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얻은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우리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09~18시입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도 회사 생각을 보통은 하게 되니 08~19시라고 봐도 되겠죠. 야근을 고려하지 않아도 우리는 24시간 중 11시간, 50%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나 놓치면 안 될 것이 있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시간 기준으로 한다면 6시간을 잔다고 했을 때 18시간 중 11시간입니다.
깨어있는 시간 중 61%를 회사를 위해 보내는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야근 제외하고입니다. ^^;
이토록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이다 보니 삶의 고민거리 대부분도 회사에서 나옵니다.
관리자와의 관계에서, 업무성과에서, 동료관계에서, 오늘 내가 했던 PT에서 등등 고민거리는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나옵니다. 자기 계발서를 보면 회사에서 생긴 고민은 집에 가져오지 말고 그전에 잘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될 리가 있나요.
퇴근하고 집에 와도, 우울한 고민거리는 우리 맘 한편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런 고민이 있으면 집에 와도 맘 편히 쉬지 못하죠. 주말에 재미있는 곳을 가도, 무엇을 해도 계속 생각납니다. 이런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있으면 티가 엄청납니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며, 쉽게 짜증을 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투정을 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요. 난 고민거리가 있는데, 옆사람은 그걸 모르니.
이 모든 걸 무 자르듯 해서 퇴근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내고 회사에 가서만 그 고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대단한 멘탈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이 경지를 꿈꾸어 왔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고민에 빠지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몇 가지 방안은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사생활에서 생긴 고민이 아니라 회사에서 가져온 고민이라면 냉정히 생각해 보세요.
포인트는, "내가 지금 이 시간에 고민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가?"입니다.
해결이 된다면, 고민해도 됩니다. 그러나 장담컨데, 그런 고민은 10%도 안될 것입니다.
회사에서 생긴 고민의 90%는 일이나 사람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곤 회사에서 여러분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 중에서는 혼자 고민해서 해결되는 것들이 간혹 있긴 합니다. 낮에 생각지 못했던 방법이 집에 와서 고민하다가 해결책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는 혼자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일입니다. 보고서를 어떻게 쓸까 같은 고민입니다.
그러나 회사 업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상호작용으로 해결하는 것이 많으니, 혼자 고민해도 답은 안 나오고 머리만 복잡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타인의 행동을 머릿속으로 예측하니 답은 없고 변수는 많아지니까요. 혼자 끙끙 앓게 됩니다.
업무가 아니라 인간관계라면 더 답이 안 나옵니다. 평생 친구도 마음속을 다 알 수는 없는데, 상사와의 갈등이나 동료와의 트러블, 사내 정치 등등의 답이 머릿속에서 나올 리가 있나요. 답답한 마음에 지인과 통화를 해 봐도 해결책이 나오긴 어렵습니다.
집에 와서 10분 동안 생각해 봅시다. 이 고민은 나 혼자 잘하면 될 일인가를 말이죠. 대부분 아닐 테니, 포기하고 누워버리세요. 왜냐하면....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제 경험상 말씀드리는 것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가져온 고민이 워낙 거대한 것이어서 뜬눈으로 밤을 새워본 적도 2번 있습니다. 살면서 대학입시나 군대 갈 때도 밤을 새워서 고민 안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잠이 안 오는 경험을 하니 미치겠더군요.
이 과정에서 제가 놓쳤던 것은 바로 일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개인이 고민하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조직이 해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고민만 했죠.
또 하나 간과한 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당장 제가 해결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사안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찬찬히 여유를 가지고 보면 별일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일에 매몰되면 오히려 실수를 연발합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내가 왜 이런 걸로 화를 냈던가', '이게 꼭 오늘 이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보는 동안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뭘 꼭 하지 않아도, 그야말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입니다.
못 믿겠다면 주변의 선후배 동료들을 둘러보세요. 저는 고성과를 내는 동료 중에 급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상황을 지배하지 시간에 쫓기지 않습니다. 본인의 업무 스케줄을 본인이 조절합니다. 이렇게 하니까 일을 잘하는 것이라는 말도 맞지만, 일을 이렇게 하기 때문에 일을 잘한다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첫 번째는 바로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늘, 항상 그럴 수 있게 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방법은, 이 상황을 자신과 유사한 동료를 떠올려 대입하는 것이죠.
(1) 지금 내 고민은 ~~~ 이다.
(2) 이 고민을 내 동기 김대리 라면 어떻게 할까
김대리로 답이 안 나오면 박대리, 김부장 다 좋습니다. 머릿속의 그 인물의 이미지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역시 똑같이 고민했을 것 같나요? 그렇다면 자신의 고민이 정당화되니 좋습니다. 고민 안 했을 것 같나요? 그러면 나도 고민하지 맙시다. (김부장도 안 했지만 지금 부장이잖아요)
이렇게 해도 고민이 머릿속에서 나가지 않는다면 특효약 하나를 더 소개해 드립니다.
자신이 살면서 만났던 가장 큰 사건을 생각해 보세요. 그 사건도 이겨냈는데 (혹은 살아남았는데) 거기에 비하면 이 이슈가 대수인가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제 인생에서도 몇 번의 죽을고 비와 송사에 휘말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최고는 유럽 여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입니다. 한국에서도 잘만 안전하게 다녔는데, 유럽에서 렌트한 경차가 화물 트레일러와 고속도로에서 충돌한 사고였습니다.
제가 탄 차는 4차선에서 1차선까지 끌려가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췄고 차는 완파되었습니다. 저와 동승자는 기적처럼 다친 데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는 1차선에 차가 오다가 멈췄기에 가능했습니다. 2차 충돌이 있었다면 저는 저승에서 브런치를 쓰고 있었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때의 기억은, 이후 제 인생에 고민이 있을 때마다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저처럼 죽을 고비를 겪지 못한 분들은 다른 추억 소환을 권해드립니다. 이성친구에게 냉정하게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라던가, 수능시험 성적표를 받았던 날, 군대 훈련소에서 첫날밤 등등 고맙게도 우리 인생에 힘들었던 순간은 참 많죠.
내가 힘들다고 느낄 때 고민은 고민이 됩니다. 너무 뻔하고 통속적인 이야기이지만 고민도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이 고민 때문에 지금 시간을 그냥 보내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습니다. 그냥 지금에 충실한 게 나중에 후회가 적습니다.
지나고 보면 고민이 문제가 아니니까요. 고민에 투자한 시간이 문제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