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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7문 7답 선공개

예스24의 저자와의 7문 7답 인터뷰 내용을 공유합니다.

책을 내고 나면 밀려드는 주문, 인터뷰 요청, 세간의 관심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예전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요. 그러기는커녕..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답니다. 


책을 낸 건 작가 본인에게는 큰 일이지만, 그냥 본인에게만 큰 일이었던 거죠. 저처럼 초보는 물론이고 베테랑 작가님들도 같은 상황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슈퍼 작가이신 박창선 님(브런치 구독자가 무려 2.1만 명!!) 이 구구절절이 이 이야기를 하신 글이 있으니 링크 남깁니다. (https://brunch.co.kr/@roysday/572)


그런데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통계로 우리나라에서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에 출간되는 도서가 무려 292권이었습니다. (...) 매일 300권 가까이 책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중에 주목받고 화제의 도서에 오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거죠. 


그러던 차에, 예스24에서 서면으로 7문 7답을 요청해 왔습니다. 관심에 목말라하고 있던 터라 황송한 마음으로 답변을 적어 회신했습니다. 며칠 뒤면 나오겠지만 여기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정말 담담히 적어 내려 갔으니 책을 안 사시더라도 '아 이 아재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길진세입니다. 통신사 공채로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현재는 카드사에서 다양한 신규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카드계구축, 여러 핀테크와 협업, 정부재난지원금, 마이데이터 추진 등이 최근에 했던 프로젝트들이네요. 모바일과 핀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덕업일치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직장인’으로서는 충분히 인정받으며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쌓아오셨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계기로 브런치 연재라는 ‘부캐’를 키우게 되셨는지,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질문을 반사(?) 해 볼까요? 본캐와 부캐를 나누지 않아야 바쁜 와중에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책의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업으로서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모바일과 핀테크 그리고 회사생활 관련된 글을 쓰는데, 이게 부캐라기보다는 본캐의 연장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힘들진 않았습니다. 

모바일이나 핀테크를 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일이라고 한다면 회사생활은 과일박스쯤 될 것 같은데요. 과일을 좋아해서 자주 먹다 보면 과일박스도 자꾸 접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런 과정이랄까요. 그 소회를 40대 아재의 풋풋한 감성(...)으로 브런치에 적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습니다. 

 


책 서두에서도 살짝 언급하셨듯이 책을 읽지 않고 제목만 접한 분들에게는 “월급 루팡을 권장하는 책”으로 오해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요. (왠지 회사에서 몰래 읽어야 할 것 같은 제목) 작가님이 말씀하신 ‘무리하지 않는 선’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출간 후 직장 동료 분들, 특히 상사 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네, 일리 있는 말씀이세요. 저도 처음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바꿀까 고민하다가 번쩍 든 생각이, ‘아니 그렇다면 더욱더 무리하며 회사 다니겠습니다”라는 제목이면 적절한 것인가’ 였어요. 무리하지 않는 게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닙니다. 열심히 하는 게 무리하는 것도 아니고요. (아 뭔가 라임이 생겨서 리듬을 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는 무리해서 회사를 다니는 게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또 회사야 행복할지 몰라도 무리하는 우리는 불행해져요.

무리하지 않는 선이란, 회사생활도 일잘러로 평가받으면서 개인의 워라벨을 챙기는 것을 말합니다. ‘EBS만 봤는데 서울대 갔어요’ 랑 비슷하게 들리신다면 정상입니다 ^^;; 그런데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주변에 일잘러로 평가받는 분들 상당수가 무리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건 또 아닙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분명한 선은 있습니다. 일잘러들은 개개인 나름이 그 선을 찾아 지키고 있고요.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직장동료들은 선후배 할 것 없이 일단 공감해주고 계십니다. 작가 본인 앞이라 의식해서 그러시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해보니, 다들 느끼고 계셨어요. 사실 회사 오너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니까요. 



책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를 보면 MZ세대 주니어들의 선전포고(?)가 아닐까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시니어임에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하겠다’고 말씀하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직장인’을 목표로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무리하지 않는 직장인을 목표로 했다고 하기보다는.. 관점을 좀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우리가 삶의 목표를 ‘2022년 12월 31일까지 숨을 잘 쉬어야겠다’ 이렇게 잡진 않잖아요? 숨을 안 쉬면 죽습니다. (당연..)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목표로 잡긴커녕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늘 목표는 웅대하고 큰 것을 설정합니다. 우리 모두 다 그러고 있어요. 


‘무리하지 않는 직장인’이라는 건 목표가 아니에요. 숨 쉬는 것처럼 그냥 당연한 겁니다. 항상 무리하고 살 수 없어요. 무리하라고 강요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냥 나쁜 회사이고요. 

무서운 부분은, 무리하지 않겠다는 걸 ‘회사에 대한 항명’으로 여기는 우리의 고정관념이죠. 명문대 입학, 대기업 취업을 쭉 강요받고 살아온 탓에 우리는 ‘무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더 나아가 누가 옆에서 무리하고 있으면 칭찬까지 하죠. 정리하자면, 무리하지 않는 직장인을 목표로 했다기 보단 다들 당연한 걸 놓치고 있어서 짚어주고 싶었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시니어로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 대한 딜레마가 오는 순간이 있는지. 그런 순간에는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고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딜레마의 순간은 ‘무리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많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잖아요. 제 위의 임원이 볼 때는 한 시간이면 끝날 일인데 실제로 저는 하루는 걸리는 일이 있다고 해 볼까요. 제가 하루 만에 일을 해 가면 임원은 실망할 테니 저는 무리해서 한 시간 만에 해야 하는 그런 상황. 회사 다니다 보면 자주 있어요. 제가 일을 주니어에게 시킬 때도 같고요.

이때 마음을 정리하는 제일 좋은 팁은, 책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바로 빠른 ‘손익계산’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실 여러분들도 다 하고 계신 부분이에요. 사람의 본능 같은 거죠. 내가 지금 이 일을 무리해서 끝내면 내가 뭐가 좋지? 잃는 건 뭐지? 이런 부분에 대해 빠르고 냉정하게 계산합니다. 나한테 더 좋으면 무리하고, 아니면 안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능력은 다른 게 아니에요. 모든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해에요. 회사가 왜 바쁜지, 저 사람은 왜 이걸 이렇게 나에게 시키는지 등등을 모두 알고 있다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모든 것을 늘 잘 관찰하시길 바랄게요. 이런 것들이 여러분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회사에서 좋은 ‘멘토’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직장 후배들의 조언을 많이 들어주시는 편이신가요? 후배의 고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그때 어떤 조언을 해주셨는지 궁금해요.  


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제가 저 나름의 방법으로 개발한 방법이 있어요. 후배가 먼저 묻지 않으면 고민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하지 않는 거에요. 제가 주니어 때 그런 게 너무 싫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그릇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 저랑 친한 거예요. 요즘 말로는 깐부 인증 같은 거겠네요.


특정 후배의 고민을 말씀드리기보단 고민들을 관통하는 일종의 트렌드(?)를 말씀드릴게요. 후배들 대부분이 자신의 커리어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런데 행동을 안 해요. 정말로 가고 싶은 회사가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문을 두드려야 하는데, 이것 저것 잽니다. 체면 때문일수도, 귀찮아서 일수도 있지만 직접 움직이고 자꾸 두드려야 열리는데 안 해요.

 

제가 어릴 때 선배들이 ‘젊을 때는 잃을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 게 잘 이해가 안 갔는데요. 요즘은 조금씩 이해가 갑니다. 지금 제가 뭔가 몰라서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물어보는 것, 어려워요. 정말 급하면야 하겠지만 제 커리어와 전문성이 오히려 저를 붙잡습니다. 저에게는 잃을게 조금씩 생긴 거죠.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그런 게 없잖아요. 마구 들이밀고 누군가를 귀찮게 할 수 있는데, 안 합니다. 몸으로 부딪히기보다 다른 걸 찾아요. 유튜브 10번 보는 것보다 그냥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게 훨씬 빠른데도 말이죠. 그래서 원하는 바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늘 조언합니다.



내가 ‘무리하고 있는지’는 바로 티가 나는 반면 내가 ‘인정받을 정도로 일을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막 일을 시작한 주니어나 사수가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에요.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일을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까요?)


질문이 좋네요.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머릿속으로 내가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고 가정하는 거에요.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들고, 다른 회사에 갔을 때 그 회사의 업무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과 자신감이 생긴다면 잘하고 계신 겁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명함에 회사 타이틀이 있지만 그건 여러분께 아니잖아요. 사장님이나 주주 들 거지. 여러분이 가진 업무능력이 여러분 꺼죠. 회사가 바뀌었다고 가정하면 그것만 남습니다. 동료, 환경, 다 바뀌는 그 순간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지금 잘하고 계신 거예요. 불안하고 자신이 없어진다면, 왜 그런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일임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그 열정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을까요? 


좋은 질문인데 답이 참 어렵네요. 저만의 팁이 있습니다. 바로 남을 의식하지 않는 거에요. 그냥 제가 저만 바라보고 혼자 갑니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골프 치세요? 한국 남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30대 후반쯤 되면 골프 연습에 매진합니다. 골프는 스코어가 있죠. 뭐든 숫자로 정량화하면 비교하기 쉬워져요. 필드에 나갔느냐, 몇 타를 치느냐 등등으로 우열을 논합니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죠. 그래서 싫든 좋든 비교를 하게 됩니다. 

저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오랫동안 해 오고 있어요. 이 글이라는 놈이 재밌는 게, 글에는 우열이 없어요. 비교도 어려워요. 100개의 글이 있으면 그냥 있는 거지, 1등부터 100등까지 구분할 필요는 없잖아요. 혹자는 이러실 수 있습니다. 글은 조회수가 있고, 책으로 내면 판매부수라는 지표가 생기지 않느냐고요. 네, 하지만 100부 팔린 책은 엉망이고 10,000부 팔린 책은 최고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요?. 그저 다른 생각이 있을 뿐이죠. 스포츠와 다른 점이에요. 

저는 제가 정한 길이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제 길을 갑니다. 이게 팁이라면 팁이에요 :) 



책에 소개해주신 일잘러 팁 중 주니어일 때 이것만큼은 미리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제 주니어 시절을 돌아보면 회의록과 보고서에서 양식에 얽매였던 부분이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처음부터 잘 못 배우기도 했지만, 겉멋에 치중해서 핵심을 보는 법을 못 배웠어요. 

책의 내용에 첨언해서 말씀드리자면, 회의록이나 보고서를 처음에 적을 때 워드나 PPT를 쓰지 말길 바랍니다. 윈도 메모장에 적으세요. 아무 기능도, 장식도 없이 단순한 곳에 정리하고 있을 때 본질이 잘 보입니다. 저는 이걸 나이 들고야 알았네요. 



독자에게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 드라마 싫어하시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교훈을 강요한다는 거죠. 극 중의 배우들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지만, 보는 우리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거. 다들 아실 겁니다. 저도 책이 그렇게 느껴질까 봐 걱정되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애썼어요. 

아마 바쁘게 달려오셨고, 지금도 뛰고 계실 텐데요. 삶 전체를 돌아보고, 무리하지 않는 선을 잘 찾아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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