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구하는 실천가 Nov 06. 2022

자유로운 새 대신 느림보 라이더가 되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페달을 밟으며 산책로와 차도 사이의 가로수 길을 달린다. 다른 사람들이 타는 자전거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걷는 것과는 다른 속도감에 상쾌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다.

바로 이거야. 마치 새처럼. 하늘을 살짝 나는 듯한 청량감.


   가끔 생각한 적이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될까.  아예  자리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굳건한 바위가 되고 싶었다. 세상을 살아내느라 고단한 팔다리를 열심히 흔들어도 커다란 세상에 비하면  위의 개미와 다를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라보며 바람의 언덕을 지키는  바위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는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굳건한 바위가 되는 것도 좋지만,  창공을 날아서    ,    강을 건너는  새도 좋겠다.   작은 땅을 맴도는 것이 전부인  붙박이 생명이 되는 것보다  창공에서 광활한 대지를 내려다보는 새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비행기 같은 인공의 기계 속에 들어가 기류에 따라 어쩔  없이 몸이 휘청대는 존재가 아닌, 자연의 바람을 가르며 기류를 이용하며   스스로 솟구치며 누리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멋질까.


  하지만 제법 심한 고소공포증으로 조금만 높이 올라가도 현기증이 나는 나에게는 가당한 꿈일까. 그렇다면, 자전거로 그 느낌을 맛보는 것으로 만족해 보자. 두 발을 가진 한낱 인간의 힘으로 좁은 땅에 삶을 꾸리는 한계성이 문득문득 나에게 허무감을 가져다줄 때, 그런 것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하는 것이 자전거 타기이다.


평탄한 인도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도 헬멧을 꽁꽁 매고 살살 달리는 겁쟁이 라이더이지만, 발걸음의 속도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감으로 감히 오토바이 라이더의 질주 본능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많은 이들이 웃겠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그렇게 자전거를 돌돌돌 굴리며 새가   바람을 가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