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아버지 모델 #자애로운 부모 모델 #양육 스타일
주말, 외출을 앞두고 민 군 머리를 손질해 주다 결국 화가 폭발하고 말았어요.
아직 다 안됐는데 자꾸만 저리로 가버리고 하니 네댓 번 반복해서 가만히 있으라 ‘경고’를 했던 차였거든요.
얌전히 좀 있어주면 좋겠는데 아이는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해요. 매일같이 실랑이를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죠.
전시회 가기 전 마음에 입었을 상처와 서운함을 달래주고자 “미안하다” 보듬어 주기는 했지만 아이의 눈은 글썽글썽.
이후로도 한동안 제 마음도 편치 않았어요.
‘왜 순간을 못 참고 또 화를 내고 말았을까… ㅠㅠ’
아직 미성숙한 어린 아이일지라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해 줘야 한다는 말,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도 동의해요. 근데 그게 행동으로는 잘 안 돼요. 실제로 마주하는 육아 현실은 ‘전쟁’과도 같으니까요.
아이의 머리카락을 말리고 정돈해 주려는 어른과 ‘그건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잠자코 있어 주질 않는 아이.
어느 한 쪽이 옳고 그르고, 그런 문제는 아니에요. 그런데도 어른들은 ‘너, 혼 날래?’ 아이를 윽박지르기 일쑤죠.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으니 결국 힘과 권위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꼭 그 방법밖에 없었던 걸까…?
공연히 화풀이를 한 데 대한 자책과 후회를 하다가 뒤늦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머리를 해 주는 동안 그림책을 손에 들려 줬더라면 어땠을까?’
방금 전까지도 푹 빠져서 읽고 있던 이야기 책이 있었거든요.
가능하다면 늘 다정하고 자상한 아빠이고 싶지만 때로는 엄격하게 훈육하기도 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인데요.
문제는 저 스스로도 부족함이 많은 어른이기 때문에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좋았을 상황에서까지 감정 조절을 못하고 아이를 혼내고 마는 경우가 많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후회와 걱정이 뒤따릅니다.
이 궁금증에 직접적인 답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귀 기울여 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베스트셀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 2006)의 저자이자 ‘프레임 이론’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UC버클리 대학 교수의 주장인데요.
그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자신의 다른 책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생각정원, 2018)에서 각 가정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부모의 육아법, 교육 방식을 크게 두 가지의 모델로 나눠 설명합니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권력자로서 아버지가 모든 걸 다 틀어쥐고 있는 가정입니다.
‘자애로운 부모’ 모형은 엄마, 아빠가 같이 참여해 아이와 함께 더 평등하고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가정이지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 엄격한 상벌 기준으로 자녀를 엄격하게 훈육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아이에게 감정을 이입해 스스로 깨우치고, 성장하도록 돕는 부모가 있다는 거죠.
레이코프 교수는 이런 부모의 육아법, 교육법이 자녀의 가치관, 세계관, 정치적 성향의 형성에까지 어마어마하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물론, 한 사람의 가치관, 세계관, 정치적 성향이 그의 창의성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두루 살펴 왔듯이 ‘꼭 이렇게 해야만 해!’ 하는 식으로 엄격한 규칙이 강요되는 분위기에서는 창의가 잘 싹트지 않습니다.
경직된 틀에 갇히기 보다 마음껏 내키는 대로 해 볼 수 있고, 또 실패하더라도 혼나고, 추궁 당하기보다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격려 받는 환경에서 창의는 더 활짝 꽃필 수 있습니다.
“아기가 한밤 중에 자지러지게 울면 그냥 두겠습니까, 안아 올리겠습니까?”
부모의 육아 모델이 어느 쪽인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레이코프 교수가 제시한 아주 간단한 하나의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 노규식 박사, 소아정신과 전문의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부모’라는 용어를 쓴 건 아니지만 TV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노규식 박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습니다.
문득 프로그램에 나온 영재들을 보니 ‘늦둥이’가 많더래요. ‘왜 그럴까…?’ 하고 좀 더 들여다 봤더니 딱히 더 좋은 교육을 더 많이 제공해 주거나 해서가 아니라 부모들이 ‘화내고, 야단치고, 소리 지르고, 푸시하고’ 하는 일이 늦둥이들에게는 한결 적었더라는 거죠.
터울을 두고 느지막이 아이를 본 부모들 중에는 ‘살아 보니 공부만 잘하고, 명문대 나와,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을 갖는다고 해서 꼭 행복한 삶을 사는 건 아니더라’ 하는 성찰에서 비롯한 ‘느긋하고’, ‘너그러운’ 태도를 가진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다시 레이코프 교수에 따르면,
진보적인 분위기의 가정, 즉 자애로운 부모 모델의 경우 평상시 ‘애정’, ‘관심’, ‘배려’, ‘권리’, ‘다양성’과 같은 단어가 많이 이야기된다고 합니다.
반면 보수적인 가풍의 집안, 즉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부모는 ‘규율’, ‘질서’, ‘책임’, ‘절제’, ‘인내심’ 같은 덕목이 훨씬 더 많이 강조돼 말해지고요.
창의성에 앞서 한 사람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는 양쪽의 덕목이 균형 있게 갖춰지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느 쪽에 더 방점을 찍을 건가 하는 문제죠. 특히나 백지장처럼 깨끗한 어린 시절에 말이에요.
특히, 창의적인 아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은 ‘실패해도 괜찮아’, ‘잘못돼도 괜찮아’, ‘항상 널 지지해’ 하는 부모의 애정 어린 응원과 무한 신뢰뿐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여건 속에서 혹 실패할지도 모르는 일에 도전하는 아이는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고 단지 스스로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합니다.
- 이준원 전 덕양중 교장, 2020년 4월 <한겨레> 인터뷰
때로 부모로서 욕심이 너무 과해진 나머지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들이밀고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화 내고 윽박지르고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아직 어엿한 홍시나 단감, 곶감이 되려면 한참 남은 아이에게 단맛이 아니라 떫은 맛이 난다고 호통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또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입니다.
일단 우리 가족은 세명으로 구성됩니다.
엄마, 아빠, 내가 있습니다.
아빠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 책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빠는 똑똑합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키우는 대 역할을 맡습니다.
우리 가족은 수가 적지만 우리만 있어도 부족하지 않은 가족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고 서로를 믿으니까요.
가족 가족 가족 가족 가족… 소중해, 소중해.. 먹지 마시오 ㅋㅋ
2019년 4월 류민의 글짓기 학교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