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내기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상처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깊게 새겨지기도 합니다.
4월의 어느 날, 저는 ‘가족치료 워크숍’에서 ‘트라우마’와 ‘생명나무 작업’을 통해, 이 상처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한 사람만의 고통이 아닙니다
가족은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한 사람의 외상 경험은 가족 전체에 파문처럼 퍼집니다.
국민정신건강센터에서는 이런 외상의 단계를 1차 피해자(당사자) 에서 5차 피해자(사회 전체) 까지 구분합니다.
특히 2차 피해자, 즉 가족은 상처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스스로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 ‘다 끝났잖아’라는 주변의 무심함은, 오히려 그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기억해야 할 것: 사회적 연대
세월호 참사, 최근의 여객기 사고처럼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음에는 온 사회가 함께 울어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상처 입은 가족들을 잊고, 때로는 상처를 덧나게 하는 말을 던집니다.
이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사회적 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라우마를 넘어서는 방법, ‘생명나무’ 작업
이번 워크숍의 핵심은 바로 생명나무 작업(Life Tree Drawing) 이었습니다.
생명나무는 각자의 삶을 은유적으로 그려보는 작업입니다.
뿌리: 나의 기원, 뿌리 내린 이야기들
줄기: 나의 관심사, 기술, 능력
가지: 나를 지탱하는 신념과 가치
잎사귀: 나에게 영향을 준 소중한 사람들
열매: 내 삶이 맺은 결과와 선물들
생명나무를 그리면서, 우리는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그 상처를 품고 살아온 ‘존재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트라우마를 예술로, 기억을 희망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유가족들이 직접 연극을 만들어 나의 슬픔을 표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애도의 힘,
기억의 존중,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의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과제
트라우마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생명나무’를 발견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사회가 끝까지 기억하고 연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일 것입니다.
당신의 생명나무는 어떤 모습인가요?
조용히, 한 번 그려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