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을 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쓰고 싶어서 썼을 뿐이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 글을 쓰면서 작가를 꿈꾼 적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게 점점 버거워졌다. 무엇을 위해 써야 하나? 특별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요즘처럼 머리가 복잡하면 글이 더 써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컴퓨터 앞에 앉기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책을 가끔 읽어내는 것으로 정신적 삭막함을 견딜 뿐이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여가 시간은 물론이고 새벽까지 캄캄한 방 안에 모로 누워 오로지 번쩍거리는 휴대폰 불빛만이 얼굴을 귀신처럼 비추며 밤의 고개를 넘기곤 했다. 그러다 그제 밤 오랜만에 글을 쓰며 느꼈다. 그래도 나를 살려내는 건 결국 글뿐임을.
누구도 읽지 않는다 해도 나는 결국 글을 써야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을. 타고난 작가들처럼 빛나는 명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쌈박한 콘텐츠도 없다고 투덜대며 내 글을 하대하였다. 그렇게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며 보낸 지난 몇 달이었다.
내 삶의 회복을 다른 것에서 찾아보려 애썼다.
운동, 독서, 여행, 노후 대비를 위한 공부 등.
하지만 내 삶의 목마름은 여전했고, 결국 나는 글로 돌아왔다. 샘을 파듯 나는 글을 파야만 했다. 신선한 문장력이나 대단한 콘텐츠가 없어도 내 마음속 깊은 우물에 흐르는 눈물 같기도 하고, 땀방울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한 이 샘을 퍼올리지 않는다면 내 가슴의 구멍은 깊은 바람만 울부짖는 허허벌판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