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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Sep 20. 2018

본인만의 확고한 취미와 취향에 대하여

소비에 대해 지나친 방어기제는 독이 아닐까?

 나이를 먹고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또 소셜미디어를 하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확고한 취미와 취향을 바탕으로 특정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예를 들자면 나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여행에 미치다"와 같은 채널을 보면 참 다양한 곳을 다양한 사람들이 다닌다. 아프리카, 몽골 등 얘기만 들어봤던 곳을 다니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들의 컨텐츠를 보면 일단 재미있고 잘 만든 것에 감탄한다. 그러고 나서는 '무슨 돈으로 저렇게 여행을 갈까?'라는 속물적인 생각 그리고 '저렇게 재미있을까?'라는 본질적 의문, 마지막으로는 막연한 부러움이 따라온다. 직업이 여행가도 아닌데,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영상도 잘 만드는 능력자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각종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면서 자기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맛집만 하더라도 전국의 각종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품평을 하는 블로거도 있고, 아예 특정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크리에이터들도 많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FM 커뮤니티를 가면 전문적인 용어를 쏟아내면서 토론이 한창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들 중 대다수는 전문가라기보다는 축구를 FM으로 배운 ㅈ문가라는 건 안다 ^^:)


 여하튼 이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어떤 것에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면서 아낌없이 소비해본 적이 딱히 없는 것 같다. 사실 무엇에 미치도록 좋다고 느껴본 적이 딱히 없는 것 같다. 유명한 맛집, 비싼 집에서 먹으면 당연히 좋지만 그 감흥의 정도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그만큼 미각이 발달하지 않은 것일 것이다. 다른 취미 역시 비슷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게 소비에 너무 방어적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싶다. 딱히 엄청 부족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소비에 실패할 여유"는 없었던 나는 학창 시절 흔히들 관심을 가지는 분야인 게임과 뮤지션에 있어서도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금액만 지출했다. 콘서트에 가기보다는 음반을 사는 정도에 그쳤고, 게임 역시도 패키지 게임은 거의 사지 않았으며, 기껏 해봐야 PC방과 플스방에서 돈을 쓰는 정도가 내 소비의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비에 위축되어서 그런 것들은 애초에 거리를 둔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돈을 쓰지 않아도 소설책과 만화책 등 더 값싼 즐길거리가 충분히 있었으니까.

랩을 굉장히 좋아하고 직접 만들기도 했지만, 요즘은 어떤 뮤지션과 장르가 유행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는데, 대학 때 했던 랩은 어느새 추억이 됐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마이크에는 먼지만... 다른 새로운 분야에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에도 비슷했다.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항상 소비에는 방어적이었고, 사치 소비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여행도 그리 많이 가지 못했고(심지어 교환학생 중에서도!), 딱히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스타벅스에서 리저브 메뉴를 시키는 것을 잘 이해못하는 부류였다. 

 나이가 30대에 접어드니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런 나와 다르게 무언가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드립 방식과 로스팅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맛을 즐긴다. 20대 중반부터 관심을 가졌어도 벌써 5년 차 커피 마니아다! 그리고 스킨스쿠버니 스카이다이빙이니 여러 액티비티를 즐기거나 헬스를 꾸준히 파는 등 다양한 방면의 '애프터 워크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참 많다. 사실 이런 분야에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소비와 투자가 필요하다. 소비를 많이 해봐야 좋은 것을 보는 안목도 생기는 것이고, 전문가한테 배우는 등(헬스로 치면 PT를 받아야.. 하지만 회당 5만 원이다!)의 투자가 있어야 경지에 오를 수 있고, 경지에 올라야 더 재미있다. 

최근 가장 "열광"이라는 단어 그 자체를 체험한 곳은 콘서트장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 찍은 건데 문제될까요..?!)

 어떤 취미 분야에 딱히 열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데서 나는 위기감을 느낀다. 직업으로서 사업 기획과 마케팅을 하는 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하지만 내가 어떤 것에도 열광하지 않는 인간이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무엇인가에 열광하기에 앞서 자꾸만 "가성비"를 따지는 내 방어기제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진짜 좋은 것을 맛보기 위해서는 실패도 각오해야 한다. 또한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는 것이 인생을 풍부하게 즐기는 길이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면 열광할 수 있는 분야가 생기지 않겠는가?



PS. 사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질러도 가계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또한 결혼이라는 숙제를 일단 하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지를 게 있다면 지금 지르자. 또한 여행을 같이 갈 파트너가 생겼으니, 여행도 많이 가야겠다.


PS2. 내가 자동차 관련 글을 쓰다 보니 차를 엄청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나는 자동차 그 자체는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으며, 엄청 좋은 차를 탄다고 미친 듯이 황홀하고 그렇지는 않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건 "자동차 시장"과 "그걸 구매하는 사람의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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