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CJ와 JTBC가 사라진다?
미디어 업계에서 전쟁이 펼쳐진다.
CJ와 JTBC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이 세상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캐치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나 개인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변화를 캐치하고 세상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
세상이 온갖 즐길거리로 가득 차고, 즐길 것들이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과 돈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다. 영화, TV로 시작한 미디어는 모바일에 온갖 다양한 앱과 서비스로 진화했고, 사람들은 일상 속 다양한 형태로 미디어 콘텐츠를 즐긴다.
이런 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래산업은 콘텐츠를 멀티 플랫폼으로 원할 때 언제든 시청 가능한 OTT (Over the Top)이다. 그 중심에 있는 넷플릭스는 코로나 시대에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며 가장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나 디즈니 플러스, HBO맥스까지 OTT에서 미디어 전쟁이 펼쳐졌고, 치열한 경쟁 속에 모두가 성장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최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하루아침에 넷플릭스의 주가 3분의 1이 날아간 것. 그 금액이 무려 67조에 이른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요약하자면 이렇다.
11년 만에 지난 분기 가입자가 20만 명이나 감소
팬데믹 거리두기 상황이 풀리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콕 수혜주이던 넷플릭스 성장 기대치 감소
2분기에는 20만 명이 아니라 200만 명의 고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기도
넷플릭스가 누렸던 고성장세는 막을 내리고, 이젠 경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 웰스파고
이 여파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레이어인 디즈니와 아마존까지도 주가 하락을 맞이한 것. 그럼 OTT 산업은 이제 끝난 걸까? 영원히 성장하는 산업은 없다. 새롭게 생겨나 커나가는 산업은 쪼그라들었다, 부풀었다를 반복하면서 커지는데 OTT라는 황금의 대지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으로는 더 성장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쨌든 이렇게 OTT 판의 꽃놀이 잔치를 잠시 멈추고, 세상은 다음 산업이 어딘지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대전이 펼쳐질 곳이 있다. 어디일까?
바로 스튜디오다.
이제 스튜디오에서 다음 대전이 펼쳐진다.
스튜디오가 뭐지? 쉽게 말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이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 영화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게 CJ, 롯데, NEW, 쇼박스 등의 투자배급사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직접 스탭을 꾸려서 촬영을 하고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실제 제작은 제작사에서 진행을 한다. OTT라는 판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는 않는다. 각각의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가 있고, OTT 플레이어들은 여기에 투자를 하고 때로는 기획에 관여하여 카피라잇(IP 원작의 소유 권한)을 가져간다.
즉, OTT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투자금액이 더 늘어나고, 이들은 고스란히 제작사=스튜디오로 들어간다. OTT가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판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럼 국내 OTT 업계는 어떨까? 티빙이, 웨이브가, 왓챠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를 하며 이 변화를 맞이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힘을 쓰고 확장을 해도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과는 제작비 규모로만 봐도 이들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스튜디오라면?
한국에는 수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이 있다. 그중에는 글로벌에서 히트 친 <오징어게임>을 만든 제작사도,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든 제작사도 있다. 특히 오징어게임의 전과 후로 글로벌 OTT사들의 한국을 바라보는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는데, 제 2의 오징어게임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플레이들이 많은 돈을 싸들고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스튜디오는 앞으로 어마어마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황금의 대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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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큰 미디어 공룡인 CJ ENM은 가장 먼저 이 변화를 감지했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스튜디오를 앞으로 살아남을 미래의 비즈니스로 보고 있다. 그래서 올해 글로벌 스튜디오 중 하나인 '엔데버 콘텐츠'를 무려 9300억원이라는 비용을 들여 인수한 것. <라라랜드>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같은 성공적인 영화를 만들어낸 곳인데, 왜 이런 거금을 투자해 인수한 걸까?
CJ ENM은 넷플릭스 <소년심판>과 같이 수많은 드라마 히트작을 만든 국내 최대 드라마 스튜디오 '스튜디오 드래곤'을 가지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과 함께 멀티 스튜디오 체제로 다음의 미디어 시대를 대비하려는 것이 CJ ENM의 전략이다.
더 나아가 아예 CJ ENM 스튜디오스 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여기를 허브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와 크리에이터들을 모아서 예능,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며 글로벌 판에서 싸울 수 있는 스튜디오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것. 기존 CJ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과 채널들, 티빙, tvN이나 OCN을 넘어 OTT라는 전체판으로 콘텐츠 제작 분야를 넓혀가려 한다. 이후에 CJ가 공급하는 드라마뿐 아니라 넷플릭스 예능, 아마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될지도?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국내판에서 다양한 연합군을 만들어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스토리위즈(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기획·제작·유통), 밀리의 서재(독서 플랫폼), 지니뮤직(음원 스트리밍) 등을 갖춘 KT의 스튜디오지니 그리고 570만명의 창작자, 10억개의 원천 콘텐츠를 확보한 네이버웹툰과 CJ ENM이 지분제휴 관계를 맺으며 동맹을 맺은 것.
CJ ENM은 글로벌 IP & 제작사로 선언한 것,
앞으로 펼쳐질 스튜디오 전쟁의 출사표다.
그럼 이제 CJ가 국내 미디어 & IP 업계를 천하통일한 것일까?
여기에 또 다른 플레이어가 등장한다. 예능과 드라마에 걸쳐 CJ와 경쟁해온 JTBC도 이 스튜디오 전쟁에 참전한다. CJ의 출사표에 이어 이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JTBC의 이름을 지웁니다.
스튜디오 SLL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름에서 'JTBC'라는 타이틀이 사라졌다.
SLL의 이름은 유튜브에서 많이 봤을 <와썹맨>, <워크맨>을 만든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영문 약자이다. JTBC가 가지고 있는 JTBC 스튜디오를 사명뿐 아니라, 글로벌 스튜디오로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바꾼다고 선언한 것. 기존의 JTBC 채널과 유튜브 채널을 넘어서 글로벌 OTT사에 공급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 대전에 참전하기로 한 것. CJ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펼쳐질 미디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이다.
이 SLL 산하에 다양한 독립된 스튜디오들을 하나로 모아 레이블 체제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넷플릭스 히트작 <D.P>와 <지옥>을 만든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도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CJ와 유사하다. 글로벌 제작사 윕을 인수하며 마찬가지로 멀티 스튜디오 체계를 구축한 것까지도.
그리고 브랜드가 사라진다?
앞서 회사명에서 회사 타이틀이 빠진 것처럼 기존에 이들이 가진 브랜드들도 일부 사라질 수 있다. 사라진다는 의미는 새로운 형태로의 변화를 말한다. 새로운 변화에 맞춰 전략에 맞게끔 기존의 일부 채널을 접거나 브랜드들이 사라질 것이 앞으로는 추억 속의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올리브, 온스타일 등) 그 대신 스튜디오의 역할을 키우면서 자체 채널이 아닌 타 OTT사에 공급하는 콘텐츠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참고기사 : 사라지는 미디어
이렇게 스튜디오의 전쟁이 펼쳐졌다. 그럼 이제 CJ ENM (스튜디오스) 와 JTBC (SLL) 이 국내의 판을 두고 격전을 벌이게 될까? 하지만 1등 업체는 2등과 경쟁하지 않는다. CJ는 글로벌로 뻗어나가며 국내에 없는 모델을 분주히 만들어갈 것이고, 이들은 JTBC를 경쟁사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반대로 JTBC는 CJ의 모델을 좇으며 (때론 한방씩 휘두르며) No.2로 공고히 자리 잡아갈 것이다. 제 3의 플레이어들, NEW라던가 카카오도 종합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목표로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JTBC가 2등을 굳히는 것도 충분한 미래의 경쟁력이 될 것.
주식 투자를 하거나, 미디어 관련 업계에 속해 미래의 커리어를 그리고 있다면 이 변화들을 감지하고 있으면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일어날 일들이 더 선명히 보이고 여기서 유리한 선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산업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든 개인에게도 영향이 있다. 앞으로 펼쳐질 '스튜디오 전쟁'은 '콘텐츠 전쟁'이고, 이 콘텐츠 전쟁은 일상으로 더 침투할 것이다. 유튜버의 시대를 넘어 개인이 콘텐츠 공급자가 되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 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개인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왜냐? 미디어로 둘러싸인 '놀이의 시대'가 왔기 때문에. 놀이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에 대해서는 지난 글을 공유하며, 앞으로 펼쳐질 변화에 서서 인생을 멋지게 놀이해 다음 시대에 살아남기를 응원한다.
*함께 보면 좋을 이야기
*함께 들으면 좋을 이야기 '놀이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
*커리어리에서도 매주 미디어와 인사이트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