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구하는 실천가 Dec 30. 2022

 겨울은 독서의 계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지 모르겠다. 높고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은 필연코 외출의 계절이다. 창밖 너머 고운 단풍잎이 솔솔 떨어지는데, 어떻게 책을 붙잡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당장 뛰쳐나가 낙엽을 밟아야 하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감상해야 한다. 또 마지막 부산함으로 피고 지는 가을꽃들의 향연을 응원해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짧고 아까운 가을에 한가로운 독서라니 말이 안 된다.


   겨울엔 뭐니 뭐니 해도 독서이다.  일단 차가운 바깥공기가 은근히 느껴질 정도의 가벼운 난방을  한다.  과한 난방은 공기의 탁함으로 이어져 독서의 기운을 방해한다. 또 소파는 등받이일 뿐, 뜨뜻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야 한다. 여기에 적당한 두툼함을 지닌 이불로 몸 일부를 덮어주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 내는 기분 좋은 따뜻함을 뜨뜻함이라 부르겠다. 머리 위에는 차가운 공기가, 이불속에는 따뜻한 열기가 가볍게 교류하면서 느껴지는 쾌감은 나의 뇌세포를 기분 좋게 긴장시킨다.  이는 책을 읽는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살짝 뭔가 아쉽다면 냉동실에서 꺼낸 꽁꽁 얼린 아이스크림을 옆에 둔다.   책을 읽다 살짝 녹은 아이스크림을 뜯어먹는다. 금방 녹아내려서 쉴 새 없이 먹어치워야 하는 여름 아이스크림보다 책을 읽으며 쉬엄쉬엄 먹을 수 있는 겨울 아이스크림은 독서와 환상의 짝꿍이다.


   저서 <총균쇠>에서 작가 제라드 다이아몬드가 문명의 시작을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의 유무, 그리고 횡단으로 펼쳐진 온난한 대륙의 형태라고 했던가. 나는 감히 그보다는 먼저 겨울의 유무라고 말하고 싶다. 겨울의 쨍함은 인간의 사고를 긴장시키고 결국 깨운다. 그래서 아프리카나 남미와 같이 일 년 내내 더운 지역이 아닌 유럽과 동아시아처럼 추운 겨울이 몇 달간 지속되는 곳에서 문명이 더욱 활성화되었다고 일단 떼를 써본다.


   또한 연말, 연초의 분위기도 단연 독서의 힘이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데 책만큼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있을까.

 

 그런 면에서, 나의 독서는 겨울방학에 좀 더 즐겁게 이루어진다. 직업의 특성상 방학은 내가 독서를 하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여름은 여간해서 독서가 쉽지 않은 계절이다. 아무리 에어컨을 짱짱하게 틀어도 무더운 여름 햇살이 결국은 공기를 지배하며 사방에서 달려드는데 그 에너지를 나는 도저히 피할 수 없다. 더구나 독서와 같은 정적인 활동은 그야말로 여름이 주는 무기력에 허우적대다 졸음의 세계로 초대되고야 만다.  녹음의 숲을 찾지 않는 이상 좁은 집안에서 여름의 기운을 이겨가며 독서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집순이인 내게 방학의 묘미는 역시 겨울방학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책과 아이스크림을 곁에 쌓아놓고 실컷 즐겨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