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임에도 칠흙 같은 어둠, 무서운 기세로 쏟아지는 억센 가을비, 그리고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는 퇴근 차량 행렬.
창 밖은 빗방울때문에 현란하게 산란하는 가로등과 차량 불빛의 아련한 반짝거림.
때마침 흘러나오는 라디오 속 옛날노래 [ 유리창엔 비 ].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놓고서 밤이 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 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밤 마음속엔 언제나 남아 있는
기억은 빗줄기처럼
떠오른 기억 스민 순간 사이로
내마음은 어두운 비를 뿌려요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 것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놓고서 밤이 되면 유리창에
내 슬픈 기억들을 이슬로 흩어놓았네
평생 부를 노래는 10대때 불렀던 노래가 다라고. 30, 40대에 아무리 새로운 노래를 불러보고 좋아하고 연습해본들, 머리 속에 머물지 않는다고 누군가 그랬다.
그 철없는 시절에 나는 이 애절한 노래를 얼마나 청승맞게 불러댔던 걸까?
수십년도 더 지난 지금 이 노래의 감성과 가사가 오롯이 살아난다.
코 앞이 집이지만 20분째 차에 갇힌 나는 이 어둠과 이 빗소리와 이 불빛들이 내뿜는 유치찬란한 감성에 그 시절의 옛노래를 목놓아 부를 수밖에 없다.
차창에 온 몸을 부딛치며 소리 지르는 애닯은 빗방울과 그 빗방울의 눈물을 닦아주듯 쉴새없이 움직이는 와이퍼의 살뜰함을 20분째 바라보며 내가 할 일이 그것말고 무엇이겠는가?
[이 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놓은 내 맘에 비를 내리네]
호우주의보가 내린 이 밤, 차는 움직일 기미가 없지만 나는 감성 과다주의보가 내린 내 가슴 속을 과속으로 내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