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일요일 늦은 아침이었다.
새벽에 엄마 밥을 차려 드리고 소파에 엎어지듯 누운 날.
월화수목금토의 피로를 가득 담은 나의 몸은 무거웠다.
어제 못 들은 [방탄소년단의 라이브]를 틀어 놓고 조금 듣다 결국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귓가를 울리는 두 음색의 협연.
툭. 투둑. 툭.
통 통 통.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여름 비의 무거운 소리와 경쾌하게 울리는 RM의 구연동화 소리(토끼의 간 이야기에서 거북이 목소리).
두 소리가 뒤섞여 묘하게 어울리는 여름 늦은 일요일 아침의 몽롱한 풍경 안에서 나는 두꺼운 눈꺼풀을 들었다 내렸다 하다 겨우 잠을 깼다.
10시 21분.
소파에 엎드려 정신없이 잔 3시간 가까운 시간 속에서 나는 가까스로 피로를 씻어냈다.
이제 나의 취미이자 일을 할 힘을 얻었다.
취미만큼 즐겁지만 일처럼 의무감도 느끼는 일인 브런치에 글쓰기, 책 읽기, 수업 자료 만들기, 청소하기, 빨래하기가 일요일의 하루를 기다리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밥 달라, 나가고 싶다 조르며 6살 아기가 되었던 엄마는 어느새 다시 잠에 빠져 있고, 남편은 원래 이 시간이 아직 한밤중이고, 아이는 서울 하숙집에서 또한 한밤 중일 것이다. 늦은 아침이지만 여름비는 마치 새벽처럼 나의 의식을 홀로 깨워 글을 쓰게 한다.
빗소리와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 소중한 시간은 그렇게 피로도 가시고 일마저도 편안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비록 엄마가 깨기 30분 남짓 남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