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 이야기
대과거의 기록 :)
2015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고 스무 살이 되었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새만 보고 있다. 새벽 6시, 일찍이 일어나 순천으로 향했다. 며칠 전 내린 눈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옅은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눈을 녹였다. 순천은 제법 가까워 금세 도착했고 장 선생님의 지인께서 나와 계셨다. 함께 꼬막 정식을 먹으며 따뜻한 식당에서 몸을 녹였다.
이곳에 온 목적은 흑두루미를 보기 위함인데 재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다 천연기념물에다가 멸종위기 종으로 특정한 곳 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순천만에서는 한 번에 세 종, 잘하면 그 이상도 볼 수 있다.
두루미와 같이 덩치가 큰 친구들은 쉽게 도망가고 거리를 잘 주지 않기 때문에 차를 타고 관찰하거나 두루미 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한다. 일단 후자를 택했다. 새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관찰대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2시간 정도를 기다리기로 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필드스코프를 쓰니 종 구분이 가능했다.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멸종위기 2급) 340마리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멸종위기 2급) 30~40마리 검은목두루미(천연기념물 451호 멸종위기 2급) 3마리였다. 그 모두가 가까이 붙어 있는 건 아니고 가족 단위인 3~4마리 정도가 함께 다니며 그 무리가 모여 커다란 군집 형태를 보였다.
이곳에는 두루미를 위해 사람의 접근을 막고 먹이를 공급해 준다고 한다. 두루미들은 가족 단위로 다니다가 먹이가 공급되면 일사불란하게 그곳으로 집결한단다. 너무 많은 두루미가 한 번에 모였고 싸우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그 긴 부리를 치켜들고 돌격하는데 난장판이었다. 새끼는 부모와 털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부모에게 움직이자고 보채는 것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먹이를 먹고 자리를 옮길 때에는 그 자리에선 바로 날지 못하고 조금 달려서 추진력을 얻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차를 타고 움직이기로 했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가까이에서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때마침 비가 눈으로 바뀌었고 경이로움이 연출됐다. 한참 두루미를 보던 중 배고픔이 저녁시간을 알렸다. 근처 식당에서 다 함께 저녁을 먹고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