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신입사원
처음으로 나간 사회라는 곳은 불편한 세계였다.
그리고 나는 더 불편해지게 불을 질렀다.
이 글은 불편한 사람, 불편한 것들에 대해 이제껏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는 시간을 만들 것이다. 모두 읽고 나면 기존에 알고 있던 생각이 바뀌어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나만의 묵직한 무기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을 감추고 불편한 세계에 머물 인가? VS 진실을 꺼내고 내가 원하는 세계로 갈 것인가?
살면서 겪었던 불편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아무도 겪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의 시작의 순간으로 잠시 들어가 본다.
누구나 시작이 존재한다. 학교, 일, 결혼. 모든 것의 첫 시작은 새로운 세계다. 특히나 일이라는 시작은 이제껏 살아온 것들과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커다란 전환점이다. 나의 일의 시작은 인생에서 가장 불편한 시간이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취업이라는 것을 앞둔 그 당시, 세상이 어지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회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사람들은 이제 어둠이 찾아온다고 했다. 경기가 얼어붙었고, 회사가 어려워졌고, 사람들의 씀씀이도 줄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일의 자리가 줄어든다. 어둠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사는 사람을 줄이고, 새로운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취업이란 과정을 나아가게 된다.
가고 싶었던 한 곳이 있었다. 보고 자라며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예능, 음악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곳에 가서 나의 세계를 키워보고 싶었다.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마케터였다. 대학 때부터 마케팅 활동들을 해오고 꿈을 키워 왔기에.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얼어붙은 경기 속에 유일하게 뽑는 한 자리, 단 한 명의 공고만이 있었다. 그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인사팀이라는 이름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지원을 하기로 한다. 세상의 혼돈이 지나 다시 밝아지고 원하는 일의 기회가 언젠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년이란 시간을 가만히 기다리기는 어려웠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해볼 수 있을까? 인사는 사람과 관련된 일이고, 사람의 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일까? 나는 선택했다. 내가 아니라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의 선택에 맡겨보자고. 그리고 그곳은 나를 선택해 주었다. 단 한자리에는 내가 설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솔직한 것이 좋다고. 솔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막상 진짜로 솔직해지면 어떻게 될까? 진실은 불편함을 만든다. 솔직하라고 하는 것은 불편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선택해야 한다. 불편함을 맞이할 수 있을까? 불편함을 꺼낼 수 있을까? 나는 솔직함으로 불편함에 불을 지폈다. 무슨 일이었을까?
새로운 사회의 시작을 앞두고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함께 일하게 될 선임 그리고 리더분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회사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의 철판 스테이크를 먹게 되었다. 이것이 사회인들의 식사일까? 이 회사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걸 먹는 걸까? 이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함께 일하게 될 한 팀, 서로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과정이었다. 궁금증과 함께 긴장과 떨림이 함께했다.
그 자리는 또 하나의 면접과도 같았다. 끊임없는 질문이 쏟아졌고, 질문으로부터 나의 세계를 계속 꺼내야 했다. 잘 익혀진 철판 스테이크는 속에 잘 들어가지 않았고, 서로 알아가는 식사 자리로 생각했던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순간은 내가 파헤쳐지는 시간이었구나.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뭐 하시는지, 어느 동네에 어디 집에 살고 있는지까지 낱낱이 꺼내게 된다.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지만 이것이 새로운 세계구나 싶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질문에는 항상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붙었다. 진짜로 솔직한 걸 원하는 걸까? 진짜로 솔직하게 해도 되는 걸까?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질문의 끝자락에 이런 질문이 들었다.
"그래서 되고 싶은 게 뭔가요?"
"앞으로의 미래를 말씀 주시는 걸까요?"
"네. 사회로 나와서 되고 싶은 꿈? 미래? 이런 걸 이야기해 주세요. 솔직하게."
그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한 세계에서는 '저는 인사팀의 일원으로 열심히 일해서 임원이 되고 싶습니다. 또는 지금 계신 이 자리의 분들처럼 되고 싶습니다' 라고 답을 보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내 정신세계 속 마음의 소리가 그 순간 이렇게 말했다. '그거 맞아? 아니잖아. 솔직해져 봐. 솔직하게 이야기 하라잖아."
"..진짜 솔직하게요?"
"네. 솔직하게요."
"저는 인사팀 일원으로 열심히 일을 해서, 나중에 좋은 기회로 마케터의 커리어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 수 있겠지만요."
"...!?"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 속에 먹었던 스테이크가 목에 걸려있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 팀을 바꾼다는 것은, 직무를 바꾼다는 것은 변절자와도 같았다. 변절자, 절개나 지조를 지키기 않고 마음을 바꾼 사람. 솔직한 나의 미래의 상상은 그 자리에서 변절을 선언한 것과 같았다. 먼 미래의 계획이라는 수식어와,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은 이미 사라지고 변절만이 남았다. 사회라는 세계에서 있어보지 않은 나는 몰랐다. 이 말을 꺼낸 그 순간부터 시련이 시작될 줄은.
그렇게 불편한 세계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좋은 곳에 취업을 갈망한다. 멋진 로고가 담긴 사원증을 매고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동료와 함께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모여서 열정적으로 회의를 하는 모습, 스티브 잡스처럼 발표를 하여 사람의 마음을 웅장하게 하는 그 순간들을. 나 역시도 그것을 꿈꿔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세계는 창고라는 세계였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유배라는 말이 있다. 중한 죄를 저질렀을 때 멀리 보내는 것을 말한다. 나의 솔직함은 중한 죄였다. 나의 상상을 꺼내고 나서 사회 첫날부터 유배가 시작되었다. 나의 일은 창고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관리하고, 사람들의 노트북을 관리하고 바꿔주고 교체하는 일이었다. 때로는 회의실을 찾아다니며 고장 난 곳들을 고치는 일들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일들은 모두 회사에서 귀중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그 어떤 공고에도, 면접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팀의 술자리가 있을 때면 길게는 1시간까지도 늘 혼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좋아하는 맥주가 목구멍에 걸려서 숨이 막히는 기분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매일 부정당하고 있었다.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부족하고, 하는 말들이 잘못되었다. 그것이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그 누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더 어둡고 불편한 세계가 되어갔다. 다 이러면서 배우는 건가? 그러면서 커나가는 건가? 이렇게 성장하는 건가? 나는 성장하고 있는 걸까? 시간이 지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볼 때는 매 씬마다 눈물을 참느라 힘겨웠다. 이때의 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처음 새로운 세계를 만나 힘듦을 겪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불편한 세계라도 그 안 빛은 존재했다.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나의 창고와 노트북과 고치는 일은 사람들의 일을 돕는 보람을 가진 일들이었다.
소소한 빛과 보람을 쌓고 버티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불편한 세계에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몰랐다. 물어볼 누군가도 없었고, 주위에도 모두 이제 막 시작을 한 사람들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알게 된 답은 두 가지였다. 세계의 시간을 버티는 것 그리고 그 세계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렇게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어느덧 창고와 노트북과 고치는 일에 능숙해져 있었다. 노트북을 전해주고 바꿔주고 다양한 것들을 고치는 순간, 사람들을 돕고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여전히 불편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작은 일의 보람이 소소한 빛이 되어 버팀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회사가 사라지게 된다. 그룹 내 여러 회사가 합쳐서 하나의 회사가 된 것. 6개의 회사가 갑자기 하나가 되는 건 대한민국이 생긴 이래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들이 생겨났다.
함께 일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게 되고, '성과관리'라는 새로운 일을 맡게 되었다. 사람들의 일의 목표를 함께 계획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고, 달성한 목표를 평가해서 평가등급과 연봉, 인센티브까지 결정하는 그런 일이었다. 일의 결과, 그리고 보상을 만드는 중요한 일이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멘토의 존재와 멘토링이라는 것의 의미를. 그렇게 멘토와 좋은 리더와 함께 일에 몰입하여 시간을 보냈고, 조금씩 그 일의 세계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서도 불편함은 있었다. 연말 평가 시즌이면 집에 가지 못하고 밤이고 새벽까지 일을 해야 했다. 시간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성장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신뢰를 만들고, 회사 안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때론 불편함은 성장을 만든다는 것을. 그리고 처음의 불편한 세계를 버텼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세계의 시간을 버티는 것, 그 세계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이 두 가지가 불편한 세계 안에서 가져갈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내 일의 세계를 수년간 키워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 온 성과, 관계, 신뢰를 무기로 처음 상상했던 대로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꿀 수 있었다. 스테이크를 먹는 첫자리에서 밝혔던 그대로, 나는 시간이 지나 마케팅팀으로 가서 마케터가 되어 원하는 세계에 갈 수 있었다. 혼자만의 결과가 아니었다. 과거 창고와 노트북과 고치는 일로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힘을 실어주었다. 성과관리 일을 함께 했던 분들이 지지자가 되어주었다. 불편한 세계라도 함께 하는 누군가가 다음 세계로 가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났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인사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마케터로 기억을 한다. 지금도 첫 사회생활에서 겪었던 불편한 세계가 생각이 난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 이런 대화가 나눈다.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시간이 지나 그 처음의 불편한 세계를 만들어준 선임에게 물었다. 그 시간 동안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어떤 것이었냐고. 그리고 답은 이랬다.
금방 나갈 줄 알았다고.
나에게 불편한 세계를 만들어준 그분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불편한 세계와 새로운 세계, 원하는 세계라는 여정을 모두 올 수 있었다. 덕분에 솔직하다는 말의 의미도 잘 알게 되었다. 말을 해야 하는 것과 마음속에 담아야 하는 것을 타이밍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갓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야기는 타이밍이다. 솔직함을 마주할 때는 항상 생각해야 한다. 생각과 상상의 세계를 언어로 꺼내서 불편한 세계를 마주할 것인지, 잠시 담아둘 것인지. 답은 없다. 각자의 선택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나는 나의 솔직한 말로부터 불편한 세계를 만났고, 그 시간의 버티며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세계로 갈 수 있었다.
불편하다는 것은 더 나은 세계로 나를 가게 만든다.
총 10개의 글에 걸쳐 불편한 이야기, 불편한 감정, 불편한 사람에 대한 나의 과거와 진실을 꺼내보려 한다. 불편한 글 속에 당신과 세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한 사람> ep.2
초인
이 시리즈를 통해 아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이 답을 찾아서 나를 세상에 던지는 무기로 활용하고 싶다면, <불편한 사람> 시리즈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불편한 사람인가요?
불편한 사람은 안 좋은 걸까요?
불편한 사람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불편한 사람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까요?
나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까요?
<불편한 사람> ep3
<불편한 사람> 프롤로그
<불편한 사람> e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