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술이 힙해지고 있다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고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술.
전 국민이 고기를 먹을 때, 회를 먹을 때, 다 같이 어울릴 때, 어색함을 풀 때, 의미를 가질 때 술을 마신다. 직장에서의 회식, 친구들끼리의 이벤트, 친척들끼리의 기념일까지 모든 자리에서 술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술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이 의미를 알아채고 술을 무기로 활용한다면 다음 시대에 유용한 하나의 요긴한 아이템이 될 수 있고, 이걸 모른 채 예전 시대의 술로 살아간다면 옛날에 갇힌 채로 살아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술의 이면에 대하여. 이 글 하나만 읽거나 담아두면, 하나의 문화로서의 술이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술의 애호가로서 알고 있는 술과 관련된 몇 가지 TIP들을 공개하니, 꼭 알아두고 술을 무기로 잘 활용해보길 바란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술의 의미는 먹고 죽는 것이었다.
대학생 시절,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지금으로 치면 '인싸의 모습'이었고 잘 마시는 사람은 조명을 받는 시절이었다. 사회초년생 시절만 하더라도 회사에서 술자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고, 술을 마시고 집에 가는 타이밍과 술을 마시는 정도를 정하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 사회 계급의 위에 위치한 권력자의 몫이었다.
지금도 생생하다. 소맥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고 한참 혼이 나고, 계급의 윗사람이 제안한 원샷이라는 퍼포먼스를 해야 했던 그 순간들을. 그때는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회식의 의미는 과거에 이랬다. 누군가에게는 고통과 폭력의 시간이었기도 하고, 일장연설의 지루한 순간을 버티고 달콤한 말을 꺼내는 자가 승리자가 되는 시기가 오래 지속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사회 구성원들이 모일 때 사회 계급의 권력으로 억압을 하면 그 순간 입소문이 나고, 그 주역은 '꼰대'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된다. 그 행위가 과도한 경우에는 회사에서 하나의 이슈가 되고, 블라인드로부터 누군가의 저격이 일어나기도 한다. 술의 선택과 자유가 생겼다. 이것은 사회 하위 계급의 반란이 아니라, 당연한 행위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리두기 2년의 시기는 그 변화를 빠르게 앞당겼고, 이제 모든 사회의 구성원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순응해가고 있다.
그럼 이 시대는 어떻게 술이 변하고 있을까?
'마시고 취하는 행위'에서 '선택하고 즐기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술이 하나의 취향이 된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그런 문화는 존재했지만, 소수의 즐길거리였다. 그것이 이제는 세상 밖으로 꺼내져 대중화되고 있다.
먼저 '양주'와 '폭탄주'라는 말이 사라졌다. 양주는 이상한 말이다. 어원 그대로 서양술을 일컫는 말인데, 여기에 위스키 브랜디 럼 진 모두가 하나로 묶여 있다. 그럼 칵테일은 양주일까? 아닐까? 잘 생각해보면 양주라는 말은 과거 시대의 '마시고 취하는 행위'를 위해 존재했던 시그니처 '폭탄주'의 소재가 되는 걸 묶어 말하는 것 같다.
그 대신 그 자리를 '위스키'라는 말이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싱글몰트, 블렌디드 위스키로 나누어 마시고, 저마다 자기만의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패션 브랜드나 특정 맛집을 즐기 듯, 자기 취향에 맞는 술을 찾고 그걸 알아가는 재미를 쌓으며 술을 즐기고 있다.
'선택하고 즐기는 문화'로서의 술이라는 중심에는 2030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도 위스키의 수입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고, 이마트 위스키 구매고객의 46% 이상이 2030이라고 한다. 이렇게 위스키는 과거 아재 술을 위한 폭탄주의 양주가 아닌, 요즘 시대의 힙한 술이 되었다.
[TIP] 위스키 사기 요긴 한 방법
맥켈란부터 산토리 위스키까지 요즘 위스키가 세계적인 대란으로 공급이 부족하다. 돈 내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부르는 게 값이다. 웃돈을 주고 사야 할 판이다. 추천하는 채널로, 남대문 시장에 가서 술을 찾는 걸 '남대문 던전(남전)'이라고 하는데 좋은 술을 합리적인 가격에 득템 할 수 있다.
*추천 스팟 : 남대문 신화(구 안성상회) 02-776-2930
(참고로 본인과는 아무런 관련 없다)
이렇게 힙한 위스키가 있다면 국내 술로는 소주가 있다. 앞서 라이프스타일 술을 표방하는 원소주의 아티클을 담은 바 있다. 소주에 대한 이 포스팅에 무려 4만명이 넘는 사람이 보며 그 반응에 의아했는데, 이렇게 '마시고 취하는 술'로서가 아닌, '브랜드'로서의 술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
맥주로 보면 국민맥주의 하나로 떠오른 '제주맥주'가 있고, 편의점 품절 사태를 일으킨 '곰표맥주'까지 이렇게 사람들이 국내의 술 브랜드에 열광하는 현상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펼쳐지며 국내 술 시장을 바꾸고 있다. 불과 10년 전 카스 아니면 하이트, 참이슬 아니면 처음처럼 중에 골라야 했던 시대를 떠올리면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당시 클라우드가 나왔을 때 새로운 선택권에 빠져 오랫동안 찾았던 기억이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어떨까?
술은 애석하게도 전통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내 주류법 상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술을 만나려면 대개 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뜨거워진 술 시장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공간이 등장했다. 롯데마트에서 만든 '보틀벙커'. 잠실에 가장 먼저 선보이며 국내 술 마켓 최대 규모로 다양한 술을 선보였는데, 일부 한정판 술을 차지하기 위해 명품시장에서나 볼법한 오픈런이 펼쳐지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는 타깃층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보틀벙커의 탄생과 히트에도 술의 브랜드를 즐기고, 취향을 찾는 세대 2030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재미 포인트. 4개월 간 60억의 수익을 내면서, 롯데마트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고 그 접점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트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콧대 높은 주류 업체도 입점시키고 있고, 가보면 다양한 술들을 여러 프로모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와인이 주력이라 브랜디나 리큐르와 같은 술이 다소 부족한 점은 아쉬운 부분. 홈파티를 하기 위해 와인을 중심으로 술을 다량 구매하고자 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
[TIP] 술 사기 좋은 온라인 채널 추천
오프라인 접점 접근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데일리샷' APP과 'GS25 나만의 냉장고' APP의 와인25+ 서비스를 추천한다. 다양한 술들을 프로모션 가격에 만나볼 수 있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받아볼 수 있다.
그럼 이렇게 힙하고 뜨거운 세상의 술에 대한 관심 속에, 술을 더 알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술의 브랜드를 공부하고 전부 맛봐야 할까? 이 궁금증이 든다면, 대한민국의 소문난 주당 중에 하나인 성시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성시경은 자신만의 '술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정답이다 라기보다는 이렇게 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 나만의 즐기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만들어가면 술이라는 것이 가진 의미가 생길 수 있다. 더 나아가 살아가는 데 있어 커다란 존재감으로 자리와 인연을 빛내며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꼭 기억하면 좋을 한마디는 먹고 죽는 술에 대한 위험한 경고.
술의 맛을 모른 채 취하면 본인의 술을 알 수가 없다.
술을 마실 때 다른 것이 섞이지 않게,
술맛을 고이 맛봐야 진짜 그 술을 마주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이 마시자는 것은 가장 위험한 것
술에 대한 세상의 변화와 함께 관련된 비즈니스도 더 다양해지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 변화는 이제 시작으로 앞으로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Fad, 인스타를 위한 하나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4만불 시대를 맞이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럼 새로운 시대를 맞아 지금부터 무얼 준비할 수 있을까?
집을 BAR로 꾸민 채, 온갖 술을 탐닉하고 혼술을 즐기며 사람들을 초대해서 홈술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오랜 취미를 넘어 본격적으로 술을 알아보기로 마음먹는다. 마치 4년 전, 부동산을 처음 입문하고 지금까지 쌓아와 무기가 된 것처럼 지금부터 술을 공부해서 수년 후에는 '술'을 무기 키워드의 하나로 채우려고 한다.
먼저 조주기능사가 되어 본격 '술꾼'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수년 후 나의 BAR를 갖는 것. 그걸 상상하고 공부하면서 다음 시대를 준비한다. 지금부터 씨앗을 심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키워 세상에 선보이는 날을 기다리며. 그 과정에서 배우고 얻는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전해, 술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보려 한다.
먹고 죽는 술의 시대는 죽었다. 선택하고 즐기는 술의 시대, 서막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술에 대한 세상의 변화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만들어 무기로 활용해야 하는지까지 담아봤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인 '술'의 의미를 잘 새기고, 자신만의 철학, 취향과 스토리를 쌓아가기를 추천한다. 또 이후에 펼쳐질 술과 관련된 각양각색의 새로운 모습들을 기대하며 오늘도 취하는 밤을 맞이한다.
*커리어리에서도 매주 미디어와 인사이트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