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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Sep 19. 2018

은행에 동전을 입금하는 과정 그리고 생각

티끌 모아 티끝?

잠시 쉬는 동안 미루고 미루어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쌓아두었던 동전을 처분하는 일입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2013년 즈음부터 동전을 하나둘씩 모아두기 시작했으니, 벌써 한 5년 동안 동전을 모았습니다.

미처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이 통에 가득 동전에 차있었습니다.


#1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2013년 즈음부터 동전을 하나둘씩 모아두기 시작했으니, 벌써 한 5년 동안 동전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동전의 활용도는 점점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빠르게 우리 사회가 현금 사회에서 카드 사회로 완전하게 변화하면서, 지갑에 지폐가 머무는 시간도 하염없이 길어만 지는데 동전은 말할 것도 없이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최근에는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일 조차 거의 없이 방 한구석에 방치되어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동전을 모으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동전을 처분하는 법을 위해서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또 한 번 빡쳤습니다. [은행 동전 교환] [동전 입금]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대충 동전 전용 ATM이 있는 은행이 있고, 어느 지점에 동전 ATM이 있는지 조회 방법을 알려준다는 블로그들이 떴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결국 은행 웹사이트에서는 조회가 불가능하니 전화를 해서 상담원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내용이 은행 웹사이트 캡처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그냥 전화로 물어봐야 한다고 쓰면 될 것을 뭐 이렇게 길게 늘여쓰는지, 저런 식의 블로그 문화는 참 이해가 안 됩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해당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왔는데 같은 내용의 포스팅이 여러 개가 있더군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3

 동네에 동전 전용 ATM이 있는 곳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화해보니 제가 사는 곳에는 없더군요. 역시 서울이 좋습니다. 하지만 동전을 들고 서울까지 가는 건 미련한 일입니다. 물어보니 동전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오면 일반 지점에서 입금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본인이 은행의 계수를 믿지 못한다면 직접 일일이 세야겠지만, 저는 그게 귀찮아서 그냥 분류만 슥슥했습니다. 이 동전들 중 하나가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처럼 나를 과거로 보내준다면 나는 몇 년도를 가야 할까 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 보니 금방 분류가 되었습니다.


#4

 저는 휴가 기간 중이므로 오전 중에 은행에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인들은 오전 중에 은행 방문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큼 은행이라는 곳을 방문하는 것도 진짜 오랜만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의 확산으로 인해 최근 은행 지점 숫자를 줄이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그래서 한 지점 당 방문하는 사람의 숫자는 더 늘어난 것이 아닐까요?

 

 인터넷 뱅킹이 궁극으로 확산되면, ai 챗봇이 정말로 고도화되면 그때는 오프라인 지점들이 다 없어질까요? 이렇게 은행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창구 직원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삶을 방식을 바꾸라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한 오프라인 지점들의 가치는 분명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5

어쨌건 오전에 방문했으니 금방 처리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제 오산이었습니다. 앞에 대기인은 6명이었는데 한 분, 한 분이 다 처리에 오래 걸리더군요. 기다리면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큰 소리로 궁시렁대고는 막상 자기 차례가 되자 상담 창구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앉아계셨던 제 앞 앞 아저씨, 그리고 저 안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왜 상담원은 이것밖에 없냐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아주머니 등 평일 오전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들의 풍경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6

 은행에 방문해서 동전을 입금하기 위한 핵심 팁입니다. 저처럼 그냥 번호표 뽑고 동전을 들고 있으면, 상담 창구 직원이 확인하고 처리하는 데 오래 걸립니다. 은행 업무 안내를 도와주시는 청원 경찰분께 동전을 바꾸러 왔다고 말씀드리면 미리 은행의 동전 계수기를 활용해 작업을 해주십니다. 이 작업을 하면 동전을 (아마도) 50개 단위로 묶어주고, 나머지는 봉투에 담아주어서 상담 창구의 직원이 더 빠르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은행에서 기계로 계수를 하고 숫자를 적어주어도, 묶음이 안된 동전들은 상담 창구의 직원들이 모두 일일이 숫자를 셉니다. 아무래도 은행은 시재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디지털의 시대더라도 이런 부분에서는 아날로그의 향기가 살아있는 걸 발견하니 또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7

 직원이 동전을 세는 작업만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 입금은 순식간에 완료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가 동전으로 모았던 돈은 "46,740원"이었습니다. 스타트업 한다고 불안함 속에 인생을 내던졌을 때도 가득 찬 돼지 저금통을 보면서 진짜 쫄딱 망해서 아무것도 없으면 저 저금통 털어서 밥이라도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무엇인가 티끌 모아 티끌 같은 느낌과 "그래도 5만 원 가까이 되는 꽁돈 생겼네!"라는 느낌이 묘하게 공존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앞으로 과연 이렇게 동전을 모으고 교환하는 일이 또 언제 있을까요? 그때 우리의 경제생활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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