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막으려고 할 때
‘아니요!’라고 말하기
세상엔 여자라서, 나이가 많아서, 딸이어서, 며느리라서 안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온 환경이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이유로 해야 되는 일도 많다. 안 되는 것들과 해야 되는 일 가운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알아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삶’이란 살아 움직임을 증명하는 것
안될 게 뭐 있어? 그냥 해보지 뭐.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질문을 한다. 어렸을 때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엄마, 이거 뭐야?' 반복해서 묻다가 나중에는 그냥 입에다 갖다 댄다. 경험을 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은 '왜?'이다. 처음에는 질문에 답을 잘해주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그만 좀 물어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죽이는 말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질문을 많이 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여."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주위에서 말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궁금해하면 순리대로 살라고 한다.
"이건 왜 이러는 걸까?"
"저건 뭐지?"
호기심을 가지면 피곤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 뭐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래도 괜찮을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 옷 입는 것에서부터 사람들을 대할 때의 표정과 태도까지 ‘나’가 아닌 내 역할에만 충실해왔다. 말도 조곤조곤, 너무 크게 웃어도 안 된다. 드러나는 행위는 최대한 줄이고 조용히 살았다. 한국의 집단무의식이 발동해 소위 나대는 여자로 찍히면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피곤해진다. 세상 앞에 나답게 살아오지 못했다.
지난 오십 년의 삶을 회고해 보며 마음에게 물어본다. 와이 낫? 그냥 해! 나로 살아보자! 나답게 살고 싶다는 메시지가 간절하게 느껴진다.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려고? 그냥 살던 대로 살지,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 오십이라는 나이를 인생의 끝자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도하지 못한다. 남은 인생 살던 대로, 하던 대로, 그냥 그대로 살라고 한다. 이미 학습된 실패와 성공이라는 경험으로 도전에 대한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인생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삶’이란 살아있음을 증명해 내는 것이다. 살아 움직임을 증명해 내는 것,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다. 오십이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이라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정해진 인생은 없다.
요즘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졌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인데 그동안 감추고 살았다.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말도 많아졌다. 사람들에게도 가슴 뛰는 일을 찾으라고 말한다.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과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함께 공유할 내용은 같이 하되,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응원해 주는 관계가 부부라고 생각했다. 지인은 부부는 같이 해야 되는 게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잘못 살고 있나?라고 생각할 뻔했다. 아니다. 나답게 잘 살고 있는 중이다. 지금처럼 행복하고 즐거웠던 때가 없었다. 이제야 나답게 살아가려고 하는데, 나를 막으려고 한다. 난 당당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웃어넘긴다.
2023년 목표는 전문상담강사로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더 나아가 2024년 목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너무나도 바라던 도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도보로 여행하는 것, 생각 만해도 가슴이 콩당콩당 설렌다. 2024년 영어라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 나에게 주는 보상이다. 꼭 보상을 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아니요’라고 말할 것이다.
드라마 『대행사』 에필로그 장면이다. 대기업 계열 대행사 대표자리를 마다하고 자신의 대행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는 고아인 대표에게 직원이 묻는다. “후회하지 않으세요? 사람들은 고아인이 VC기획 대표로 승진하면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고아인이 대답한다. "사람들의 생각이라~, 내 한계를 왜 남들이 결정하지?”
누군가 말했다. 실패하더라도 멍청한 도전을 지속하라고. 세상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살지 말자.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남과 다른 답을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정답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인생을 세상이 정해 놓은 대로 산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것 같다. 남과 다른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보자.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오답은 틀린 답이 아니라, '오!' 하는 감탄사를 이끌어내는 답이라고 말한다. 정답은 없다. 마찬가지로 정해진 인생도 없다. 앞으로의 삶은 감탄사가 나오는 답을 찾아가는 두 번째 인생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