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었다
실패로부터 살아남는 불편한 방법
2년 간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나는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기로 한다.
이 글은 불편한 사람, 불편한 것들에 대해 이제껏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는 시간을 만들 것이다. 모두 읽고 나면 기존에 알고 있던 생각이 바뀌어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나만의 묵직한 무기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한 기억을 외면하고 영원히 반복할 것인가? VS 불편한 세계를 마주하고 나의 무기로 만들 것인가?
살면서 겪었던 불편한 일의 이야기를 하나 담아본다.
아무도 겪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의 좌절의 순간으로 잠시 들어가 본다.
누구나 한번쯤은 새로운 일의 시작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기존에 해오던 일을 하며 안정적으로 나아가 기존의 세계를 더 단단하게 할지, 새로운 곳에 가서 나의 세계를 확장할지의 기로에 섰다. 새로운 기로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더없이 불편한 결과들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예능과 드라마를 마케팅하는 마케터가 되었다.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일이 펼쳐졌다. 그 당시 모바일앱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일하고 있던 방송사에서도 모바일 앱을 만들게 된 것. 그 프로젝트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다. 프로젝트는 기존에 없던 새로 시작하는 세상이었다.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예능과 드라마를 마케팅하던 이가 하루아침에 앱을 기획하는 사람이 되었다.
해오던 일과 앱을 접목시켜 또 다른 방송 채널을 모바일에 만들어보려 했다. 모바일 버전의 예능을 선보이고 드라마를 웹툰으로 만들며 여러 시도를 했다. 꿈을 꿨다. 기존에 없던 최초의 모델을 기획한 사람이 되어 판을 흔들며 커다란 획을 긋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상상과 다르게 현실은 좀처럼 반응이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런 과정조차도 영웅담의 시련기처럼 으레 겪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계속 다음 스텝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계속되는 시도에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예능과 드라마를 만드는 세상의 변방 속에서 피는 빛이 아니라 점점 꺼져가는 어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죽음을 맞이한다.
모바일앱이라는 새로운 일의 세계에 왔다. 모르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며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달렸지만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새로운 세계를 낳아준 곳은 새로운 세계를 실패로 판명했고, 나는 내 손으로 앱을 삭제하는 순간을 맞이하며 프로젝트를 죽이게 된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기획을 하고 매일매일 수치를 보고 좋은 날, 안 좋은 날 숫자에 일희일비하던 순간들이 스쳐갔다. 그 프로젝트는 그렇게 실패한 프로젝트로 끝을 맺게 된다. 한 가지 더. 나라는 사람은 실패한 프로젝트를 실패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누구나 실패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럴 때 주위에서는 위로를 하거나 공감을 한다. 다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자신들도 그런 순간들을 겪어 왔다고. 또는 겪게 될 거라고. 위로는 마음을 잠시 잡아 주지만 위태로운 정신까지 잡아주지 못했다. 내 손으로 시작해 내 손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처음 맞이하는 프로젝트였다. 마음에 어둠이 졌고, 생각도 함께 어두워져 갔다. 다른 이들이 나를 실패한 프로젝트를 만든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고, 안쓰럽게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생각들은 내 어두운 감정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다시 예능을 만드는 일로 돌아가게 된다. 빠르게 어둠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프로젝트의 기억을 잊고 안에서 지우는 일이었다.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처럼. 나도 그 프로젝트를 입에 담지 않고, 내 앞에서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꺼내드는 순간 다시 표정에 어둠이 졌을 테니까.
아픔을 치유하고 상처가 가시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시간'이라고 한다. 시간은 무섭게도 잊고 싶었던 것을 실제로 잊게 만든다. 그렇게 과거 속 실패했던 프로젝트는 실제로 잊혀 갔다. 그리고 다음 회사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하게 된 일은 기존과는 달랐다. 긴 호흡으로 하나의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는 것들이었다. 기존에 예능을 맡아하던 것과는 달랐다. 프로젝트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나의 무의식에는 한 가지가 있었다. 무려 2년이나 해왔던 프로젝트를 리드해 왔던 시간. 그 기억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백지에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신기하게도 시간이란 것은 과거의 기억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과거에 마음을 찢어놓고 어둠에 가두었던 그 실패했던 프로젝트가 2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꺼냈을 때는 창고에서 발견한 하나의 앨범 같은 기분이었다. 약간의 낯선 찌릿함은 있었지만 기억을 꺼내서 펼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순간, 고민하며 하나씩 만들어간 과정, 그리고 위기를 겪고 극복했던 시간들까지. 그것들을 꺼내서 마주하고 나니, 전에 없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누구를 향했는지 몰랐던 시작, 어떤 것이 핵심인지 모르고 던졌던 과정, 진짜 위기의 이유가 뭔지를 정의하지 못했던 오판까지. 어둠의 아픔은 온데간데없고 부끄러움이 찾아왔다.
왜 전에 안 보이던 것이 이제 보였을까? 바둑도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인다 하고, 축구도 뛰는 선수보다 멀리 보는 관객이 더 큰 시야로 보게 된다. 프로젝트의 죽음이 2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빈 곳이 보이고 부족함이 보였던 것. 그 당시 옆에서 보던 이들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묻고, 이야기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듣고 했어야 했다. 나는 내가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불편한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옆에서 던지는 불편한 순간들이 때로는 더 좋은 방향을 만들어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결심을 한다.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기로. 그 녀석을 외면하고 잊고 넣어두었다면, 이제는 오래된 창고에서 꺼내어 품는다. 그리고 실패한 프로젝트의 요인들을 모두 꺼내서 먹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이 실패의 맛을 잊지 않고 다시는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실패한 프로젝트는 이후에 나의 또 다른 실패를 막아주는 장치의 역할을 했고, 이후에 하는 프로젝트들은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폭풍처럼 그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며 성장하고 커리어를 키워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무언가에서 실패한 이유를, 부족했던 것을 꺼내 마주했을 때 그리고 먹었을 때 비로소 그 경험이 내 것이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은 각기 다른 이들을 하지만, 실패의 과정은 유사하다. 불편한 순간, 불편한 이야기들을 피하고자 하다가 실패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실패를 하고 나서 그 기억을 외면함으로써 또 같은 실패를 맞이하고 만다.
한 번의 실패는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실패가 반복되는 것은 과거의 실패를 꺼내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실패가 되어야 한다. 마치 내가 실패한 프로젝트를 먹고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었던 것처럼. 실패의 기억은 나를 단단하게 보호해 주는 장치가 되고, 같은 실패로부터 막아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아프고 괴롭더라도 실패한 일을, 기억을 꺼내 먹어야 한다. 실패한 기억, 경험의 순간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과정이 한없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런데 실패를 마주하고 내 걸로 만드는 순간 내 것으로 만들고 강해질 수 있다.
이것이 실패한 일을 무기로 만들어 다음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불편한 방법의 진실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ㅡ 철학자 니체
불편하다는 것은 부족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총 10개의 글에 걸쳐 불편한 이야기, 불편한 감정, 불편한 사람에 대한 나의 과거와 진실을 꺼내보려 한다. 불편한 글 속에 당신과 세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한 사람> ep.3
초인
이 시리즈를 통해 아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이 답을 찾아서 나를 세상에 던지는 무기로 활용하고 싶다면, <불편한 사람> 시리즈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불편한 사람인가요?
불편한 사람은 안 좋은 걸까요?
불편한 사람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불편한 사람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까요?
나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까요?
<불편한 사람> 프롤로그
<불편한 사람> ep.1
<불편한 사람> ep.2
<불편한 사람> e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