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처음 집을 살 때 겪었던 어려움과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그런 요구를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았을 텐데' 라거나 '그런 조건의 집은 좀 더 알아보고 선택했을 텐데'와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듣고만 있던 아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런 부동산에 대한 지식은 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거예요?"
"으응?"
나는 뭔가에 맞은 듯 멍해졌다.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무슨 사회나 정치 이슈가 나오면 학교에서 배운 어쭙잖은 이론과 논리로 온갖 아는 척을 다 하지만, 정작 집을 구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실을 방문할 때는 중개인이 보여주는 깨알 같은 서류를 보면서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규정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다. 규정과 용어의 문제뿐 아니라,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법적인 문제와 사회 윤리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배우지 않는다. 처음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할 때 우리는 그저 부동산 중개인이 읽어주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하면서 내가 손해 보지 않도록 잘 처리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서민들에게는 전 재산과 마찬가지인 전세금이나 집값을 종이 조각에 걸어야 할 때에는 상대가 나를 속이려는 사람이 아니기를 믿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알아보며 형성된 지식이 올바르길 바라는 현실은 어쩌면 현재와 같은 잘못된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심할 때는 나쁜 의도를 가진 부동산 중개인이나 분양업자의 달콤한 말에 속아 전재산을 날리거나 긴 법정다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따라서 부동산 계약 방법과 관련 윤리 의식을 길러주는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을 읽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의미, 심지어는 파업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자세히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많은 이들이 바로 노동자가 된다. 심지어 졸업 전에도 아르바이트 또는 실습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착취에 가까운 노동을 하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별 차이는 없다. 우리가 초보 노동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하지만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내용에 노동문제는 그저 이론적이고 당위적인 접근일 뿐, 노동자의 시각에서 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아이들이 사회에서 부딪치게 될 현실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노동의 권리에 대해 학교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노동자의 권익을 모르게 하려는 권력자들의 음모가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총 10년의 공교육 기간은 일반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린 정말 시민으로서의 권익과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한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있나? 아니면 현실에서 괴리된 학문의 부스러기만 주워 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반 국민들이 이런 걸 잘 몰라야 보이지 않는 지배층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편하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이처럼 생활과 밀접하고 국민의 권익을 지켜주는 지식과 권리들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