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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풀어본 6가지 인간형

낯선 이들과 1박 2일을 보내면서

by 연구하는 실천가

얼마 전 어떤 글에서 [교육 포로가 아닌 자유 학습자가 돼라]는 멋진 표현을 보며 최근에 전국의 초중등 교사들이 모이는 1박 2일의 연수를 교육 포로의 마음으로 참가하였던 배움에 대한 나의 자세를 반성하며 그날의 연수를 문득 떠올려 본다.


각기 다른 지역, 다른 학교에서 왔으므로 대부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강의실, 그리고 제비뽑기라는 무작위 방법으로 맺어진 6인 1조의 어색한 분위기, 또 처음 보는 누군가와 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이 연수가 소심인인 나의 입장에서는 자유 학습자의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낯선 이들과 낯선 곳에서 함께 하는 연수라서, 그 익숙하지 못함으로 인해 느끼는 새로움이 나름 신선하였던 연수라고 스스로 평가해 본다. 이에 앞으로는 모든 연수에 자유 학습자로서의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다짐을 굳게 해 본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 이런 낯선 자리가 별거 아니라는 뻔뻔함이 조금씩 생기기는 한다.)


그렇게 무작위로 정해진 우리 팀원들의 특성을 설명하자면, 일단 서울, 경기, 전남, 경남, 부산으로 사는 곳이 모두 달랐고, 학교급도 초등학교, 중학교, 인문계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 등으로 다양했다. 또 연령대는 1명이 30대 후반이었을 뿐 나머지 5명은 모두 50대라는 다소 편중된 나이 구성을 보였다. 또 첫인상으로 봤을 때 대체로 먼저 나서기를 즐기지 않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향임이 느껴져 대부분이 나와 같은 소심인 계열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6명 모두 전혀 다른 성향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6명 모두가 성향이 달랐던 점이 흥미로웠던 나는 이들을 6가지 인간형으로 재미삼아 나눠 보았다.



1. A 선생님 (팀장, 대범한 대범인)

유일한 청일점으로 진중하나 적극적인 성향임. 본인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행동력을 가진 리더

-- 강사로부터 팀명과 팀 구호를 정하라는 과제가 떨어지자, 스스로 팀장을 자처하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역할을 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적극적으로 토의를 이끌었다.


2. B 선생님 (기획자, 담담한 대범인 )

차분하면서도 창의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브레인형

- 팀장의 막연한 말을 젊은 감각으로 다시 쉽게 풀어 실질적인 의견을 내며 회의를 주도하고, 아이디어 뱅크로서 대부분의 과제 해결 방법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3. C 선생님 (분위기 메이커, 소심한 대범인)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임. 의견을 내지는 않지만 격려와 칭찬의 말을 수시로 던짐으로써 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격려형


4. 나 (발표자 겸 서기, 대범한 소심인)

절대 먼저 입을 열거나 스스로 나서지 않으나 누가 뭘 시키면 거부하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일개미형

-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팀장의 말에 다수의 팀원들이 반응조차 없었으나, 그나마 쳐다보며 고민하는 자세를 보인 나에게 팀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발표와 서기를 맡기는 무리수를 뒀고, 거절을 못하는 소심인인 나는 감각도 없으면서 덜컥 알겠다고 해 버렸다.


5. D 선생님 (착한 팀원, 담담한 소심인)

말없이 따뜻한 미소와 눈웃음으로 지켜보기만 하는 관조형.


6. E선생님 (투명인간 팀원, 소심한 소심인)

어떤 말에도 반응이 없으며 같은 공간,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무표정형


나는 먼저 6명의 팀원을 대분류로 대범인과 소심인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대범한, 담담한, 소심한으로 다시 소분류하였다. 대분류인 대범인과 소심인은 변하기 어려운 타고난 기질로, [과제나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가, 방어적으로 대응하는가]라는 개인의 반응을 기준으로 나눴다. A와 B, C는 주변의 자극에 자신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나와 D, E는 자극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분류인 [대범한], [담담한], [소심한]은 변하기 어려운 대분류 기질인 [대범인]과 [소심인]의 카테고리 안에서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과 나이에 따라 조금씩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요소로 보았다. 나 자신도 나이가 들면서 처음에는 자극을 거부하는 [소심한 소심인]에서 열심히 참여하려는 [대범한 소심인]으로 변화됨을 느낀다. 이처럼 자신의 성향이 기질 안에서 조금씩 변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도 있다. 집에서는 [대범한 소심인]이었다가,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담담한 소심인]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누구나 자신이 되고 싶은 성격이나 성향이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타고난 기질을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 유전과 환경을 통해 어릴 때 완성된 기질이 어느 정도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바뀌기도 하고, 노력을 통해 바꿀 수도 있지만, 최대한 바꿀 수 있는 부분의 한계점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꼭 소심인이 나쁜 것이고 대범인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범인 중에도 상황에 맞지 않는 언행으로 꼴불견이 되기도 하고, 소심인 중에도 배려의 태도로 전체의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배움에서 [교육 포로]가 아닌 [자유 학습자]로서의 삶을 꿈꾸듯, 생활에서도 나의 소심인 기질을 굳이 바꾸고자 무리수를 둘 필요도 없고, 그저 소심함에 포로가 되지 말고 상황에 맞는 자유 의지인으로서 유연하고 당당한 소심인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소심인입니까? 아니면 어떤 대범인입니까?


(덧붙임)

사실 어떤 누구도 '이런 인간형이다'라는 규정은 없다. 내가 또 다른 5명과 모인다면 나는 다른 인간형일 수도 있고, 우리 팀원 중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다른 유형으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위 유형 분류는 그저 나의 주관적 관점에서 끄적여 본 것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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