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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Jan 05. 2023

글이 위대해지는 시대가 왔다

 책을 읽는다는 것, 특히 sns 상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글을 쓴 누군가와의 대화이다. 모르는 사람과 우리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는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감정을 숨기는 사회적 가면을 쓰거나 의례적인 사회적 언어를 쓰지 않는다.  오로지 한 인간 대 한 인간으로 마주 선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말(글)을 듣고 내 뇌는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며 내 마음의 변화를 느낀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에 사는 다른 종들이 전기적 교류를 통해 내면의 대화를 하는 것처럼.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이 나타나면 글 뒤의 사람, 즉 이런 말을 전하는 작가의 삶과 사상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그가 쓴 또 다른 글을 찾거나 그의 내력을 찾아보게 된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sns의 메인 화면이나 브런치의 작가 소개를 읽어보면 글 속에서 느껴졌던 그의 내면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겸허하기도 하고 단단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프기도 한 그의 내적 자아가 글에 오롯이 녹아있음을 느낀다. 그 순간 나는 마치 그 옆에 서 있듯 모니터라도 어루만져주거나 토닥여 주고 싶기도 하다. 글은 그 사람의 외모를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분명 그는 깊은 눈망울과 야물게 다물어진 입을 가진 사람이거나 또는 자유로운 옷차림에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 호탕하게 웃는 사람일 것이다. 또는 푸근한 얼굴과 상냥한 미소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글(책)도 있다. 오묘한 말재주나 누군가의 생각을 편집해서 자기의 이야기인양 펼치는 경우는 사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런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대화보다 문자의 시대이다. 이제 텍스트의 시대는 끝났다고 외치기도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말로 표현되는 대화보다 카카오톡이나 sns로 대변되는 문자를 더 많이 선호하는 시대란 점에서 그렇다. 말이란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며, 휘발성이다. 상대의 대응에 따라 의례적 표현도 써야 하고 내용도 순간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말투도 신경 써야 한다. 자꾸 나 자신을 가리고 포장한 말만 앞세우게 된다. 그러면 진정성이 약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자는 처음에는 심사숙고하여 조심스럽게 시작하지만 일방적이며 수정가능하기 때문에 점차 솔직하고 대담해지기도 한다. 말 주변이 없거나 순발력이 떨어져도 내 진심을 전달하기가 수월하다. 


  사실상 디지털 텍스트의 시대이다. 모든 사람들이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작가가 된 듯 글을 쓴다. 예전에 글은 전문가의 소유물이거나 해야만 하는 과제물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무기이자 매력이 된 것이다. 대체로 단문이지만 상황에 따라 장문의 글을 쓰기도 한다. 글은 말보다 더욱 그 사람의 인격, 교양, 유머, 지적 수준을 드러내기도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교양으로서의 독서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정보나 재미를 주는 것은 동영상으로 대체되지만 독서는 쓰기를 위한 수단의 측면에서 강화될 수 있다. 


 얼마 전 <안쓸인잡>이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돌아가며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알았던, 또는 몰랐던 인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인간의 배울 점, 또는 남다른 점이 흥미롭다. 이 박학다식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대부분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마치 그들과 만났던 것처럼 그 사람에 대한 감정과 존경들을 말한다. 그런 고로 책은 곧 사람이며, 글 뒤 사람은 비대면으로 만나는 동료이자 멘토이다.  


   이처럼 글의 힘은 종이책이 되었든 디지털이든 앞으로 더욱 의미심장해질 것이다. 한 문장의 글로 우리는 뭉칠 수도, 흩어질 수도, 일어설 수도, 위로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은 점점 글에게 중요한 자리를 양보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을 글을 통해 만나고 연대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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