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 손잡이
학교에서 족제비 2마리를 만났다.
한 마리가 다른 개체의 목덜미를 물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캠퍼스이다 보니 인간 3마리를 마주했다. 화들짝 놀란 족제비는 급하게 덤불로 들어갔다. 잠깐 주변을 살핀 후, 다시 목덜미를 물고 이동했다.
이렇게 다른 개체의 목덜미를 물어 어디론가 옮기는 행동은 많은 포유류의 부모-새끼 관계에서 관찰된다. 구글에 검색하면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보면 옮겨질 때 새끼들이 반항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진화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새끼의 판단 능력은 부모보다 떨어질 것이며, 부모에게 반항하여 이동하지 못한 개체는 피해야 할 환경에 직면하여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반항 행동은 유전되어 종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물론 그렇게 새끼가 반항해도 강하게 옮기는 부모가 있다면 적당한 반항 행동은 가능할 것이다.
조류의 경우 부리로 새끼를 물어 옮기는 새는 (내가 아는 한) 없다. 일반적으로 부모 새들은 소리로 새끼를 부르며, 날아온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원하는 장소로 이동한다. 이소한 직후의 사냥과 비행능력이 부족한 새끼들에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시 족제비 이야기로 돌아와서, 흥미로웠던 점은 족제비 2마리의 크기가 유사했다는 점이다. 물어서 옮기는 쪽이 부모로 추정되며, 당하는 쪽이 새끼일 것이다. 형제나 혈연관계가 아닌 관계의 경우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적응도를 낮추고 상대의 적응도를 높이는 행위로 자연에서 흔하지 않다. 물론 혈연관계인 경우나 그렇게 추정되는 경우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도 있다. 하지만 단독 생활을 한다고 알려진 족제비의 경우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단체 생활이 아니라면 마주친 다른 개체가 혈연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새끼의 관계라고 가정했을 때도 유사한 덩치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언제까지 새끼를 물어서 옮길까? 그 전환점이 언제일지 궁금했다. 물론 이 한 경우를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새끼의 크기가 그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마리의 새끼가 있는 경우와 새끼 한 마리만 살아남았을 경우에 행동 양상이 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새끼의 숫자가 적을수록 부모가 투자할 수 있는 기간과 에너지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새끼 역시 어느 순간에 부모의 곁을 떠나 홀로 생활해야 하는데, 부모의 도움 없이 어떠한 판단으로 장소를 이동할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이네 움직이기 시작할 것인데 얼마나 부모를 기다릴지도 궁금했다. 역시나 형제자매의 수, 주변 환경의 익숙한 정도, 날씨, 부모의 성향 등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족제비를 20초가량 마주친 행동생태 전공자의 주저리주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