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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Aug 15. 2018

촌스러움과 세련됨의 그 어느 지점, 영화 <공작>

액션 없는 액션 영화

 "엄마, 총이 계속 나오는데 총은 한 번도 안 쏴."

영화가 어땠는지에 대한 나의 질문에 영화를 보고 온 고2 아들이 내게 한 첫 마디다.

"그래?, 그럼 재미없었겠네?"

나의 말에 아들은 "보통은 돼."라고 짧게 말했다.

아들이 말한 걸로 볼 때 볼만은 하겠다 싶었다. 왜냐하면 예전에 아들이 먼저 본 <역린>이라는 영화를 내가 보려고 했을 때, 아들은 재미없다며 극구 말렸고, 나는 보는 것을 포기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tv에서 우연히 본 <역린>은 내 인생영화라고 할 만큼 정말 좋았고, 아들과 나는 영화 취향이 정말 다르다는 걸 그때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 보러 간 영화 <공작>은 아들의 말처럼 여러 인물들끼리 서로 의심하고 대립하며 끊임없이 총을 겨누면서, 그래서 뭔가 터질 듯하면서도 터지지 않는, 관객들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인물과 사건의 극적 전환이나 반전이 거의 없다는 점, 심각한 이야기 속에 유머 요소를 넣는 상업영화의 공식을 거의 쓰지 않았다는 점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이러한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흥행을 막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신선한 세련미로 다가오게도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중간중간 이야기의 상황을 전달하는 주인공 황정민의 건조한 내레이션은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 나의 무지함의 탓인지 몰라도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는 옥에 티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황정민과 이성민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 대결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촌스러움과 세련됨을 함께 가지고 있는 배우다. 그의 외모, 말투, 행동의 투박함과 자연스러움은 너무나 실제 같아서 옆집 아저씨 같은 촌스러움과 리얼리티 넘치는 세련됨을 동시에 관객에게 안겨준다. 깎아놓은 것 같은 잘 생긴 배우의 비현실성으로는 다가설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성민은 모든 인물을 딱 자신과 같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성민 자체가 북한의 체제를 지키고 싶으면서도  북한의 개혁과 발전을 바라는 열정이 있으나 현실에 좌절하는 사회주의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의 모든 배역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성민이라는 연기자가 아닌 그 인물로만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북한과 이념, 체제에 대한 이야기, 남북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야기의 참을 수 없는 촌스러움을  촌스러운 배우인 황정민, 이성민과 함께 더욱 촌스럽게 풀어감으로써 오히려 세련된 사실성을 극대화시키고 만다.  그래서 이 영화는 흥행 영화가 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남북문제와 첩보 영화의 또 다른 페이지를 만드는 데는 성공한 영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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