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도 다시 쓰는 자
‘저항감이 엄청나다.’ 두 번째 책을 쓰면서,
나는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술잔 속에 숨어버린 하루가 이어졌다.
초고를 거의 다 쓰고,
매일 무겁고 떨쳐내기 힘든 저항감이 찾아왔다.
퇴고를 위해 노트북을 열어도, 문장은커녕 손끝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전환점을 만들어야 해. 그럼 주변 안양천을 달릴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서둘러 가면 가까운 북한산에 다녀올 수 있어!'
결국 식탁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한잔, 두 잔… 의지도, 용기도 함께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나를 달랬다.
‘일요일엔 새벽부터 숲길등산지도사 교육받았잖아.
월요일엔 또 2차 교육, 화요일엔 종일 집 정리를 했으니… 오늘 하루쯤은 괜찮지 않아?’
옥죄는 저항감과 무기력 앞에 술에 기댄 날들이 늘어갔다.
내 안의 모든 것이 밑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머리끝까지 잠겼고, 그렇게 눈을 감았다.
속 쓰림과 구역감에 눈을 떠보니 알 것 같았다. 내가 왜 두려워하는지.
특히 두 번째 책을 쓰며 겪는 이 감정들은 단순한
‘작업의 피로’가 아니었다.
내면에서 차오른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를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과연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해 줄까?”
“첫 책은 운이었던 걸까?”
“이 책이 나와 독자에게 의미가 없으면 어쩌지?”
단지 '출간 여부'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나는 정말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사람인가?”
이 길을 포기하고 다시 했던 일로 돌아갈까?
하는 존재적 두려움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첫 번째 책을 쓸 때도,
두 번째 책을 쓰는 지금도.
두려움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앞에서 등장했다.
단지 책 한 권이 아니라, 작가로서 삶의 가치,
철학을 담아내 증명하고 싶기에,
이토록 외롭고 두려운 것이리라.
일주일을 허덕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이 문장을 쓰고 있다.
이 무너짐과 회복의 반복이야말로 글을 쓴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아닐까.
모처럼 상쾌한 기분이 든다.
‘통과의례다!’ 나를 달래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첫 책이 탄생의 기쁨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존재의 무게를 온몸으로 버텨내는
여정이 되었다.
그 무게가 지금 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이 소중한 시간을 즐기자. 견뎌내자! 이겨내자!
그것이 내가 이 길을 담대하게 걸어갈
힘이 되리라.
얼마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
“지금 하시는 일이 뭐예요?”
나는 망설이듯 대답했다.
“책을 쓰고 있어요.”
돌아보면, 시작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던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퇴근 후 맨발로 동네 뒷산을 오르며 떠오른 생각들을, 새벽녘 창가에서 조용히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기록이었다.
맨발로 산을 넘으며, 두꺼운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듯 내면의 나를 찾아갔다. 땀이 배어든 흙길과
숨 가쁘게 오르던 바윗길에서,
나는 자주 멈춰 서 물었다.
‘지금 이 길이,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인가?’
첫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누군가는 말했다.
“축하해요. 드디어 나왔네요!”
하지만 내게 그날은, ‘책을 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걷고 싶은 길 위에 선 사람’이 된 순간이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11223623
진짜로 원했던 건 책 한 권이 아니었다.
내 꿈을 끝까지 붙들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강연을 다니고, 글을 쓰고 싶고
다시 숲으로 돌아가 맨발로 걷고 싶다.
쓰고, 느끼고, 깨닫고, 또 쓴다.
반복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한 편의 원고처럼 살아간다.
언젠가 내게 말했다.
‘매일 쓰고, 매일 이겨내라.’
그리고
오늘 내게 말한다.
‘치열하게 써라. 끝까지 써라.
그리고 자부심을 가져라.’
진짜 작가는 이 싸움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 사람이다.
오늘 이 순간도, 나로 살기 위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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