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회사원이 술꾼이 되려는 이유
누구나 인생이 바꾸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순간은 우연이 될 수도, 누군가가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글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그 계기로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인생의 전환점이 된 3가지 순간들로 꺼내보는 다음 인생의 출사표.
그리고 놀라운 것, 이 3가지 전환점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인생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도움이 될 이야기.
그리고 돈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하게 된 독립, 내 돈 3천만원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조그만 원룸 오피스텔뿐이었다. 그리고 한 달을 혼자 살면서 쓴 생활비를 들여다보니, 이걸로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내집은 마련할 수 있을까? 마음이 절실해졌고 그때부터 시작한 부동산 공부 그리고 돈 공부.
돈을 모으고,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고 그렇게 일상의 남는 시간을 모두 부동산에 쏟아부었고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아파트, 대출, 임장, 상가. 키워드를 하나씩 알아가며 힘을 키웠고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산을 만들 수 있었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빚 내면 위험해, 부동산 다 끝났어, 상가는 망하는 길이야. 그 과정에서 숱하게 들어온 이야기들. 쉽지 않은 고비들도 많았으나, 다행히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담아서 3년 전의 나와 같은 누군가, 내집마련으로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갖고 싶은 사람을 위해 글을 담고 있다.
신호와 소음 이라는 책에서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잘 가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딱 두 가지에만 집중을 했던 거 같다. 갖고 싶었던 나만의 집, 그리고 필요한 돈 공부. 이것이 과거의 전환점이었다.
>> 살아가면서 모두에게 필요한 딱 한 가지만 고르라면 주저 않고, 이걸 고르고 싶다. 바로 돈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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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꿈은 꿈으로 남겨졌고, 현실 세계에서는 남들처럼 회사원이 되었다.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면서 정신없이 일에 매진했고 그렇게 직장의 DNA가 새겨지면서 잊혀진 꿈이 되었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동료분이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쿵, 이런 것도 있구나. 그때부터 다시 잊혀진 꿈을 꺼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만화 그리는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그 당시 경영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던지라, 머릿속 이 분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네이버 이해진, 카카오 김범수 창업주의 이야기를 공부하게 되었고,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걸 만화로 그려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당시 유행했던 초인물 장르로 이들의 이야기를 섞어 만화를 그렸고 만화 공모전 제출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탈락, 그다음 또다시 탈락. 그러길 얼추 30번은 이어진 것 같다. 지금 다시 보면 눈이 아플 정도로 완성도도 낮고, 세계관도 엉성해서 부끄러운 습작 수준인데 열정을 가지고 연이어 공모전에만 몰두했던 그 당시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열정보다 더 중요한 건 콘텐츠의 완성도인데, 그 당시 이 신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연이은 탈락에 공모전을 내려놓고, 그냥 취미로만 그리자 하여 인스타그램에 시작한 혼밥만화. 혼밥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게 되었는데 다음 스텝과 목적이 없는 취미는 오래 이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혼밥을 하면서 전하는 명확한 메시지가 없었던지라 공감을 얻을 수 없었고 이것도 접게 되었다. (현재는 혼밥 사진만 올리는 계정으로 가끔 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내가 보내고자 하는 신호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 전환점으로 부동산과 돈에 대한 이야기를 담다 보니 느낀 것이 한가지 있었다. 세상에 만화 잘 그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많지만, 만화를 그리는 사람 중에 나만큼 부동산에 진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시지와 정보만 괜찮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한 부동산 만화. 만화를 부동산이라는 신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크진 않지만, 조금씩 사람이 찾고 있고 부동산과 돈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알려지면서 매주 재밌게 그리고 있다. 지금은 꼭 필요한 정보만 전하고 있지만, 다음 스텝에는 만화 속 캐릭터와 스토리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기하게도 #1의 전환점이 전혀 생각지 못한 힌트가 되어 연결이 되었다. 나만의 놀이 부동산 만화, 이것이 현재 진행 중인 전환점이다.
>> 세상이 놀이화 되어가고 있다. 이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들이 찾는 나만의 놀이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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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전환점은 무얼까? 현재 30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갖고 있는 한 가지 철학이 있다. "마흔 살에는 죽는다는 것." 마흔 살에 죽는다고? 시한부를 살고 있다는 걸까. 지금 시대,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중에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걸로 미래의 일을 준비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다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연봉을 높여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충분히 만족스럽게 일을 하며 지내고 있으니까.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커리어, 하지만 마흔 살에는 죽는다. 나에게 남은 3년의 시간, 마흔 살을 미리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가능성을 모색해보았다. 스타트업을 도전해볼까, 크리에이터로 키워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만의 BAR를 만든다.
그리고 마음먹은 것, 바로 나의 BAR를 갖는 것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홈파티를 좋아해 집을 아예 BAR로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남자. 이 남자가 기꺼이 재밌게 할 수 있으면서 세상을 살기 위해 필요한 생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분야는 바로 BAR 였다. 마음의 진심을 확인하는데 1년에 가까운 시간이 들었고, 확신을 가진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BAR는 경쟁이 치열해서 돈을 못 벌어. 코로나 시국에 위험한 일이야.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들은 조언들. 진심어린 마음은 감사했으나, 신호와 소음 중에 신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망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잡은 세 가지 포인트.
(1) 다음 살아갈 동네에서 BAR를 만든다.
(2) BAR를 만들기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
(3) 술을 공부하고 공간을 준비한다.
(4) 나만의 차별점을 만든다.
이것을 마음먹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전환점 #1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3년이란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고 하나씩 실행해나가면 결국 이뤄지거나 그것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일환으로 최근 바텐더 자격증인 조주기능사 1차를 합격했고, 실기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이후에 지인이 오픈하는 공간에서 내 시간을 내서 술을 만들어 제공해볼 계획이다. 또 시간이 되면 언젠가 BAR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기본을 익힐 요량이다.
돈 공부에 이어 이제는 술 공부다.
돈 공부 3년으로 만들어낸 #1 이야기가 있고, 30번의 만화 공모전 탈락을 딛고 다시 만들고 있는 #2 이야기가 있고, 다음 3년에 걸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것이 앞으로 그려나갈 #3 미래의 전환점이다.
회사원은 술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술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알게 될까? 마흔 살에 죽고, 새로운 라이프로 태어난다면 나에게 그것이 술이 되어 있을까? 오늘도 무수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출사표를 던진다. 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신은 마흔 살에 죽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라이프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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