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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Mar 13. 2019

미세먼지와 인터스텔라

  미세먼지 가득한 어느 날, 차 안을 내부 공기 순환 모드로  변경하였다. 그순간 라디오에서 오늘 날씨가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바깥을 바라보니 정말 그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뿌연 먼지에 갇혀 버린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인터스텔라는 내가 본 외화 중 제법 강렬하고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뿌연 먼지 속 황폐한 땅에는 오로지 옥수수만이 높다랗게 자라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바깥 여가 생활인 야구경기 관람은 모래 바람으로 중단되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폐질환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근근이 일상을 견뎌낼 뿐이었다. 다가오고 있는 우리의 미래와 무엇이 다른가?  겨우 몇 년 전에 본 영화인데, 그때에는 그저 상상력 가득한 미래의 공상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얼마 전까지 우리가 걱정했던 지구 멸망의 일 순위는 핵전쟁이거나 자원고갈, 아니면 이상 기온으로 인한 천재지변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정작 인류 멸망의 원인으로 미세먼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예전에 봄마다 황사가 우리나라를 덮쳐오면 그로 인한 불편함에 엄청 투덜대었는데, 이제 황사는 그저 애교에 불과해졌다.  이제 우리는 일 년의 반 이상을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출입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학교 현장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쉬는 시간이 다가오면 공을 들고 튀어나갈 듯이 시계를 보며 엉덩이를 들썩이던 녀석들에게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괜스레 허공에 대고 화풀이를 하듯 소리를 지른다. 몇몇 아이들은 교사의 눈을 피해, 그리고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슬그머니 운동장으로 나간다. 그런 아이들을 붙잡아야 하는 교사도 괴로운 마음이다.  그저 실내에 가만히 앉아서 보드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으라고 말하자니 에너지 충만한 아이들은 참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고육지책으로 빈 교실을 놀이실로 바꾸고, 강당을 쉬는 시간에 개방한다.  하지만 갇힌 공간에서 많은 아이들이 뛰어논다는 것은 오히려 바깥보다 공기의 질이 더 못할 수도 있다.  이제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날은 손에 꼽는다. 실내 놀이실에서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고 가벼운 체육을 하는 것으로 체육은 대체되고 있다. 그것도 모든 반이 다 쓸 수 없어 돌아가면서 쓰다 보니 일부 학급은 교실에서 체육을 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아마 가까운 미래의 어느 교실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 선생님. 옛날에는 하늘이 파란색이었다면서요? "

 " 그래. 그때는 거의 매일 하늘이 파란색이었어."

 "와. 신기하다. 회색이 아닌 파란 하늘은 정말 예쁠 거 같아요. 그리고 그때는 정말 마스크를 하지 않고 길거리에 사람들이 다녔어요?"


  나는 요즘 20대 때에도 잘 들고 다니지 않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손을 씻고 더 이상 화장실 휴지를 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서 야채를 사서 비닐로 한 번 더 감싸지 않고 그대로 시장바구니에 담는다.  하지만 시장에 다녀와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면 엄청난 포장지가 생겨나 화가 나려 한다. 개개인 국민들의 노력에 비해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과대 포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인공비에 의지해 먼지를 가라앉히며 하루하루 숨통을 틔우며 살아갈 것인지, 우주비행선을 만들어 새로운 행성을 찾아갈 계획을 세울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당장 전기 사용, 자동차 운전, 일회용품 사용을 지금의 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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