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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May 19. 2021

2. 몰타 발레타

2-4. 발레타야 나랑 놀자

발레타는 몰타의 수도이다. 내가 있는 슬리에마와 가까웠는데 휴일이라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놀다 오기로 했다.



낯선 곳에 오니 버스 타는 것도 일이다. 미리 알아본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다음 티켓은 버스 기사분에게 직접 구매했다. 티켓은 24시간 유효하다.



발레타에 도착하니 몰타 특유의 빛바랜 라임색 건물과 색색의 발코니가 있는 건물들이 보인다. 시내는 번화했고, 사람도 많았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몰타는 16세기 성 요한 기사단(몰타 기사단)의 지배 아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크리스트교의 영향으로 성당이 곳곳에 보였다. 그 당시 터키는 오스만 제국이 강성할 때라 이슬람이 국교였던 때인데 이곳은 크리스트교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하니 종교로 인한 문화의 차이가 새삼 크다는 것을 건물을 보면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보는 기쁨과 더불어 골목골목을 누비는 여유와 한가로움이 내 발걸음을 더욱더 가볍게 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가보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꽤 쌀쌀하다. 하지만 상쾌한 바닷바람을 그대로 마시며 해안을 따라 걸었다. 이곳은 지정학적 위치상 침략이 많아 성이 요새화 되어 있다. 그래서 곳에 적의 침략에 대비한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그 당시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얼마나 긴장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해안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다리가 아파 부둣가에 반쯤 누워 쉬기도 했다. 편안하고 행복했다.


배가 출출해져 시내 광장 쪽으로 걸어가니 노천카페가 보인다. 아코디언 아저씨가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흥을 더욱더 돋우고 있었는데 나도 고로케를 하나 사서 테이블에 앉았다. 주스는 숙소에서 텀블러에 담아 온 걸 꺼냈다. 몰타의 수도답게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다들 얼굴에서 여유가 웃음이 넘쳤다. 한참을 이곳에서 멍 때리며 지친 다리를 쉬어주었다. 가장 유명한 성 요한 성당은 휴관이라 다음번에 다시 한번 오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돌아갈까 하다 좀 아쉬워서 조금 더 걷기로 했다. 개인 요트, 배들이 많이 보인다. 휴양을 위해 이곳에 전세 낸 사람도 있겠지... 나도 돈 많으면 이런 곳에 정말 매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편 이곳에 와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항상 차가 먼저 사람을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처럼 횡단보도 건너기 전 차가 있는지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데 내가 건너기도 전에 미리 차를 세워주니 참 고마웠다.


버스를 타고 숙소 앞에 내려 저녁으로 먹을 크레페와 오렌지 주스를 샀다. 야채와 고기가 가득 들어간 크레페를 한입 베어 무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크레페를 먹어가며 해 질 녘 바다를 배경 삼아 걸으니 진짜 유럽에 온 실감이 났다. 하루 종일 걸어 다리가 아팠으나 마음만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이틀 후, 수업이 없는 날이라 발레타에 다시 가기로 했다. 늦잠을 실컷 자고 조식을 건너뛴 다음 동생들 덕분에 알게 된 라바게트에 가서 샐러드아점을 먹었다. 재료 하나하나가 다 신선하고 맛있다. 위에 뿌려주는 소스도 일품이다. 그래서인지 오전 11시에 문을 열면 오후 2시가 되기 전 재료가 동이 나 문을 닫는다. 주인아저씨도 친절해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이 맛을 전수받은 다음 한국에서 팔면 대박 날 거라며 꽤나 진지한 논의를 동생들이랑 했더랬지.


성 요한 성당


성 요한 성당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이제는 익숙해진 버스를 타고 발레타에 입성! 이틀 전보다 따뜻한 바람과 햇살이 나를 반겨준다. 성 요한 성당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 잔뜩 기대한 채 드디어 내부로 들어갔다.


성요한 성당 내부

우와~ 들어가는 순간 감탄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예뻤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화려해 어디에다 눈을 둘지 모를 정도였다. 여러 개의 성화와 장식들이 정말 볼만했다.



이곳에 한참을 머물다가 몰타 대통령이 있는 궁전과 무기고도 둘러보았다. 기사단의 영향 아래 놓였던 나라답게 무기고 또한 크고 화려했다. 다 보고 나오니 밝은 햇살에 기분도 좋아 사진도 찰칵찰칵 찍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신이 나서 발레타 시내를 이리저리 다녔다. 더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내일은 수업이 있는 날이라 무리하면 안 되겠다 싶어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대충 먹고 씻고 하루를 정리하는 고요한 저녁시간. 음악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휴식하고자 생각하고, 계획하고, 느끼고, 깨닫는 시간. 오늘 하루도 잘 쉬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내일은 뭐할지 고민하는 것도 참 행복했다.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것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내일은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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