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의 서울 소동 3부작: 2부. 네 번의 위기

by 연구하는 실천가

아침에 먹은 두어 숟가락의 밥이 오후 2시 30분까지의 총열량인 나는 서울까지의 대장정을 앞두고 투식량을 챙기듯 아들이 두고 간 가방 속 수능 합격 기원 초콜릿 한 통을 수석 자리에 고 일단 두 개를 장렬히 씹어 먹었다. 그렇게 장한 마음으로 는 서울 출발의 대장정에 올랐다.


'그래. 난 고속도로 좀 타본 여자야. 비록 1년 전 경주 갈 때 딱 한 번이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추켜세우며 110킬로의 안정된 속도로 앞 차와의 간격을 지하며 고속도로를 아하게 드라이하였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초반 여정 첫 번째 위기는 대구 톨게이트를 앞두고 찾아왔다. 두 시간 정도 기분 좋은 속도감으로 달리며 그 속도에 무감각해질 때쯤 갑자기 앞차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 속도 변화를 예상 못한 나는 늦게 속도를 줄였지만, 앞차가 내 눈 앞으로 성큼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옆 차선으로 급하게 옮겨갔다. 다행히 옆 차선은 비어 있었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부터 앞 차의 속도 변화에 예민해졌고 조금이라도 앞 차가 속도를 줄이면 나도 얼른 도를 줄이고 비상등을 켰다.


그렇게 앞 차를 노려보며 긴장한 채 2시간 넘게 운전을 하자 팔다리가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과 여러 번 들른 적이 있어 익숙한 이름의 청도휴게소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내가 운전해서 나 혼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는 첫 경험에 기분이 뭔가 벅차면서도 뿌듯하였다.


휴게소 입구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흥겨운 트로트 음악이 나의 긴장된 근육을 일시에 풀어주는 것 같았다. 나를 맞이해 주는 팡빠레 같은 트로트 음률에 발맞추어 성큼성큼 휴게소로 들어간 나는 어묵탕 한 컵으로 허기를 때우며 잠시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처럼 혼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끼니 비슷한 걸 해결하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단풍철 휴일이라 그런지 연인, 가족, 단체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 속에서 나는 꿋꿋이 어묵탕을 후루룩 마시며 그들을 그윽하게 쳐다보니 나 홀로 드라이버로서의 자존감이 쓰윽 올라왔다.

'나 혼자 운전해서 서울 가는 여자야. 어때? 좀 멋있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으쓱했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던져주지 않았다.


휴게소에 도착한 지 20분도 안 되어 다시 출발했다.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할머니와 덩그러니 기차에 타고 있을 아이의 불안감과 서울역에서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을 남편의 초조함에 마음 한 구석이 자꾸 따끔거려 지체할 수가 없었다.


다시 운전대를 힘주어 잡고 속도를 올렸다. 고속도로 운전에 조금은 익숙해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데도 핸들을 꽉 쥔 손바닥에 맺히는 땀이 자꾸 신경 쓰였다. 어찌나 꽉 쥐고 있었는지 손가락과 손바닥의 연결 부분에 딱딱한 굳은살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나는 몇 시간째 핸들에서 두 손을 못 떼고 있는 상황 것이다.


그때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내비게이션에서 우측 길이라는 경고음을 울렸지만 음악소리에 묻혀 놓쳤던 것이다. 서울까지는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줄 알고 내비게이션을 잘 보지 않은 탓이다. 갈림길 입구에서야 정신이 들었고 급하게 오른쪽 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도 하늘이 도와 옆 차선에 차량이 없었다. 그때부터 고속도로라고 무조건 직진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내비게이션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5시가 넘어가자 벌써 사위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리곤 금세 어두워졌다. 세 번째 위기였다. 고속도로의 밤은 예상과 달리 너무 빨리 찾아오고 너무 어두웠다. 밤눈이 어두운 운전자로서 처음 겪는 고속도로의 캄캄한 밤은 나에게 두려움이었다. 가로등도, 차량 불빛도 없는 그 어둠은 암흑처럼 나를 짓눌렀고 공간 감각을 상실할 것만 같았다. 서울이 가까워지자 차량이 많아져 그 불빛들로 주변이 밝아져 오히려 차량의 붐빔이 반갑기만 했다. 하지만 그 붐빔이 정체로 이어지며 서울 톨게이트까지 무려 1시간 이상 지체되는 것이다. 아이는 벌써 서울에 도착해서 남편과 만났을 것이고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나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거북이걸음의 차량들은 이러한 다급한 나의 마음도 모르고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 와중에 요란한 이 여정의 목적인 대입 면접 준비 학원 개강 시간인 저녁 7시가 되다. 이제 아이는 아빠와 함께 학원에 들어갔겠지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네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남편의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