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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Nov 09. 2022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사실 글을 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쓰고 싶어서 썼을 뿐이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 글을 쓰면서 작가를 꿈꾼 적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게 점점 버거워졌다. 무엇을 위해 써야 하나? 특별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요즘처럼 머리가 복잡하면 글이 더 써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컴퓨터 앞에 앉기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책을 가끔 읽어내는 것으로 정신적 삭막함을 견딜 뿐이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여가 시간은 물론이고 새벽까지 캄캄한 방 안에 모로 누워 오로지 번쩍거리는 휴대폰 불빛만이 얼굴을 귀신처럼 비추며 밤의 고개를 넘기곤 했다. 그러다 그제 밤 오랜만에 글을 쓰며 느꼈다. 그래도 나를 살려내는 건 결국 글뿐임을.

  누구도 읽지 않는다 해도 나는 결국 글을 써야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을.   타고난 작가들처럼 빛나는 명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쌈박한 콘텐츠도 없다고 투덜대며  글을 하대하였다. 그렇게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며 보낸 지난  달이었다.


  내 삶의 회복을 다른 것에서 찾아보려 애썼다.

운동, 독서, 여행, 노후 대비를 위한 공부 등.  

하지만  삶의 목마름은 여전했고, 결국 나는 글로 돌아왔다. 샘을 파듯 나는 글을 파야만 했다. 신선한 문장력이나 대단한 콘텐츠가 없어도  마음속 깊은 우물에 흐르는 눈물 같기도 하고, 땀방울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샘을 퍼올리지 않는다면  가슴의 구멍은 깊은 바람만 울부짖는 허허벌판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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