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실수 #재도전 #집요함 #근성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개입으로 아이의 자발성을 죽이는 순간들… 이번에도 또 저지르고 나서야 다시 한 번 반성합니다.
특히 안전에 관해서만큼은 지나칠 정도의 저의 민감증 때문에 민 군이 아주 어려서부터 이것, 저것 못하게 하는 게 많았거든요.
이 ‘안 돼’라는 말이 아이에게 어떤 일에도 스스럼없이 도전하게끔 하는 마음을 자라기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닐까 언젠가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죠.
유럽 여행 중 지켜야 할 규칙 중 하나로 ‘안 돼’라는 말을 금지한 것도 그런 이유였죠. 역시 잘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독일의 작가, 철학자, 과학자
페니실린, 엑스선, 나일론, 전자렌지…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 중에는 원래 의도와는 달리 우연한 실수나 시행착오 끝에 이뤄진 것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다칠까봐, 또 아이를 아낀다는 이유로 과보호하고 시행착오를 줄여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다 해 줄 수 있을까요? 매번 실수 없이, 실패 없이 이뤄내고 성공하는 길을 영원히 곁에 머물며 도와줄 수는 없잖아요?
어떤 도전이든 매번 성공하고,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을 부모가 하나하나 가이드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당분간은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아이는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기르지 못하고 누군가 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수동적 존재가 될 거에요.
되도록 스스로 터득하게 해야 합니다. 실수가 당연한 거고, 실패해도 괜찮은 거고 아무렇지 않게 털고 일어나 다시 해 보면 된다는 걸 알게 해야 합니다.
실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매번 똑같은 일상에서 같은 것만 반복하는 생활에 젖게 됩니다. 틀에 박힌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너머 새로운 게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1949), 프랑스의 제품 디자이너
내 아이 ‘꽃길’만 걷게 하고 싶은 마음에 하나하나 도와주고, 그걸 넘어 간섭하고, 관여하는 건 창의성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실수하지 않게끔, 실패하지 않게끔 도와 주기보다는 실수와 실패 속에서 스스로 깨닫고, 배울 수 있도록 하고,
되도록 혼자 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두고 곁에서 관찰하며 격려하고 응원하고 피드백을 주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특정 분야에서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더라도 뭔가 재미 있어서 해 보다가 잘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 또 다시… 이렇게 끈질기게 붙어서 해내고야 마는 집요함을 많이 보인다고 하죠.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고,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근성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종이접기만 하더라도, 초반에는 쉽게 잘 되다가도 중후반부 어딘가는 꼭 한 군데라도 막히는 ‘고비’가 있잖아요? 애초부터 근성이 있는 성정이라면 좋겠지만, 쉽게 포기하는 아이라면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습니다. 말처럼 쉽지 않죠.
부모부터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작은 일 하나를 하더라도 실패했을 때 짜증을 부리고, 좌절감을 표현하기보다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 시도해 보는 모습을 보이는 것.
저만 하더라도 부품을 직접 조립해야 하는 DIY 가구 같은 것을 만들 때 저도 모르게 “이걸 어떻게 하란 거야! 에이~ 설명서 잘 좀 해 놓지…” 하고 불만을 내뱉어 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가 그걸 다 보고 배우는 거죠.
이럴 때일수록 엄마, 아빠가 ‘어라, 별 것도 아닌 게 승부욕에 불을 지르네~?’ 하면서 마치 재미있는 게임 하듯 유쾌하게 팔 소매를 걷어 부치고 끝까지 즐겁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해냈다!’ 하는 성취감에 아이처럼 신이 나서 즐거워하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그렇게 어떤 일을 대하는 데 있어서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정 자체를 즐기는 모습, 또 성취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도 모범이 된다는 거지요.
늘 하던 대로의 편한 길이 아니라 조금은 낯설고 어려워도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 없이 시도하게끔 하기.
내 앞의 경계를 허물고 가능성을 넓혀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모험하도록 하기.
그리고, 처음 가는 길에서 실패나 실수는 당연한 과정일 뿐 그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일임을 알게 하기.
어쩌면 이런 정도가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자라나기 위해 배워야 할 전부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