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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Jul 25. 2022

돈이 안 되는 것들을 사랑하면 안 될까?

전국의 철학과들이 정원을 축소하다 못해 결국 폐과가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누구는 취업도 안 되니 당연하다는 반응이고, 누구는 인간을 연구하는 기본 학문이 사라진다고 씁쓸해한다. 교육과 학문을 돈이 되는 가치로 서열화하여 존폐가 정해진다. 돈만을 부르짖는 세상에서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가치가 아닌 것들은 존재가치를 의심받고 있다.


돈이 안 되는 것들을 사랑하면 안 되는 세상, 가난하게 살아갈 자유조차 꿈꾸지 못하는 철학도와 인문학도들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공대생과 경영학도가 되어 돈이 되는 것들을 공부하겠지.


서점에는 더 이상 신간 시집이 없다. 부자 되는 법과 처세술에 관한 책이 가득한 신간 코너를 보며, 시인들은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시 쓰기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모두가 돈이 되는 일만이 중요한 일이라 외치는 세상 속에서 돈이 안 되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은 죄가 된 것일까?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는 학생들 앞에서 수백 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시위는 비난받는다.  돈으로 비교 우위가 떨어지는 가치들은 밟히고 더 큰돈을 위해 적은 돈을 구하는 자들의 소리는 하찮다.


세상의 모든 것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유튜브와 sns 속 사람들의 모든 말은 과연 진심일까? 혹시 그 뒷면에 광고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돈의 논리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유튜버의 외침도 sns 속의 예쁜 사진도 그 저의를 의심당한다.  우리는 이제 돈이 세상의 권력이자 움직이는 원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순수한 사고와 가치를 위한 연대는 세상을 모르거나 돈 없는 자들의 한 줌 치기로 평가절하될 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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