수도 있겠다만 대다수의 이들이 관심을 갖는 건 술 그 자체보단 "박재범이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는 새로운 제품"이었다. 원소주를 활용해 많은 이들이 리뷰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올리기 위해 가장 먼저 이를 득템하고자 뛰어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원소주 관련 콘텐츠들이 많이 올라왔고, 이들은 높은 트래픽을 모았다)

원소주는 하나의 콘텐츠다


왜이렇게 난리였을까? 사람들이 궁금한 건 콘텐츠가 되니까.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을 가장 먼저 담아내면 퍼스널 힙도 더해질 수 있으니까. 원소주가 나타나고 이를 오브제로 유튜브에 블로그에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또 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걸 놓치지 않고 기사가 연이어 쏟아진다.


원소주가 뭔데? 왜 이렇게 뜨거운데?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원소주의 웨딩 세레모니 론칭쇼






소주인데 맛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인스타에서 원소주의 포스팅을 보게 된다. 리뷰를 보고, 그들이 담은 포스팅을 관찰한다. 그런데 의외의 포인트가 하나 있다. 맛있다는 이야기나 키워드는 잘 보이지 않은 것. 이들의 포스팅에는 #박재범소주 #원소주 #득템 이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소주 그 자체만 올리는 게 아니라, 그 소주를 마시는 분위기와 무드를 남긴다. 한마디로 라이프스타일 포스팅? 이제껏 봐오던 술 포스팅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그럼 방구석 애주가인 나의 평가는 어떨까? 나는 애석하게도 오픈런 (요즘 한정판 쟁탈전의 개념이 다 오픈런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을 뛰어들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해,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힙한' 술 브랜드는 처음이고, 술에 대한 이야기에서 '맛'이 빠져 있는 것도 재미난 현상이다. 술을 즐기고, 또 모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하나의 연구대상이었다. 그리고 계속 지켜보다가 이런 진실을 발견했다.




원소주는 소주가 아니다?


원소주가 소주가 아니라고?

무슨 말인지 소주가 아니라는 것을 두 가지 측면으로 이야기해본다.


#1 먼저 기존의 소주와는 다르다는 것

술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다. 위스키나 보드카, 하물며 소주, 맥주를 온라인으로 사는 사람은 못 봤을 것이다. 법적으로 유일하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건 '전통주'뿐이다. 기존 소주들 중에도 일품진로나 화요 같은 경우는 온라인으로 살 수 없다. 그런데 원소주는 다르다?


원소주는 100% 국내산 쌀을 이용한 증류주로, 지역특산주로 분류되어 전통주로 취급이 된다. 원소주에 앞서 미국에서 히트 친 소주가 하나 있다. 바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만들고 있는 '토끼소주'. 미국에서 떠서 반대로 한국으로 오게 된 케이스인데 이 제품 역시 충주지역 찹쌀을 주원료로 해 국내에서 전통주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만드는 생산품은 맛이 브루클린 공정에 못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 역시도 온라인에서 구매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궁금증이 들 것이다.


미국에서 힙한 토끼소주는 원소주만큼 뜨겁지 않을까?

원소주는 대체 왜 난리가 난거지?




그리고 찾은 은 이거다.



원소주는 소주가 아니다. 브랜드다.



#2 사람들은 원소주의 '브랜드'에 열광하고 있는 것

박재범이라는 셀럽으로 시작해 요즘 취향 저격하는 패키지, 오픈런을 일으키는 새로운 출시 방식 그리고 온라인부터 시작하는 역발상 유통 채널까지. 원소주라는 술 브랜드의 탄생과 스토리가 남다르다. 제품의 정체는 사실 이거다. '100% 국내산 쌀로 만든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을 한다. '박재범이 선보인 세상 힙한 소주'.


이 두가지의 느낌이 확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원소주 현상을 보니 이전에 있었던 다른 사례가 생각난다. 바로 곰표맥주.

맥주시장을 뒤흔들었던 곰표 밀맥주


원소주처럼 브랜드가 남다르다. 밀가루라는 브랜드에서 시작해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내고,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더니 급기야 맥주가 나오고 편의점에 난리가 나며 맥주시장을 뒤흔들었었다. (밀가루 브랜드 맞아?)이 때도 아마 맛 그 자체보다는 '곰표맥주'라는 브랜드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이 브랜드를 경험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소주는 그 이상이다. 다양한 유통채널과 브랜드들이 원소주를 주시하고 있다. 이 브랜드와 함께 해서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싶어서, 자신의 브랜드도 원소주처럼 트렌디하고 힙해지고 싶어서.






원소주 브랜드를 향한 콜라보 전쟁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오는 7월 오프라인에 선보일 것이라고 하더니, 그 파트너가 등장한 것. 그 주인공은 대한민국 방방곡곡 모든 곳에 자리 잡고 있는 GS 편의점 (GS리테일사)이다. CU가 곰표맥주를 선보여 편의점 맥주시장을 뒤흔든 것처럼 이번에는 GS가 원소주의 유통채널로 반격을 이어가겠다는 것.


원소주가 뭐길래 단독기사까지?


그 이면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수면 밑에서 원소주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편의점들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고 한다. GS는 그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AOMG (박재범이 만든 힙합 레이블) 에 소속된 이종격투기 선수 정찬성을 후원하고 또 정찬성의 애칭인 '코리안좀비'를 활용한 관련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면서 미리 공을 들인 것. 업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GS리테일의 이례적인 정찬성 후원은 박재범의 원소주를 겨냥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으로 안다.”


여기에 더해 GS가 진행해온 뮤직 페스티벌을 박재범의 AOMG와 하이어뮤직과 함께 하기로 하면서 이 부분이 파트너십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한다. (양사 간의 콜라보는 기본적으로 상호 시너지다) GS라는 리테일 공룡이 이렇게까지? 보이지 않던 원소주를 향한 치열한 콜라보 전쟁의 위너는 GS로 정해졌다. 그리고 이후에도 이걸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 콜라보를 하며 소주의 브랜드가 아닌 '원소주'의 브랜드로 라이프스타일 곳곳에 자리 잡을 것이다.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

푸드 브랜드와의 콜라보?

공간 브랜드와의 콜라보?

아티스트 콜라보?


이어서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갑자기 이게 왜 출시됐지? 궁금증이 풀렸다.





원소주는 소주가 아니다


이 말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이렇다. 원소주는 그동안 봐왔던 그냥 소주가 아니라는 두가지 이야기.


1. 원소주는 새로운 카테고리다.
기존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 화요와는 다른 론칭과 유통채널로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다.


2. 원소주는 브랜드다.
세상에 없던 라이프스타일과 마케팅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브랜드로 열광시키고, 이에 이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이어갈 것이다.






원소주라는 브랜드의 다음은 뭘까?


원소주는 박재범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럼 이건 누가 만들까? 원소주를 만들어낸 곳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충북 충주시에 있는 전통주 공장에서 위탁 생산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원소주 메이커는 박재범 원소주 회사인 '원스피리츠'이다. 정확히는 원소주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브랜딩 하는 회사. 이들은 술공장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고, 제작 공정의 모든 것은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간다. 그럼 원소주의 그다음은 뭘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원스피리츠의 다음 여정이다. 어떤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갈지가 궁금하다.



epil. 이 사례를 나만의 무기로


그리고 이 케이스를 알기만 하고 끝나면 안 되고, 기억하면 좋을 이것. 이미 이 시대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모두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서 90에서 91로 올리기 위한 품질 쟁탈전보다는 브랜드 전쟁이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을 할 때 제작공정을 하나하나 만들고 알아가기보단 이미 잘 만들어진 곳과의 파트너십으로 시간을 줄이고, 이전보다 가벼운 체급으로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싸우기보단, 유통이든 마케팅이든 새로운 방식으로 이전에 없던 카테고리를 만들어내 판을 뒤흔들라는 것.


이것을 기억한다면 직장인이나 자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업가,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인플루언서 모든 이들에게 세상에서 살아남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함께보면 좋을 글

<새로운 술의 시대의 서막>

<BAR를 만들어 사는 남자>


*커리어리에서도 매주 미디어와 인사이트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