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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May 22. 2021

2. 몰타 인연

2-7. 스시집 셰프님과의 만남

정말 좁은 세상이다. 나와 절친한 과 선배이자 교회 오빠와 연락을 오래간만에 주고받았는데, 그의 친한 동네 친구가 몰타에서 스시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선배는 자기가 잘 이야기해 두겠으니 스시 맛있게 먹으러 가보라고 했다. 갑자기 신이 났다. 그분이 운영하는 스시집은 세인트 줄리앙에 있었는데 도보로 약 30~40분 정도 되는 거리라 산책 삼아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이 곳 몰타는 식당마다 브레이크 타임이 있었는데(보통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다.) 방해가 되지 않게 그 시간에 맞춰 가보기로 했다.


식당 앞에 도착해 안을 기웃기웃거리니 과 선배가 말했던 분이 계시는 것 같다.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눈이 마주쳤다.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저기.. 민이 오빠 친구분..."

" 아~네. 민이한테 연락받았어요. 아는 동생이 갈 거라며 잘 좀 챙겨달라하더라고요."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그분께 정말로 감사했다. 아무도 모르는 타국에서 혼자 외톨이처럼 있다가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니 마치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스시집은 꽤나 유명했다. 그런 만큼 가격도 비쌌다. 그분은 생참치회를 듬뿍 썰어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냉동 참치와는 맛이 다르다며 내게 권하셨는데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분은 영국에서 셰프로 일하다가 몰타에 있는 호텔 셰프를 거쳐 창업을 했다고 한다. 4년간 만난 여자 친구도 있고, 내년쯤 결혼할 거라 하셨다.


" 몰타 같이 좋은 곳에서 일하시고 결혼도 하시다니 참 행복하실 것 같아요. "

" 뭐 그럭저럭 자리가 잡혀서 괜찮긴 한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그저 그래요. 바다도 그냥 바다구나.. 하는 정도?"


오고 가는 여러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분도 한국의 나처럼 하루하루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구나. 여행자로 온 나와는 관점이 다른 게 당연하겠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대화했는데 브레이크 타임을 많이 뺏는 것 같아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나왔다. 휴일에 드라이브 시켜주겠다며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헤어졌다.




휴일에 스시집 오빠와 여자 친구랑 함께 몰타 해변 드라이브를 갔다. 여자 친구는 20대 초반이었는데 정말 예뻤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길게 대화할 수 없었지만 어린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천진난만함이 참으로 부러웠다.


가는 길에 몰타에 있는 오래된 유적지도 가보았는데 이것은 역사를 전공한 나를 위한 배려였다. 둘 다 이런 곳은 처음이란다. 드라이브 중간중간에도 오래된 성당이 있으면 내려서 구경하기도 했다. 나를 위해 맞춤식 코스를 준비해 준 두 사람에게 참 감사했다. 셋이서 이곳저곳 다니며 대화도 하고 몰타의 해안을 감상하며 상념에 젖기도 했다.


어느 해변 카페에 앉아 음료를 시키고 수다를 떨었다. 영어를 잘 모르는 나를 위해 스시집 오빠는 여자 친구와 나 사이에서 적절히 통역을 해주었다. 내가 생소한 나라 몰타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지인의 아는 사람을 만나 그의 외국인 여자 친구와 여기서 수다를 떨고 있을 줄이야. 여행이 가져다준 특별한 만남에 가슴 한켠이 따뜻해졌다.


저녁엔 피자 맛집에 갔다. 피자는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먹어보겠다며 미루고 있었는데 유명 셰프가 하는 곳이라며 데리고 가셨다.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맛있다. 몰타는 워낙 관광객이 많아 각 나라의 음식들이 다 있다고 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으로 영국 음식들도 꽤 많다고 했다. 돈의 여유가 있었다면 모두 다 먹어봤을 텐데 다음 여행을 위해 많이 참았다.


하루를 기분 좋게 다니고 숙소로 돌아오니 허전했던 마음이 가득 찼다. 역시 세상은 혼자 살 수만은 없는 건가. 혼자가 편하고 좋은 면도 있지만 내겐 그것이 늘 행복하진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 그렇게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 밤도 그렇게 깨달음이 쌓여간다.




그 후 나는 시집에 두어 번 더 방문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기도 했고, 고마운 동생들에게도 접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음식들은 모두 다 맛있었다. 음식이 없어져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스시집 오빠는 내가 방문할 때마다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음식준비해주시고, 밝게 인사해셨다. 직도 그때 먹은 생참치회가 생각나고 그리운 걸 보니 특별한 만남이 가져다준 소중한 경험이 내겐 참 의미 있었나 보다.


'셰프님~ 정말 그때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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