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연착륙

by 연구하는 실천가

"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고 싶지는 않아요"


가수 이효리가 [효리네 민박]이란 tv프로그램에서 위와 같이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연예계처럼 부침이 많은 곳에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새로운 얼굴이 자신의 영역을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어쩌면 가장 솔직하면서 절박한 말일지 모르겠다.

인기인이었던 연예인이 어느 순간 전성기가 지나고 점차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질 때의 기분을 나같은 일반인이 알기는 어렵지만 아마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느낌이 아닐까? 일반 직장인도 직장에서 50대가 되면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한다. 30대의 창의력, 40대의 기획력을 따라잡기가 버겁고 예전같이 50이라는 나이가 가지는 능력치나 경험치로 직장의 중심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을 때 회사에서 내가 서야 할 자리가 어딜까 느껴지며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둘 나이는 아니기에, 적정한 선에서 실무와 기획의 자리를 30~40대에게 내어주고 그들을 지원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로 연착륙을 시도해야 함을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과 끊임없는 연찬일 것이다.


과거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보다 변화와 혁신이 우선시 되는 것은 학교 사회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내 주변의 50대 선생님들도 대부분 부장의 직위를 내려놓으시고 학교나 학년 업무보다는 자신의 학급과 관심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들이 원해서 일수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준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들의 의견을 듣고 역할을 살려내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각자 움직이는 듯한 학교 문화를 협력과 소통의 변화된 학교 문화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는 나이의 서열이 직장에서 어느 정도 통했다면 이제는 철저하게 업무와 능력 중심이다. 그래서 50의 나이에 일에서 나에게 주어진 자리와 역할에 대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해 본다. 이효리의 말처럼 "조용히 살고는 싶지만 잊히지 않는 구성원"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이러한 50대의 딜레마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의 문제는 곧 50이 될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능력과 인격을 갖추면 나이와 상관없이 멋있는 존재감을 보이는 선배들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50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역할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주연같은 조연으로 또다른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기술과 변화의 시대라 해도 인간의 잠재력을 뛰어넘을 수 없다. 기성세대 구성원들의 역할과 존재 가치가 폄하되는 분위기라면 발전이 역사는 결국 한계를 만날 것이다. 50대들도 스스로를 퇴락시키며 정년만을 세며 산다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 그래서 50대들도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 변화의 주변인이 아닌 구성원으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실 나의 40대가 고공비행을 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50대로의 연착륙도 자연스러울 듯 싶기는 하다. 하지만 비행 고도가 낮아도 착륙이란 역시 두렵고 부담스러운 것이다.

살며시 그리고 부드럽게 나의 삶과 일이라는 두 날개의 균형을 잘 잡은 뒤 지면과 큰 충돌 없이 착륙하기 위하여 후배들과 격의없고 당당하게 지내기, 그리고 따뜻한 선배로 남기. 그래서 남은 나의 교직 10여년을 보람으로 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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