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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신입이 되는 비결 2가지

딱 두 가지. 웃고,뛰세요.

예전에 20살 무렵, 군입대를 막 앞두고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냥 예전이 아니라 많이 예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엊그제 같은데.. 크흑)

친한 녀석인데 1학년 1학기 마치고 육군에 가 버린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녀석이 머리 빡빡 깎고 첫 휴가를 나왔습니다. 세상 걱정없이 놀기 바빴던 1학년이었던 저는, 그 친구가 엄청나게 대단해 보였습니다. 저 무시무시한 군대에 가서 잘 버티고 있다니!

삼겹살집에서 소주가 한두번 오가고, 친구들이 존경의 눈초리로 휴가나온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야 그렇게 군대에선 두들겨 팬다며? 안 힘들어? 진짜 대단하다"

친구가 시커매진 얼굴로 씩 웃으며 술을 사면 엄청난 팁을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미필 친구들이 그러겠노라고 하자, 친구는 엄근진(엄청 진지하고 근엄한.. 이라는 요즘 애들 말)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군대가서 안 맞을 순 없어. 다만 덜 맞는 방법은 있지. 군대가면 니들이 할 줄 아는게 뭐가 있겠냐. 뭘해도 사고치게 되어 있고 일은 찐빠(트러블)가 날 수 밖에 없어. 그러니 X나게 두들겨 맞을꺼야."


바라보는 미필들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그러니 다른거 없고, 두개만 해. 웃고 & 뛰어.
아무리 싫고 기분나빠도 싱글벙글 웃어. 병신처럼.

그리고 뛰어. 걷지마. 누가 뭐 시키면 몰라도 일단 땀뻘뻘 흘리며 할려고 해.

샤워하다가 고참이 부르잖아? 그러면 머리에 비누칠을 씻고 나가지마.
그냥 나가, 비누 묻은 체로. 안죽어.
비눗물 뚝뚝 떨어지는 차림으로 뛰어가.
계속 그러다 보면 고참들이 언제부터인가 인정해



그때는 '아니 뭐 거기도 사람사는 사회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대가서 두들겨 맞으면서 보니, 아니더군요. 친구 말은 빛이요 진리였습니다. 저도 비누칠 묻은체로 뛰어나가고, 욕을 먹어도 헤~ 웃었으며, 몰라도 붙들고 앉아서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땀이 많은 체질인게 이리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남들보다 덜 했는데 더 고생한 것처럼 보이는데는 땀만한게 없습니다..)

고등학교때 공부하다 보면 원리를 몰라도 일단 답부터 외우는게 빠른 경우가 있습니다. 딱 군대에서 경험이 그랬습니다. 원리는 모르겠는데 이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제대를 하고, 토익도 준비하고 이래저래 면접보고 해서 드디어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배치받고 들어간 사무실. 아이고야.. 군복만 양복으로 바뀌었지 이병때 생각만 가득 납니다. 맞으면서 배운건 몸이 기억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어차피 제가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도 웃고, 뛰었습니다.


웃는다는 건 다른게 아닙니다. 그냥 다 윗 분들이니 생각하고 항상 깍뜻이 대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이상한 소리를 하셔도, 받아적고 배우려고 했습니다. 그분들의 학벌이나 인격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만 존경하면 됩니다. 사무실에서 굳은 일을 많이 시켜도 웃으면서 했습니다.


뛴다는 건, 걷지 않으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나오고 늦게 퇴근했습니다. 누가 부르면 걸어가지 않고 뛰어갑니다. 사무실에서는 팔 걷고 뛰어다녔습니다.


군대처럼 회사에서도 이게 먹히더군요.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갓 입사하는 젊은 사람들이 저렇게 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저도 중견이 되서 돌이켜 보면 그때 웃고 뛰었던 것이 좋은 Attitude 로 비추어졌을 거라 생각 됩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 그랬는데, 많은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회사안에서 개인 브랜딩에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후광효과(Halo Effect)를 제대로 경험했는데요.


학교나 군대와는 달리 회사에서는 상대방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짧습니다. 그렇다보니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직접 보고 판단할 시간도 작고,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타인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됩니다. 여러분 회사의 좀 먼 부서 아무나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한 것보다 듣고 형성된 게 훨씬 많을 겁니다.


후광효과는 누군가를 평가할때 일부의 특성에 주목해서 전체적 평가를 비 객관적으로 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나무만 보고 숲을 판단하는것이랄까요..) 그래서 회사 안에서의 평가는 의외로 스노우 볼(Snow Ball) 효과가 생깁니다. 다들 비 객관적인 상황에서 좋은 평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커지는 것이죠. 인터넷 게시판 격언인 '첫 댓글의 중요성' 과 비슷합니다. 이를 위해서 회사안에서 '웃고 뛰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쯤되면 저는 얼마나 대단한 신입이었냐 궁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 저도 '슈퍼 신입' 이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을 잡았던 경험은 있고, 나이들면서 종종 저런 신입들이 눈에 띄었던 것을 생각해서 이번 글을 써 봅니다. 읽는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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