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오징어게임 감상기

우리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 김구 선생님께서 문화로 융성한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지금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대중문화 전반에 글로벌을 호령하는 우리문화의 모습은 제가 어렸을때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케이팝, 영화, 드라마, 한식.. 문화강국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합니다.

며칠 전 또 한번 그런 소식이 들려왔죠. 넷플릭스 글로벌 2위, 미국 1위까지 했다는 화제의 그 드라마, 오징어게임입니다. 제 브런치 주제와는 좀 거리가 있는 줄 알았으나, 은근히 현 사회상을 잘 드러내고 있어 단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스포 없으니 편히 읽으셔도 됩니다.



1. 표절 논란에 대하여


이런 장르를 '데스게임' 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던데,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다들 보셨을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비롯, 은과금, 라이어게임 등이 이쪽 계열이고 영화에서는 쏘우 시리즈, 배틀로얄이 있죠. 저는 카케구루이도 같은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데스게임 장르가 재미있는 이유는, 극한상황에서 머리를 써서 탈출해 나가는 과정 자체에 있습니다. 다들 죽어나가거나 어디 하나 잘려나가는 난리통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풀어나가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죠. 극의 긴박함을 더하기 위해선, 상황은 극단적일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보통 감금상황이거나 무력에 의한 강제가 배경이 되죠.

그래서 오징어게임의 '큰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한다'는 설정은 벌써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 되어버립니다. 앞서 말한 모든 작품들과 유사성이 생겨버리죠. 후세에 쓰여지는 모든 이야기들은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되어버립니다. 저나 여러분이 '꼴뚜기 게임' 같은 시나리오를 쓴다고 할때, 표절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거란 말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일본만화 '신이 말하는대로'와 표절논란이 생기는 큰 이유가 사실 첫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 때문인데, 이런 점은 신경을 좀 썼더라면 사전에 비켜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릴때 하던 게임의 종류가 적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고3 공부방이나 데드라인이 있는 TFT 에 비치해두면 좋을 핫템. (출처 : 넷플릭스)




2. 그럼에도 잘 만든 드라마인 이유


오징어게임 비판론자(?) 들은 이게 왜 재미있냐고 공격합니다만, 저는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3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그간의 데스게임들과 다르게 무대뒤를 보다.


카이지나 라이어게임, 배틀로얄 등에서는 게임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게임을 운영하는 측의 뒷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에서는 처음부터 경찰인 황준호를 등장시킵니다. 그는 초인적인 능력과 운(?!)으로 오징어게임 뒤의 무대를 탐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말도 안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만 (알고 가도 저러기 쉽지 않을테니까요), 이 캐릭터 덕분에 오징어게임은 관객에게 숙제를 주게 됩니다. 입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데스게임류 컨텐츠들은 자극적인 게임의 내용, 그 게임을 풀어가는 기상천외한 방법, 게임에 참여하는 자들의 면면과 심리변화, 이런 것들을 버무려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반면 오징어게임은 여기에 황준호를 통한 무대뒤를 넣었는데, 이는 9화까지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힘이 됩니다. 게임플레이어 시선과 수사관 시선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이죠.


어찌보면 극중 최강의 실력자. 덜덜덜 (출처 넷플릭스)



(2) 게임의 룰이 어렵지 않다.


카이지, 카케구루이, 라이어게임등은 게임의 룰을 설명하는데만 상당한 분량을 소모합니다.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게임 자체를 이해하는 데서 관객이 얻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또 듣고나서 이 파해법(破解法)까지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죠. (물론 괴로움도 함께합니다)

반면 오징어게임의 게임들은 파해법이랄게 별로 없는 엄청나게 쉬운 게임들 뿐입니다. 굳이 뽑자면 줄다리기나 다리건너기 정도가 뭔가 방법을 고민한다고 할까요. 

이는 관객을 캐릭터의 행위와 대사에 집중시킬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진출시 강점을 가지게 해 줍니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자막으로 설명조차 없지만 대충 알아듣고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건 큰 이점입니다.



(3) 특이한 배경이 주는 공포감


게임이 진행되는 공간, 숙식하는 공간, 만찬하는 공간 모두 현실감은 별로 없는 공간입니다. 파스텔톤의 어린이집같은 배경이 주류죠. 반면 VIP나 프론트맨의 공간, 탈출구 등은 모두 실제 있을법한 현실감 넘치는 공간들입니다. 

산뜻하고 울긋불긋한 어린이 놀이터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쓰러지는 장면은 그 자체만 봐도 현실감이 없습니다. 첫 게임에서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던 모습이 딱 그것인데 이는 극중 내내 이어집니다. 사실 이렇게 안해도 누가 뭐라고 안할텐데요. 이런 장치 덕에 관객이나 게임참여자나 집단최면에 걸린듯한 느낌을 줍니다. 시청하는 내내 세트비가 얼마나 들었을지 궁금했습니다 :)


어린이집 디자인으로 딱 맞을 인테리어. (출처 : 넷플릭스)


3. 월급쟁이도 결국 오징어게임중일지도 모릅니다.


돈 때문에 서로 물어 뜯고 죽이는 설정은 너무나도 많이 봐 왔기에 딱히 새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게임에서 보이는 인간군상은 그러려니 했는데요. 가겠다던 자들이 어쩔 수 없이 생지옥으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좀 짠했습니다. 목숨을 건져서 사회에 나와봐야 돈이 없으니 지옥인거죠. 무서운건 뭔지 아세요?

이 장면에서 우리는 납득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니 하고 보고 있는 자신에 저는 좀 놀랐습니다. 


회사야 보고서 잘못 썼다고 헤드샷을 쏘진 않습니다만, 돈에 붙잡혀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선 유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감독이 심오하게 이런 저런 고민을 했을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돈이 뭐길래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오징어게임 같은 곳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도 죽고 죽이지만 않지 뭐 그리 다를까요. 동기 456명중에 임원이 되는 건 극소수라던가, 456명이 1억씩 투자해서 누구는 극심한 손해를 보고 누구는 건물을 사는 코인판이나.. 우리도 비슷한 게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 456명만 참가한 건지는 저도 시청하는 내내 궁금했는데요. 인터넷에 해석이 분분한데, 123등 말고 그 뒤의 소외된 자들을 말하는거 아니냐는 해석이 가장 맞는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본 여운을 담아 감상문을 올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아.. 참고로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시행령 개정안 덕에 1천만원 이상 이체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모니터링 합니다. 456억이 입금되면....현금카드로 돈 찾는게 문제가 아니라 ... AML 케이스 스터디로 걸릴듯한..


Ps2. 지금은 FIU에서 국세청에 자료 공유가 의무가 아니긴 합니다만 오징어게임 상금은 국세청에서 알게되면 매우 관심을 가질듯 한데요. 3억 초과이기 때문에 기타소득 처리로 안되고 소득세 30%, 주민세 3%를 내야 합니다. 상금 수상이 아니라 증여로 인정되면 30억 초과이기 때문에 세율 50% 입니다. 오징어게임 2부는 이제 수상자 뒤를 쫓는 국세청 직원들의 추적 스릴러로 예상해 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좀 가볍게 가도 되지 않을까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