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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안 하면 좋을 두 가지

삶이 한결 나아집니다. 진짜로요.

다들 새해 잘 보내고 계신가요?

2019라는 숫자도 충분히 많아 보였는데 2020년이라니, 쉽게 와 닿지 않는 숫자입니다. 2020 원더키디 짤이 돌아다니는 게 이해가 갑니다. 2020년에는 다들 날아다니고 있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여전히 땅속(지하철)이네요.


그래도 새해는 새해라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던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주변도 다 똑같습니다. 하여간 어디론가 열심히 뛰어는 가는데 어디로, 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 그러다가 연말 연초가 되면 여기가 맞나 고민하고, 다시 달리는 반복.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이러면서 점점 효율을 추구하게 됩니다. 마음이 급해지거든요. 해 놓은 건 없고 시간은 간다는 기분 때문에요.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2020년에 안 하면 좋을 것 몇 가지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사실... 자꾸 뭐 해라 뭐 하지 마라 이야기하면 꼰대 취급받기 십상입니다. 그게 아무리 맞는 이야기여도요. 90년 생이 부각되면서 사회 곳곳의 꼰대 문화가 공격받는 것을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서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납득할 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 꼰대 소리를 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는 것이었죠. (자기 합리화인진 모르겠습니다만 ^^;;) 그래서 철저히 제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을 잘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다음을 추천해 봅니다.



1. 인스타그램 그만하기


제가 컴퓨터를 처음 만진 것이 89년입니다. 어릴 적엔 나름 어셈블리 공부까지도 했더랬습니다. PC통신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을 열심히 하고 고퍼(Gopher), FTP..  (요즘 친구들은 모르겠죠..) 이런 것 하다가 www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러브스쿨의 흥망을 봤고 싸이월드, 프리챌을 열심히 했었습니다.


SNS 가 도래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서로 온라인에서 만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콘텐츠는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참 재미있었더랬죠. 삐~하는 전화접속(telnet이라고...)을 통해 모뎀 너머로 만나는 것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어느덧 모바일 시대가 되고,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그램 세대까지 왔습니다. 아니지, 인스타도 지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주력 여부를 떠나 새로운 것이 나오면 흥미를 가지고 많이 써 보려 합니다. 인스타그램도 지난 2년 동안 열심히, 본격적으로 눈팅을 했습니다. 네, 사용한 것이 아니라 눈팅만 했습니다.


온라인에 자신의 삶을 노출하는 게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지난 32년간 절실히 느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인, 일반인 여부를 떠나서 온라인에 자신을 표출하는 사람은 큰 각오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다중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웃으며 던진 돌멩이에 죽지 않는 개구리가 되어야 하니 멘털도 강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중의 광기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하고, 본인 내면의 악마도 만날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재미있게도 둘의 이름은 같습니다. 바로 '질투'입니다.


지난 30년간 보아온 수많은 온라인 연결 도구 중 가장 '질투'를 유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인스타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100% 의도했다고 봅니다. 무서울 만큼 사람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습니다.


인정받는 것에 대한 욕구일까요. (출처: 더피알)


가입하면 제 페이스북 지인들 대부분과 인스타그램으로 다시 엮이게 됩니다. 지인들이기에 매우 흥미롭게 페이스북 때와 다른 사용행태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10명 중 10명은, 음식 사진/아이 사진/여행지 사진으로 점철됩니다.

페이스북 때와 엄청나게 다른 점은, 시스템에서 텍스트보다 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함축적인 사진 대화밖에 할 수 없어진다는 것이죠.


어렵게 말했지만, 결국 자랑과 질투의 교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단 겁니다. 내 몸매가 이렇게 좋다, 내가 이렇게 좋은 데 갔다. 내가 이렇게 맛있는 걸 먹는다..라는 메시지에 대해 답은 좋아요와 팔로워 수로 나옵니다. 부러워요, 좋겠어요.라는 메시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랑거리가 회자되는 게 즐겁죠. 여기서 중독은 시작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심각하게 빠져있던 제가 점차 SNS를 줄이기 시작한 건 흔히 말하는 현자 타임이 와서입니다. 극도의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친한 지인이 유럽을 간 사진을 보며 부럽다는 메시지, 잘 다녀오라는 메시지를 쓰면서 내 시간과 내 노력을 왜 여기 쏟는 것인지 자문했습니다. 난 회사 다니느라 죽을 맛인데, 저 친구는 유럽을 다 가네? 이 친구는 차를 샀네? 저 친구는 여자 친구가 예쁘네? 명품 샀네? 아이고.. 끝이 없습니다. 몰라도 되는 정보 한가득이죠.


물론 인스타그램도 장점이 있습니다. 나름의 검색엔진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궁금한 것에 대해 해시태그 검색이 강력합니다. 딱 거기까지만 쓰시길 권합니다. 지인과 소통은, 댓글로 하시되 본인의 포스팅을 줄이는 것부터 노력하길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스타는 담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중독성, 피폐해지는 정신건강, 시간이라는 비용 지불... 새해부턴 줄여보면 어떨까요?



2. 모바일 게임 대신 PC나 콘솔게임을.


앞서 컴퓨터를 어릴 때부터 접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덕에 89년부터 2005년 말까지 16년 동안 저는 게임에도 미쳐 살았습니다.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왜 이런 데서 자부심을...)

처음 사용한 MSX2 8비트 컴퓨터에 재미있는 게임이 엄청 많았거든요. 일본어를 하나도 몰라도 게임을 잘만 해 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 몰래 오락실을 다니기 시작합니다. 천 원짜리 한 장 들고 오락실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때 막 스트리트파이터 2가 나왔을 때였습니다. 격투 게임 마니아가 되었죠.


이것만 아니었어도 제 인생이...


중, 고등학교 가서도 집에서는 PC게임, 밖에서는 오락실 게임에 심취한 생활은 이어졌습니다. 중학생 주제에 당시 PC통신 나우누리의 VG동(비디오 게임 동호회) 대전지부 정모 회원이었습니다. KoF 97은 지역 대표선수 선발전에도 나갔습니다. (오락실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밤새워서 연습한 기억이 납니다. 무려 고등학생인데 -_-;;; )


격투 게임 위주로 다 하다가 대학교와서는 스타크래프트에 빠졌습니다. 국민게임이니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겁니다. 군대 제대 후에는 심각하게 프로게이머를 생각해보았죠. 지금 생각하면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프로로 나섰더라면 하는 생각에 아찔합니다만.. 정말 열심히 게임했었습니다.


이것만 아니었어도 제 인생이 #2...


스타크래프트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역시 현자 타임이 왔습니다. 게임의 가장 무서운 점을 그때 느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은, 무엇인가 안정적으로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생각한 전략이 먹히고, 상대방을 이기고 있다는 느낌. 무언가 성취하고 있다는 기쁨. 쾌감. 게임이 끝나고 나면 다시 찾게 됩니다. 한판, 두 판.. 그러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죠.


장황했는데, 이 모든 설명은 나름 저도 게임에 대해 말할 자격은 된다는 설명을 위해서였습니다. 모바일 게임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다들 그만두시고 PC게임이나 콘솔게임을 하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게임 자체를 안 하고 가끔 유튜브나 트위치 정도 보시길 권하고요.


PC게임이나 콘솔게임은 한번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합니다. 시간도 내야 되고 자리에 앉아야죠. 오래 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모바일입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이 하루 종일 들고 해도 되는 게 모바일 게임입니다.


제 지인은 프로야구팀을 매니징 하는 게임에 완전히 빠져있습니다. 폰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써서 자신의 팀을 키웁니다. 하루 종일 레벨업을 하고 팀을 정비하고 다른 팀과 경기하느라 온종일 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업무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계속됩니다.

제가 시간이 아깝다고 핀잔을 던지자 이 친구는 이거라도 없었으면 스트레스받아 못살았을 거라고 반격합니다. 이 게임 외의 이전 게임을 포함해서 이 친구는 제가 본 것만 10여 년을 매일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도 아깝지만 몇 년이 쌓이면 그 시간은 대체 얼마나 많을까요. 그 시간에 하다못해 온라인 뉴스라도 보고 있었다면 최소한 시사 상식이라도 생겼을 텐데. 물론 그 친구는 시간을 게임 레벨로 바꾼 것을  후회하고 있진 않습니다.


게임은 악하니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저도 게임을 좋아합니다만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게임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4시간 하게 만드는 게임이라니, 전 세계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꿈같은 시절이 온 것이죠. 반면 사람들은 그만큼 시간을 더 빼앗길 수 있게 되었고요.


세상 모든 일이 하루 시간 중 얼마를 점유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인스타그램과 모바일 게임은 중독성과 휴대성, 두 가지 특징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20년은 되도록 끊으시길 권합니다. 힘들다면 줄이는데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시간에 책을 보라곤 못하겠습니다만, 온라인 뉴스나 유튜브라도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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