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열정 가득한 교사이다. 그래서 일이 주어지면 뭐든 가능한 것은 다 시도해 보려고 한다.
B는 순리와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사이다. 그래서 무리해서 일을 하기보다 안전과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나는 A와 비슷한 성향으로 처음에는 A와 같은 마음이었다가 B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서로 부딪혀서 어색해지는 상황을 우려하여 중립을 택한다.
예를 들면, 현장체험학습을 가는데 세 군데의 장소를 모두다 돌 것인가, 두 군데만 돌 것인가와 같은 상황에서, A는 힘들더라도 모두 돌아보면 의미 있고 교육적일 것이라 이야기하고, B는 시간이 촉박할 것이니 두 군데만 여유 있게 도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나는 분명 어제 A와 둘이 이야기 나누며 A와 뜻을 같이 하고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 놓고 막상 B와 이야기하면서는 "둘 다 장단점이 있네요."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
남편은 가끔씩 회사에서 자기 팀 직원들에게 '공무원처럼 일하지 마라'라고한다고 내게 말한다. 그러면 나는 '공무원 비하하지 마라. 요즘 공무원이 얼마나 빡센데!' 라며 항의한다. 그러면 남편은 '열심히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오너 정신이 없다. 일을 찾아서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라고 한다. 어쩌면 회사의 팀장으로서는 주는 일만 해내는 직원들이 마음이 안 드는 모양이다.
나는 A와 B 같은 교사는 다 의미 있고 필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와 성장을 위해 A는 열심히 노력하고, B는 세심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역할을 해 내고 있다. 오히려 나와 같은 스타일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마음은 A인데, 막상 반대에 부딪치면 상대를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갈등이 두려워 '그러든가'하며 좋은 사람 흉내내기를 해버리니까 말이다. 과거에는 황희 정승과 같은 중용이 미덕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다양한 의견이 부딪쳐서 긍정적인 갈등과 해결점을 찾는 것이 더조직이나 사회에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그러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거부하지 말고 건강하게 부딪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나이, 직급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학교 사회는 긍정적인 의견 대립의 장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요즘은 학교(공무원)도 도전 정신, 다양한 토론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우리 학교는 혁신 학교라 좀 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활발히 일어나긴 한다)
그래서, '교사(공무원)처럼 일하다'라는 명제가 다음의 의미로 다른 조직에서 긍정적으로 불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공무원처럼 일하다] 누군가의 명령이나 지시에 의하지 않고 자신의 순수한 의지와 열정으로 주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료와 뜨겁게 토론하여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시도하며 일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