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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Sep 14. 2018

나는 왜 영화 '너의 결혼식' 우연 같을 수 없었나

영화 내용보다는 찌질했던 나의 모습에 핀트가 맞춰져 있습니다.

아래 글은 영화 "너의 결혼식"에 대한 리뷰 글은 아니고 이를 보고 떠오른 생각에 관한 글이지만 영화에관한 자잘한 스포가 섞여있습니다. 영화 감상을 방해할 정도의 스포는 아니지만 스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글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이루지 못한 (지나간) 사랑" 으로 인한 아쉬움 그리고 그 시절의 나의 모습에 대한 아련함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라라랜드", "건축학개론" 등과도 일맥상통하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양념으로 마무리하느냐 측면에서는 각 영화들마다 엄청나게 다르지만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우연과 승희는 공교롭게도 저와 동갑인 87년 생입니다. 벌써 우리의 이야기가 이런 한 시대가 지난 후에 뒤를 돌아보는 영화에 등장할 정도가 된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동갑인 게 어디냐 하고 이내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90년대 생이 주인공인 영화가 등장할 테니까요.


 영화 속 주인공이 동갑이어서 그런지 회상 씬에 나오는 다양한 소품, 상황들에 몰입이 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유독 "과거의 내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과거의 제 모습, 그리고 연애의 역사가 영화 속 우연과 비슷한 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연이와는 너무나도 달랐었기 때문에 새삼 영화 속 주인공인 우연이가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우연이는 187cm+마름+잘생김

 영화 속 우연은 처음 전학 온 고2 때 167cm라 괴롭힘을 당했지만 이내 1년 만에 키가 20cm가 크고 복수 프로젝트를 가동합니다. 하지만 저는 30살을 넘긴 지금까지도 170cm이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우연은 키가 그대로 167cm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얼굴이 매우 잘 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자를 대할 때 어떤 근본적인 자신감 혹은 자기 확신이 있습니다.


 처음 본 여자애에게 자신감 있게 말을 걸면서 자기소개를 한다거나, 그 여자애가 다니는 학교에 끝내 입학해서도 과감하게 같은 하숙집에 들어가고, 남친이 있는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들이대는 모습은 이러한 자기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보통의 찐따들은 이게 안되거든요. 경험이 없는 찐따들은 우물쭈물되면서 마냥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환상의 존재인것 마냥 대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이라 남들이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짓들을 저지르곤 합니다.


 돌아보면 10대 그리고 20대 초반까지의 저는 피해의식은 강했으며, 자의식은 그보다도 더 강했던 '꼬인 인간'이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키가 작았으며, 피부는 여드름 자국이 얼룩덜룩했으며, 어좁이였습니다. 그리고 과거 사진을 보면 2005-2007년 즈음 유행한 이상한 샤기컷을 어설프게 따라 해서 스타일도 완전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영화는 좋아해서 멋있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커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현실의 내 모습 간의 괴리에서 나오는 혼란함으로 인해 그 당시의 저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연애에 있어서 부작용(?)이 있었는데, 바로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차였을 경우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여기고 싶었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애, 자연스럽게 안되더라

 

사실 어떤 분야든 잘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진짜 저게 왜 안되지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많은 분야에서 후자인 사람이며, 연애에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분야가 자연스럽게 안되어서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왜 안되는지에 대해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입문자에게 설명해주기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돌아보면 저는 스스로에 대해 열등감을 비롯해 자기 확신이 없다 보니 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공학이긴 했지만 주로 남자반/여자반으로 구분되어 있는 학교여서 여자애랑 얘기해볼 기회도 없었고 여자 (사촌) 형제도 없었기에 여자를 대하는 걸 막연히 어려워하고 피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그리고 연애에 대해 호기심은 많은데 그 어떤 소설/영화/드라마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더군요. 보통 연애 소설/드라마는 연애가 시작된 이후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연애가 시작되는 과정은 매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가 됩니다.

사실 많은 남자들의 과거는 너의 결혼식보다는 찌질의 역사에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요

 하지만 제 현실에서는 그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제 현실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냐의 확률은 몹시 낮았습니다. 이 좁쌀만한 확률을 살리려면 매니징 실력이 쩔어야합니다. 즉 상대방이 여자더라도 힘빼고 그냥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대할 줄 알아야 내 매력도 드러나는 거고 그래야 그 다음으로 나가든 말든하는데, 저같은 찐따에게는 그게 참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이 낮은 확률을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되다보니 힘이 너무 들어가거나 마음이 너무 급해서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처음에 자신 있게 [들이댔다가] [대차게 까이고] [슬퍼하다][더 위축되고]의 반복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외적으로 타고난 매력은커녕 오히려 디스 어드밴티지에 가까운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 매력적인 이성이 되기 위해서 외적이든 내적이든 더 노력해서 자기 확신이라도 가져야 누가 먼저 다가오거나 아니면 인간 관계가 넓어서 여자들을 대하는데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딱히 그러지도 않았고 속에 담긴 찌질함과 절박함은 너무나도 쉽게 드러나니 연애를 시작하기 어려웠던 게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이에 반해 우연은 승희에게 인사를 건내는 것부터 아주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심지어 학주에게 맞고 있는 어쩌면 쪽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자연스럽게 매력 발산하고 승희와 마음을 나누어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오랜 세월 커플로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연애가 어렵습니다.


내가 부러웠던 우연이의 자기 확신과 결단

 하지만 우연은 어찌 됐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그렇지만 대학 카탈로그에서 발견한 승희의 모습을 보고 끝내 그 대학에 입학을 했고, 그 대학에서도 끝내 승희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는 승희가 머무는 하숙집에 들어갑니다. 이 정도만 해도 예사 행동력은 아닌데, 남친이 있는 것을 알고도 같은 동아리에 들어갑니다. 보통의 찌질이들은 이쯤에서 슬퍼하고 비련의 주인공 코스프레하는데 빠져들거든요.


 더군다나 시간을 돌아 다시 승희와 재회했을 때도 그리고 승희가 우연을 밀어내려고 할 때도 우연은 과감하게 직진합니다. 이러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데는 우연이는 분명 속이 뒤틀리지 않은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고, 그게 참 부러웠습니다. 또한 생각해보면 우연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은 그러한 자기 확신에서 나오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과거를 돌아보니 과거의 내가 유독 찌질했던 것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사랑하고 확신하는 게 도저히 안된다면 경험의 질을 따지기말고, 경험의 절대적인 양을 늘리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미친 듯이 해보라고 하고 싶네요. 그러고 나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일들에 슬퍼하고 매달리느라 여자들에게 더 매력 없어 보였다는 걸 깨달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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