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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Jun 24. 2021

4. 이탈리아 로마(2)

4-2. 바티칸 투어

새벽 6시. 진동 소리에 잠 깼다. 오늘은 바티칸 투어가 있는 날. 오전 8시 20분까지 약속된 장소에 가야 했는데 떼르미니 역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늦게 일어나면 여러 명이 묵고 있는 민박의 특성상 화장실 사용을 제때 못할 수 있기에 더 일찍 일어났다.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로마의 대부분 투어가 아침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조식 시간도 7시 전에 시작한다고 한다. 요리 솜씨 좋은 사장님 소문을 듣고 이곳에 왔다고 하니 맛있게 드시라며 멋쩍게 웃으신다.



"우와~ 김치찌개다."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감탄의 소리가 나온다. 귀한 김치를 유럽 한복판에서 보다니. 한입 먹어보니 역시 내가 먹던 김치찌개 맛이다. 벌써부터 배가 든든해진 것 같다.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소매치기에 대한 긴장감이 다시 몰려온다. 하지만 오늘은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나왔기에 한결 마음이 가볍다. 떼르미니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집합장소에 도착했다. 바티칸 시국은 교황청이 있는 곳으로 로마를 여행하게 되면 꼭 한번 들러보는 필수코스라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가이드님을 만나 바티칸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일단 대기했다. 투어 인원도 25명이 넘어 꽤 많았다.



입구는 크고 웅장했다. 마치 성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안으로 들어갔다. 바티칸 박물관은 그림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들과 대학 교양 미술시간에 봤던 그림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같이 미술 교양 수업을 들었던 친구가 그때 배운 그림들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과연 그랬다.



시험기간에나 줄줄 외웠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 젤로, 라파엘로의 작품들이 많았는데 설명을 들으그분들이 정말 엄청난 거장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가이드님의 설명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게 매우 명료했고, 흥미진진했다. 미술엔 전혀 관심 없는 내가 작품 보는 재미를 느낄 정도였으니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작품 안에 그려 넣어놓는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박물관 안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자유 시간이 있어 엄마에게 엽서를 한 장 써서 보냈다. 쑥스러워 말로 다 못한 마음을 적어 보내며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좋은 곳에 와서 좋은 것을 보니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이 유독 많이 난다. 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꼭 같이 오고 싶다.


오후에도 계속해서 여러 작품을 보고, 설명을 들었다. 잘 정리된 정원으로 나가 거닐어보기도 했다. 간이 흐를수록 아침 일찍 일어난 데다 계속해서 서고 걷고를 반복했더니 슬슬 피곤이 몰려왔. 하지만 가이드님의 능숙한 진행과 재미있는 설명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이드 투어가 아니었으면 이 대단한 작품들을 그냥 무미건조하게 보고 지나갔겠지. 이곳을 돌아보며 투어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다.



마지막 장소는 성 베드로 성당.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좌중을 압도하는 크기와 바티칸이 주는 상징성이 더해지니 그냥 감탄밖에 안 나온다. 성당 내부로 들어오니 화려한 조각들과 벽화들이 가득하다. 정에 있는 여러 개의 창문으로 자연광이 들어와 성당 안을 비추는데 분위기가 매우 영험 성당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성 베드로 성당을 나오며 광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광장도 무척이나 넓었다. 드넓은 광장에선 여러 가지 행사 많이 열리는 듯했다. 성 베드로 성당의 푸른색 반구형 지붕인 쿠폴라에 올라가면 동그란 광장과 쭉 뻗은 길이 마치 열쇠 구멍처럼 보인다기에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대기줄이 너무 길 쿨하게 포기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보기로 했다.(정말 그랬다.)



광장에서 나와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젤라또를 사 먹었다. 레몬과 딸기맛이었는데 더운 날씨에 당연히 맛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다른 맛을 안 먹어봐서 그런 건가. 다음번엔 다른 맛도 먹어봐야겠다.


저녁은 이탈리아 음식인 피자를 선택했다. 이탈리아에선 아무 피자집에나 들어가서 먹어도 맛있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 진짜 맛집 검색도 하지 않고 눈에 띄는 피자집에 찾아 들어갔다. 피자를 본 고장에서 먹어볼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떴다.



유럽에서만 먹을 수 있는 피자를 먹고 싶어 엔초비가 들어간 피자를 주문했다.(엔초비가 정확히 뭔지 모르고 시켰다. 나중에 알아보니 멸치젓갈 같은 거라고...) 혼자 먹기엔 약간 큰 피자가 한판 나왔다. 엄청 기대하고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으악! 이거 왜 이렇게 짜.'


너무 심하게 짰다. 유럽 음식이 전체적으로 짜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너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짰다. 결국 엔초비를 골라내고 나머지만 먹었다. 근데 그래도 짰다. 사이다로 입을 달래 가며 배만 겨우 채우고 나머지는 남겼다. 그냥 무난한 피자를 시킬걸 후회했다. 


"피자 맛있게 드셨나요?"

"아... 네......"


계산을 하려고 하니 종업원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어본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카드와 현금 중에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카드로 할게요."

"카드 주시겠어요? 저쪽 안에 기계가 있어서요."


종업원은 내 카드를 들고 주방 쪽 커튼 안으로 들어다. 그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많은 종업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저 되게 친절하다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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