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를 위하여
날씨가 풀리면서 미세먼지가 없는 한 매일 강변을 산책한다. 요즘 강변은 천지가 개나리꽃이다. 가늘고 기다란 여러 줄기에 작고 노란 꽃들이 떼를 지어 피어서 흔들거리는데 꼭 자신을 쳐다봐달라 외치는 것 같다. 마치 다른 예쁜 꽃들처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름마저 개나리라니, 천대받는 듯한 서러움이 한 껏 그 몸짓에 묻어난다.
그냥 '나리'라고 하던지, '노랑나리'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천에 흔하게 피어난다는 것이 아름다움마저 부족하다고 느끼게 한 것일까? 민들레꽃도 흔하게 피어나지만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사람처럼 개명이라도 해서 병아리꽃, 노란 별꽃, 봄바람꽃은 어떨까?
추운 겨울을 이겨낸 봄꽃들은 다른 계절의 꽃보다 특별히 대접을 받는다. 심지어 문학가들에게 찬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봄이 되면 각종 봄꽃축제가 경쟁하듯이 열린다. 동백꽃, 진달래꽃, 산수유꽃, 유채꽃, 벚꽃, 매화꽃 등. 하지만, 어디에도 개나리꽃 축제는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보다 봄의 전령인 개나리꽃 축제가 없다니, 섭섭할 노릇이다.
아들은 말한다. "엄마, 착하면 안 돼. "
집안일 분담이나, 누구와의 시비에서 조금 손해를 보는 걸 신경 쓰지 않는 나를 보고 아들은 말한다.
‘그래, 그럴지도 몰라. 나도 친절과 호구 사이 어딘가쯤에 있는 나의 모습이 예전에는 정말 싫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마음이 편하고 떳떳해. 멀리보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거야. ’
어쩌면 개나리의 마음도 그럴지 모른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봄의 문을 여는 전령사로서의 길을 가는 스스로가 행복한 꽃일지도 모른다. 인기에 한 껏 뽐내는 봄꽃에 기대어 우르르 사진 찍고 떠나는 관광객을 위해 인위적으로 여기 저기 심겼다, 뽑혔다 하지 않는 개나리는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자라난다. 간혹 강둑에 사람의 손에 의해 심어지었을 지언정, 누구를 위해 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과 자연의 섭리에 의해 피어난다. 개나리가 흔드는 몸짓은 조잘조잘 참새떼의 노랫소리와 꼼지락꼼지락 풀벌레들의 수다, 길을 걷는 이들의 눈웃음에도 충분히 들뜨기 때문인지 모른다. 공연히 이름과 인기에 연연하는 속물의 방식으로 개나리를 바라보았던 내가 문제였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개나리는 착하지만, 결코 쉬운 꽃이 아니다. 찬바람 속에서 봄을 깨워주고 때이른 꽃망울로 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추운 마음을 녹여주는 쉽지 않은 꽃, 개나리꽃은 그 이름마저 아름다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