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수업 들어라'를 10분마다 10번쯤 외치면 일어날까 말까 하는 재택 수업 중인 아들이 재택 근무 중인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
오늘도 점심시간에 일어난 아들은 나를 보고 대단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이제 늙었으니까. 젊을 때만큼은 잠이 안 와. 그리고 가족들 아침을 챙겨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고. 하지만, 나도 여전히 일찍 일어나는 건 쉽지 않아. 겨우 일어나는 거지."
누군가 말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삶이 달라진다'라고.
'그래, 평소보다 30분만 일찍 일어나 보자. 인생이 얼마나 달라지나.'
일주일 정도 실천했을까? 여유 있게 일어나서 스트레칭 15분을 하고 10분 이상 열심히 씻은 후 화장대 의자에 앉아 화장도 꼼꼼하게 톡톡톡 두드려 본다.
'그래, 조금 달라졌네. 화장대 의자에 앉아보다니.'
그동안 아침 출근 때마다 나는 화장대 앞에 서서 기초화장품 몇 개를 휘리릭 문지르고 출근하기 바빴다. 그래서 우리 집 화장대 의자의 존재 가치는 내가 아니라 남편에게 있었다. 주로 남편이 퇴근 후 옷을 걸쳐놓는 곳. 의자로서의 역할은 간혹 주말에 내가 외출할 때 남편 옷들을 밀어 놓고 앉을 경우이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아침형 인간 체험으로 나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달라지긴 확실히 달라졌다. 밤 10시만 넘으면 비몽사몽 잠에 취하는 잠순이가 되어 버렸으니까. 그래서 계획했던 책 읽기, 인터넷 서핑, 글쓰기가 다 망가졌다. 아침 30분을 일찍 활용하려다 밤 2시간이 날아갔다.
역시 사람은 타고난 대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올빼미형 인간으로.
저녁 9시쯤 식사 뒷정리가 마무리되면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황금 같은 나의 자유 시간. 주부로서의 역할도 퇴근하는 꿀 같은 3시간이다. 그렇게 밤 12시를 훌쩍 넘겨서 짧고 굵게 자고 출근 50분 전인 오전 7시 10분에 벌떡 일어나서 아침 밥상 차리기 20분, 씻기 7분, 머리 말리고 화장품 바르기 5분, 옷 입기 3분 신공으로 우당탕탕 해치운 후 밥 먹기 5분, 치우기 5분, 엄마 약 먹이고 옷 입히기 10분으로 마무리하고 후다닥 뛰쳐나간다.
그래, 이게 나에게 맞다. 뭐, 화장대 의자 쓸 일이 일 년에 몇 번이면 어떠랴. 얼굴에 화장품 자국이 희여멀건하게 남아 있으면 어떠랴. 뻣뻣한 근육 제대로 풀지 못하고 졸린 눈으로 출근하면 어떠랴. 밤늦게까지 소파에 양반 다리하고 앉아 내가 하고 싶은 일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실실 웃으며 즐겁고 속 편하게 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