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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Jul 24. 2019

[고민보다 go]를 중심으로 본 bts 노래의 힘

세대를 뛰어넘는 그들의 노래

 사람들이 내게 방탄소년단이 왜 좋냐고 물으면, 나는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어보라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사를 보며 그들의 퍼포먼스를 함께 보라고 한다.   노래만 들으면 나와 같은 중년층은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기가 힘들고, 음악도 시끄럽기만 하다.  하지만 가사를 보면서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그 가사가 의미하는 바나 언어적 유희를 제대로 느낄 수 있고, 퍼포먼스까지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그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고.  그래서 나의 개인 취향에 의거하여, 가사의 매력을 기준으로 그들의 노래를 추천하자면 whalien52, Aswer:Love Myself, Magic Shop 등이고,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추천을 하자면 Dionysus, I'm fine, Serendipity 등이다. (이렇게 세 곡씩만 적자니 그 외 너무나 많은 곡들이 추천 대상이라 진심 가슴이 아프다.)

 

  사실 처음 내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그들의 리더인 RM의 UN연설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 시초이다.  그 영상을 보고 당시 얼핏 이름만 알고 있던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그룹이 어떻게 그런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들의 빌보드에서의 수상과 공연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고 거기서 그들에게 환호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이 놀랍고 신기하였다.  그래서 그 많은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고자 그들의 뮤직비디오나 공연을 보는 외국인들의 리액션 영상 찾아보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뭔가 알 수 없는 그들의 매력에 끌리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이렇게 처음에는 그들의 노래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그들에게 보이는 열광이 신기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노래는 거의 알지 못했다.  그 후 조금씩 그들의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도 잘 알려진 몇 곡에만 관심이 갔고 그들의 퍼포먼스에 끌렸을 뿐이었다. 그렇게 퍼포먼스 중심의 노래 위주로 듣다가 점점 모든 수록곡들을 다 듣게 되었고, 이제는 그들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커버한 곡과 공식 음원이 아닌 비공식 발표곡까지 모조리 찾아들으며 그들의 모든 노래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게 단순한 호기심에서 이제는 그들의 노래 자체 빠져들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그들 노래의 가사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요 가사가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거나 이별 이야기가 주라면, 이들이 노래하는 주제는 아주 다양하다.  삶이나 꿈에 대한 이야기(Tomorrow, Lost),  흥과 웃음이 넘치는 노래(흥탄 소년단, 앙팡맨, Ma city), 때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노래(둘! 셋!, 낙원, so what ), 때로는 사회 문제를 시원하게 풍자하는 노래(뱁새, 등골 브레이커)들이 각각의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들의 노래 대부분을 모두 좋아하게 되어서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를 딱히 추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딱히 끌리지 않는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고민보다 GO>였다.  나처럼 인생을 다소 진지하게 사는 사람에게 이 곡의 가사는 뭔가 지나치게 가볍고 살짝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이 이런 가벼운 의미로 가사를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아마 반어적인 표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들의 반어적 표현이 재미있게 잘 나타난 노래 중 대표곡으로 <땡!>이 있다.)  <고민보다 GO> 가사 중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돈은 없지만 떠나고 싶어  멀리로

난 돈은 없지만서도 풀고 싶어 피로

돈은 없지만 먹고 싶어 오노 지로

열일해서 번 나의 pay

전부다 나의 배에

티끌모아 티끌  탕진잼 다 지불해

내버려둬 과소비해버려도

내일 아침 내가 미친놈처럼

내 적금을 깨버려도

woo 내일은 없어

내 미랜 저당 잡혔어


  고귀한 삶에 대한 이 불손한 태도가 나는 처음에 과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좋을 대로 막 살아라는 게 아니었다. 기성세대가 금과옥조처럼 받들던 근검절약 정신을 한껏 비웃으면서 이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현재가 너무나 버거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고민을 대신 터뜨려 주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삶이 너무 힘겨울 때는 아등바등 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라는 위로의 내용이었다. 그렇게 가사를 꼽씹으면서 들어보니 정말 매력 넘치는 곡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적은 월급에 아무리 모아도 생활비 감당하기도 벅찬 그들에게 그저 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돈을 모아야 한다고, 그렇게 현재를 벌 받듯 참아내야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소중한 인생에 대한 불손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당연시하던 기성세대의 논리를 벗고 그들의 심정으로 젊은 세대를 바라보자 그들에게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이 노래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20,30대들이 힘들게 번 돈을 모을 생각하지 않고 해외여행 다니고 차를 사고 취미 생활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노래를 통해 지금의 20, 30대의 고민을 배부른 소리라던가, 열정이 없다고 하지 않고 공감하며 함께 아파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넘는다고 했지만 내 생각엔 그들의 노래는 세대의 장벽도 넘게 해 주는 힘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장년층들도 그들의 노래를 듣고 지금 20, 30대의 마음에 공감한다면 세대 간 갈등도 자연스레 줄지 않을까 한다.  산업화 시대의 저축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와 같은 기성세대에게 그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내 일주일 월화수목 금금금금

내 통장은 yah

밑빠진 독이야

난 매일같이 물 붓는 중

차라리 걍 깨버려

걱정만 하기엔 우린 꽤 젊어

오늘은 고민보다 go해 버려

쫄면서 아끼다간 똥이 돼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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