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구하는 실천가 Jan 14. 2020

덕후의 삶 1년을 돌아보며

랜 선 위의 우리는 정말 사랑하는 걸까?

  RM(방탄소년단 리더)이 올해 첫날  글에서 '랜선 위의 관계인 우리는 정말 사랑하는 걸까?'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나는 작은  느꼈다.   매일 온라인에서 만나그들은 친숙하고 사랑스럽지만 그들은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완벽한 타인이다.  그런 그들이 수시로 내게 외치는 말, 그리고 그들의 사진, 영상에 내가 수없이 남기는 하트 표시, 이처럼 끊임없이 서로에 대한 사랑외치지만 결국 온라인을 통해서만 그들의 실체를 확인는 수많은 팬 중 한 명인 내가 가끔 가지는 회의를 그가 직접 언급해 주었다는 점에서 나는 그의 진심을 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덕후의 삶을 산 지난 1년을 한번 돌아보았다. 작년이 있기 전까지 나의 시간들은 항상 규격화, 일상화, 패턴화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년은 그야말로 일 년 내내 축제기간이었다고 할 만큼 역동적이다.  바로 사흘이 멀다 하고 비처럼 내리는 각종 떡밥들(그들과 관련된 각종 영상, 음원, 사진, 행사, 공연 등)들로 인해 풍성하고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변화무쌍했던 1년간 월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19. 1~2월( 입덕 부정기)

 처음 덕후가 될 때 흔 일어나는 현상으로, 나 또한 내가 그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 기간 동안 못했는데 이것을 덕후들 입덕 부정기라고 부른다. 특히 나처럼 경험이 없을 때 이 기간이 더욱 다.  기분 좋은 이 설렘을 그저 가벼운 지적 호기심으로  때문이다.  나는 겨울방학을 맞아 유튜브라는 공간을 뒤늦게 알게 되고 유튜브를 활용하여 영어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 영어 관련 영상을 찾아보 우연히 RM의 유엔 연설을 보게 되고 방탄소년단 존재감을 얼핏 알게 되었다.  그 후 이들 관련 영상, 주로 외국인들의 리액션 또는 빌보드 공연 영상이 내 유튜브에 추천영상으로 뜨게 되고,  어느 순간 영어 공부는 뒷전이 되고 이들의 뮤직비디오, 연습 영상, 공연 영상 등을 쫒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단순히 호기심이라 치부하던 시기였지만 이들 영상을 보는 시간은 르게  하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갔다.


2019. 3월(덕밍 아웃기)

앞서가 나 자신의 감정을 읽지 못한 라면 이제 나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해지기 시작했지만 다른 누군가가 아는 것은 조심스럽고 두려운 시기였다.  그들 관련 유튜브에 빠져들어갔지만, 그것을 보는 시간은 오로지 혼자 있을 때였다.  그렇게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숨어서 보는 이중생활 속에 나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나누지 못하는 갑갑함 힘들기도 했다.

  결국 가족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털어놓는 시기.  처음에는 이 나이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 것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였지만, 결국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점차 대담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2019. 4월~5월(덕후 입문기);  

   학수고대하던 방탄소년단의 컴백이 이루어지고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이 있었던 때이다. 나는 매주 3회 이상 있는 음악방송 프로그램을 챙겨보느라 일상의 규칙성이 깨지는 혼란과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단순히 방송을 챙겨보는 것은 진정한 덕후로서의 업무에서 보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또한 이때에 그들의 예전 음악들도 모두 거슬러 들으면서 7년간 부른 그들의 모든 곡을 섭렵하는 시기였다.


6~7(격 덕질):

  그동안 알음알음 알게 된 방탄소년단 관련 sns를 휴대폰에 깔면서 빈 공간이 많았던 나의 휴대폰 배경 화면이 가득 차게 된 시기였다.  로써 그야말로 떡밥의 홍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sns로 매일같이 쏟아지는 소식과 영상들로 인해  한 시도 조용할 수 없는 내 휴대폰 진동소리를 들으며 진정한 덕후가 되는 시기였다.  특히 트위터와 네이버 v앱을 통해 내가 이때까지 몰랐던 덕후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5월은 해외투어 영상이 넘쳐났고, 그들 데뷔일이 있는 6월은 페스타와 머스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가장 큰 축제 기간이었다.  이로 인해 sns는 연일 각종 축하 메시지, 사진, 영상들이 계속적으로 업로드되고 그것을 챙겨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단지  상에서만 느끼는 즐거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첫 경험을 기도 하였다.  그것은 방탄소년단 팬 미팅인 머스터 공연장 주변을 돌아다닌다는 뜻의 겉돌이에 참여하며 간접적으로나마 그들과 팬들의 축제를 맛보았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업로드되는 그들의 예능 방송과 수시로 그들이 하는 라이브 방송을  네이버 v앱으로 보며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을 인간적으로 알며 좋아하는 단계로 한층 나아다.   7월 말 팬클럽 가입을 시작으로 나는 본격적인 덕질 세상에 들어가게 되었다.


8~9월 (덕질 심화기):

그들의 장기 휴가인 8월이 되자 다소 소원해진 떡밥 속에 <Bring the soul>이라는 그들의 해외 투어 이야기를 담은 대형 떡밥이 떨어졌다.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마음이 남아 있던 터라 영화를 보러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며칠 고민하고 결국 보러 갔다.  최대한 어려 보이게 옷을 입고, 영화관 앞에서 쭈뼛거리는 가운데, 30~40대 팬들도 간간히 보이는 것 안도의 한숨을 쉬고 즐겁게 관람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국내 콘서트 일정이 sns에 떴고 숨 막히는 티켓팅 전쟁 끝에 표를 구하는 기쁨을 맞이하였다.  


10~11월 (덕질 혼란기): 

10월 말 콘서트를 기다리며 익숙하지 않은 응원 구호를 외우고, 응원봉을 구입하였다.  좀 더 어려 보이기 위해 후드티와 패딩조끼를 샀다.  그렇게 난생처음 서울로 1박 2일의 콘서트 관람 대장정을 다녀왔다.  그날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본 콘서트 현장은 지금도 꿈처럼 아련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정점을 거치면서 가벼운 허무함을 감기처럼 앓았다.  sns상에 떠도는 각종 악성 댓글과 그들의 실력에 대한 여러 의구심들, 그리고 온갖 추측성 기사와 풍문들 속에 나 또한 잠시 혼란스러웠다.  랜선 위에서 그들과 우리가 표현하는 사랑은 정말 진심인 걸까?  어디까지 진심이고 그 진심은 어디를 향한 걸까?  그런 고민들 속에 지난 시간 내가 느낀 행복만큼은 진이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사랑한  그들의 노래와 메시지, 그들의 순수한 모습은 분명 내게 이었으며, 그들의 실력 그리고 숨겨진 그 어떤 것이 무엇이든 그로 인해 내 행복이 가짜인 것은 아니었다.  어떨 때는 사실보다 더 사실인 것이 진이라 믿으며, 숨겨진 것이 있다 해도 내게 보이는 것이 내게는 더욱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사실이든 그들이 내게 준 행복은 충분히 나의 사랑으로 갚을만하다고 생각하였다.


12~1월 (덕질 안정기):

  그래서 지금 나는 아미로서 가장 바쁜 시기인 연말과 연초를 보내고 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지는 각종 시상식 투표를 매일 잊지 않고 하고 있으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그들의 컴백 때 그들의 음원을 열심히 듣고 응원하기 위하여 기존 음원사이트 외에 한 사이트를 추가로 가입하였다. 또 얼마 전 유튜브에 발표된 그들의 컴백 트레일러 곡을 수시로 들으며  그들의 곡이 음원차트에서 높이 올라가길 응원한다.  당연히 새 음반은  예매 신청이 뜨자마자 주문하였으며 수시로 sns를 보며 그들을 응원하는 여러 글들에 하트를 남기고 있다.  



   그렇게 처음에는 한 멤버의 영어 영상을 우연히 는 것에서 시작된 나의 덕질은 한 때 특정 멤버를 좋아하며 가벼운 연애 감정 같은 기분으로 변화했으며,  여러 영상과 음원을 통해  멤버의 매력에 골고루 한 번씩 빠지며 결국 모든 멤버를 좋아하며 응원하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 이제는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고 싶은 동로서 그들을 응원하 살고 있다.  여전히 나에게 랜 상에서 존재하는 그들은 그 실체가 허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래서  랜 상에서 그들이 외치는 '사랑해요'의 말이 모니터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채 허망하게 부서질 때도 있지만 그런 감정조차 부정하지 않고 안고 갈 것이다.  이번에 그들 컴백곡 주제처럼, 빛이 커질수록 그림자 또한 커지는 법이고, 그 그림자를 받아들일 때 진정한 내가 완성되는 것처럼, 덕후로서 주어진 허무함도 행복의 또 다른 그림자일 뿐이니까.

  

이럴 때 덕후들이 외치는 구호가 있다.

그것을 외치며 이 글을 마무리려 한다.


어덕행덕!! 

(어차피 덕질할 거면 행복하게 덕질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과 허무 사이에 존재하는 덕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