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과 폴더 정리만 잘해도..
우리 직장인들은 매일 참 바쁩니다. 출근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퇴근 무렵입니다. 일은 늘 산더미 같이 남아있죠. 업무에 치여 살다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납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바탕화면'이나 '내 문서', '다운로드' 폴더 상황이 아래와 같다는 겁니다.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인 바탕화면을 보고 있으면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분명 어디 둔 파일인데 찾질 못하겠습니다. 업무효율이 확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저는 늘 다짐했습니다.
"날 잡아서 이거 다 한번 정리해야지"
유니콘, 기린, 여자 친구와 '파일 정리하는 날'은 환상 속에만 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 핑계를 대 봅니다만 제 게으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늘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불편함을 버텨봅니다.
그런데 입사 후 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게으름만이 문제가 아녔습니다. 막상 큰 맘먹고 정리를 하려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학과 중 문헌정보학과가 왜 있는 것인지 저는 회사 들어와서 폴더 정리하다가 절감했습니다. 파일과 폴더 정리는 독한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방법론이 필요했죠.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파일/폴더 정리법은 엄청나게 나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열심히 고수들의 노하우를 보고 배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고수는 고수고 저는 저였습니다. 생각처럼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오늘은 그렇게 15년을 보내며 습득한 제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고수가 아니니, 그래도 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
1. 업무와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파일/폴더 정리이야기를 한다면서 무슨 소리인가 싶으실 겁니다. 그런데 제가 늘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저는 제 업무와 저에 대해 너무 몰랐던 거죠.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하시는 일은 다 다를 겁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하시는 분들과 신사업을 하는 분들은 폴더 정리법도 달라야 합니다. 작년 업무와 올해 업무가 같은 사람은 굳이 연도별로 폴더 관리를 할 필요가 없죠.
저 같은 경우 A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종료 후 B카드 구축 프로젝트를 하는 등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연도별이 아니라 프로젝트 별로 폴더 관리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일하다 보면 프로젝트별 공통 파일도 다수 나타납니다. 제가 자주 참고하는 파일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흔히 말하는 'MECE 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 발생합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정말로 자신과 일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마인드 맵으로 정리해 가며 자신의 행동 패턴을 고민해 보세요.
(1) 내가 늘 하는 일, 자주 쓰는 파일은 무엇인지. 왜 그러는지.
분명히 자주 쓰는 파일은 따로 있습니다. 이 파일을 열기 위해, 탐색기를 켠다 - 폴더를 찾아들어간다 - 폴더를 찾아들어간다.. 를 몇 번을 하는지 세어보세요. 클릭수가 많다면 고칠 필요가 있는 겁니다.
(2) 내가 지난 1주일간 메일/메신저로 보내고 받은 파일은 무엇인지. 그 보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와 내 업무에 대한 성찰이 힘들다면 아웃룩의 보낸 편지함/받은 편지함을 잘 살펴보세요. 전지적 3인칭 시점으로 보셔야 효과가 좋습니다. 내가 무슨 메일을 주로 보내는구나.. 난 이런 일을 이렇게 하고 있구나.. 깨달음을 얻는데 사실 아웃룩만 한 것이 없습니다.
(3) 업무를 위해 파일을 찾아 열 때 나는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치는지
좀 어려운 기술입니다. 어떤 파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신이 어떻게 자각하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보는 겁니다. 파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HDD에 보관하는 파일도 있지만 아웃룩 받은 편지함에서 찾아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어떤 파일을 어떤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다고 기억하기보다, 누가 만들어서 제게 보냈는지를 기억하는 게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말로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리된 폴더 체계를 강제로 숙지하는 것보다,
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서 폴더를 정리해 두는 게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2. 숫자로 넘버링은 기본 + 폴더명은 가능한 짧게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폴더 정리 방법이 바로 숫자로 넘버링입니다.
01_주간보고
02_월간보고
....
이런 식으로 정렬하는 거죠. 윈도 탐색기의 정렬 기준이 폴더명인데 숫자를 우선해 주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합니다. 가시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저도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폴더명은 가능한 최대한 짧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언가를 빨리 찾는다는 건, 우리 눈이 읽고 뇌가 이해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폴더명이 짧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쓰는 게 가장 좋습니다. 폴더명이 길면 한두 개는 인지할 수 있지만 많아지면 한눈에 이해하기 어렵죠.
반면 파일명은 저 같은 경우 필요한 만큼 길게도 많이 쓰는 편입니다. 탐색기의 파일 찾기 기능으로 원하는 파일을 찾을 때 내용 검색이 안되니까 제목에 내용을 걸어두면 편리하더군요.
"주간보고_다람쥐 프로젝트_울랄라기업건_멍멍제약 같이 협의_본부장님이 찾던거_버전xx.pptx"
이런 식입니다.
3. 필요하면 같은 파일을 여러 폴더에 복사해서 사용하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대한 동일한 파일을 중복해서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게 파일 관리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HDD 여러 폴더에 같은 파일이 있으면 뭔가 잘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제 착각이었습니다.
자주 여는 파일은 업무를 하는 폴더 가까이 있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그냥 손이 빨리 가는 곳에 두세요. 그게 중복되어도 됩니다. 예를 들면 '다운로드', '내 문서' 등입니다. 저는 자주 쓰는 파일은 여러 곳에 둡니다. 물론 숫자가 업데이트되는 파일이 아닌 참고자료들이 주로 해당됩니다.
4. 하위 폴더는 2단계 이상 만들지 않는다.
예전 MDIR이나 NCD 등의 탐색기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폴더와 폴더 간의 관계를 Tree 형태로 보여줘서 이해하기 편리했습니다. 무려 30년 전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기능을 2019년의 윈도 10에서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_-;; 이 말인즉슨, 탐색기로는 전체 폴더구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하위 폴더가 많아질수록 훨씬 복잡하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폴더의 내부구조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2단계 이상 폴더를 만들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처음 사용한 컴퓨터는 메모리 128KB인 8비트 MSX2컴퓨터였습니다. HDD 같은 건 없고 플로피디스크가 저장장치의 전부였습니다. 이때는 파일 관리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냥 플로피 디스크에 라벨 잘 써서 보관함에 넣어두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제 손 안에는 256GB의 폰이 들려있습니다. 대체 몇 배가 되어버린 건지 계산도 힘드네요.
저장장치의 용량도 폭발하고 있지만 네트워크의 발달로 클라우드 저장도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러니 파일 관리 스트레스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잘 만들어서 마음의 평안을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