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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Mar 20. 2021

비대면 수업 1년-텍스트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었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삶은 일상이 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가방과 함께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다.  차가 신호에 걸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아침 자가진단 앱을 켜서 우리 반 학생들의 자가 진단 결과를 확인한다.

 

   코로나로 인해, 콘텐츠 중심의 수업으로 지난 1년이 지났다.  지금은 작은 모니터 속에 26명의 아이들이 올망졸망한 얼굴을 내밀고 나를 바라보는 화상수업의 시대이다.

  

   3월 3일 첫 화상수업 날, 8시 50분 1교시에 맞추어 아이들 전원이 화상수업 화면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사실만으로도 신기하고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들보다 이 상황이 더 낯선 50대의 교사인 나는 3~4개의 공유 화면을 오가며 줄줄이 달리는 댓글과 질문 요청을 받느라 손과 눈이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이 화면과 저 화면으로 옮겨 다니며 모니터에 대고 말하다 보면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교사 마이크가 한참 동안 꺼져있었던 것이다.  질문화면이나 모둠 화면으로 공유 화면을 바꿀 때 교사의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지는데 그다음에 다시 켜는 것을 나는 자꾸 잊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영상 화면만 한참을 쳐다보다가 '소리가 안 들려요'라는 댓글을 남기고, 그제야 나는 화들짝 놀라서 마이크를 다시 켜는 것이다.  또 여러 개의 공유 화면을 수시로 바꾸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한참의 시간을 아이들을 대기 상태로 방치하기도 했다.  그렇게 첫날의 진땀 나는 화상 수업을 겨우 마무리하였다.

 

   다음날은 보다 원활하게 아이들 댓글에 응대하고, 영상을 공유하고 발표와 질문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심지어 모둠을 구성해 주고 각 모둠별 비대면 토의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반응이 없어 답답하였다.  또 칠판이 아닌 모니터 화면에 대고 마우스 커서로 쓰는 글은 너무 불편하여 차라리 영상을 보여주자 싶어, 잘 정돈된 설명 영상을 잠시 틀어 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순식간에 몸이 흐트러지고, 따분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뚝뚝 끊어지며 잘 들리지 않는 내 말보다 화려한 영상 속 수업 내용을 아이들이 더 지겨워하다니!


  100년 동안 바뀌지 않던 학교 현장을 코로나는 1년 만에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tv화면을 통한 영상자료는 학습 자료로 많이 활용되었지만, 여전히 교과서와 칠판이 교사의 절대적 수업 도구였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을 휩쓸자, 영상 콘텐츠는 수업의 주 매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1년의 비대면 수업은 태어날 때부터 영상세대였던 10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공교육마저 영상물로 대체하며 영상 콘텐츠의 홍수를 안겨주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교사는 수업 시간에 설명을 길게 하면 아이들이 지겨워하기 때문에 수업 중간중간에 영상으로 내용을 정리하거나 환기시켜 주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즐겁게 영상에 빠져들면서 수업 내용도 더 잘 이해하였다.  그런데 영상으로 1년 동안 수업을 해온 아이들은 영상 속 영상을 보고는 지루함을 느끼다 못해 건성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좀 과격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영상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중세가 페스트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근대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된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미래의 교육적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활용한 수업에 대한 신물로 인한 반동으로.

 한 때 AI가 하는 교육의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그래서 미래에는 더 이상 교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반응을 통해 느꼈다.  인간이 인간을 가르치는 행위가 없는 기계적인 지식의 전달은 인간에게 아무런 사고의 자극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교육에서만큼은 말 그리고 글, 텍스트의 힘이 더 강력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물 간 줄 알았던, 텍스트가 오히려 미래 교육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교육도 다른 유행처럼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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