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학벌과 업무능력의 상관관계

SKY캐슬은 영원할지도 모른다

SKY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보셨던 분들 많을 텐데요.


바쁘다는 핑계로 지상파 드라마를 거의 안 보고, 보더라도 나중에 몰아보는 제가 본방사수를 할 정도이니 핫 한 드라마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민감한 주제여서 기피하는 걸' 정면으로 다뤘으니 흥행이 안되면 이상한 것이겠죠. 우리 사회의 민감한 치부이고,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민낯입니다.

극 중 염정아를 비롯한 부모들은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변화무쌍한 입시제도를 무서운 정보력으로 커버하며 아이들을 뒷바라지합니다.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심주의가 정말 고스란히 드러나죠.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서울대 의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한민국 수재들이 모두 의대만 갈 수는 없습니다. 명문대 나온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일반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명문대 출신이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 공채 합격 후 회사에 들어오면서 명문대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에 대한 궁금함이 엄청났습니다.

정말로 학벌과 업무능력은 관계가 있을까가 말이죠. 그래서 기회 될 때마다 일하는 모습과 결과를 잘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오늘은 이를 공유해 보려 합니다.




<오늘날 '과잠'으로 대표되는 학벌. 출처 : https://pomnyun.tistory.com/602>



1. 업무능력과 학습능력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


학습은 학습이지만, 업무는 종합예술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갑자기 예술을 가져다 붙이니 좀 이상하지만 달리 맞는 표현이 생각이 안 나네요. 순식간에 매뉴얼을 외운다던가 업무 히스토리를 모두 잘 기억하는 능력 등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만 잘해서는 안됩니다. 협상력, 연기력, 리더십, 추진력, 조직 내 처신까지.. 필요한 역량은 많습니다. 주변의 명문대 출신 동료들을 돌아보시면 어느 정도 수긍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꼭 업무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2. 그럼에도 명문대 출신들이 회사에서 보이는 차이 : 성공경험, 프라이드 그리고 네트워크


그러나 많은 기사와 통계가 증명하듯 우리 사회는 명문대 출신들이 요직에 있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일을 잘하게 만드는 각성효과는 있어 보입니다. 저는 다음의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성공경험

또래에 비해서 학습에서 일정 부분 성취를 이룬 경험은 이후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는 듯합니다. 성취를 맛본 사람은 다음 도전에서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이 됩니다. 자신감이 있으면 같은 결과물을 내도 더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2) 프라이드

명문대 출신이라는 프라이드도 자신감을 높이는데 한 몫합니다. 프라이드라고 하기보단,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효과입니다. 'S대 출신이 저렇게밖에 못해?'라는 말에 자극받는 것이랄까요. 주변의 기대와 시선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되는 것이죠.


(3) 네트워크

대한민국 어느 직장에나 '동문회'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인데 단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것 만으로 선배님, 후배님을 외치며 친한 척을 하는 모습. 이상하지 않나요?

이 모습은 해외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렇게라도 각박한 세상에 아는 사람을 애타게 찾는 모습이 짠하기도 합니다. ) 아무튼 학연은 직장에서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를 불러옵니다.

직장 생활하며 관찰한 바로는 '같은 학교를 나왔으니 난 저 친구가 마음에 들어' 보다는,


'설마 동문인데 내 뒤통수를 칠까'


라는 형태의 신뢰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명문대 출신의 선배들은 보통 조직 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배는 자신이 믿고 뒤를 맡길 수 있는 후배가 필요하고, 후배는 자신을 당겨줄 선배가 필요합니다.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부합합니다.



3. 그래서, 스카이 캐슬은 영원할까?


착한 공주님은 멋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삽니다. 고생한 흥부는 제비의 박 씨에서 보물이 나와 행복해집니다. 우리 모두는 해피엔딩을 좋아합니다. 현실도 힘들어 죽겠는데 판타지 속에서 또 다른 현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죠.



<오죽하면 이런 드라마까지 있겠습니까..>



명문대를 나온 자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며 사회와 조직을 좌지우지한다 (혹은 할 수 있다)는 현실은, 뭔가 부당하고 답답한 상황 같습니다. 이 스카이 캐슬은 한국사회에서 영원할까요? 학벌에 관계없이 자신이 가진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사회는 올까요?


그런 사회가 오는 엔딩을 저도 기대합니다. 스카이 캐슬에서 논한 것처럼 학벌주의는 너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으니까요. 공부 외에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한 가지 레이스에 휩쓸리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캐슬은 당분간 공고할 겁니다. 다만 스타트업이나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같이 몇몇 분야에서 학벌을 조금씩 깨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저보다는 제 후손들을 위해서, 그렇게 소망해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